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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개인 블로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갈무리.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개인 블로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갈무리.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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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종북' 되기 쉬운 세상이다. 오랜만에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블로그에서 글을 살펴보는 도중 황당한 내용을 접했다. 주 기자가 종북·간첩이라는 신고가 들어와 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는 거다. 아무래도 주 기자가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종북 콘서트' 논란에 대해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한 '소신 발언'을 누가 문제 삼은 것 같다. (관련기사 : <동아> 주성하 기자 "신은미씨 보도, 미친 마녀사냥")

주성하 기자만큼 북한 당국의 독재와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언론인은 없다. 본인부터 탈북자 출신인 데다 동아일보에 있으면서 북한 내부 사정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 비서의 주변 비밀들을 수차례 보도해왔다. 얼마나 정도가 심했으면 북한 당국이 주 기자를 '인간쓰레기'라고 비판했겠는가. 이런 주 기자마저 종북으로 몰리는 것을 보면 너도나도 종북이 되지 않을까.

사실 진보 진영에서 나만큼 '사상검증' 문제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무려 간첩 잡는다는 국가정보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증해줬다. 보수 진영에서 사상이 검증된 사람만 받는다는 국가정보원 표 '절대시계'. 나는 2013년 김정일 찬양 글을 국가정보원에 신고해 국정원에 초청됐고, 식사와 절대시계를 포함한 소량의 상품을 얻었다. (관련 기사 : 지난해 2월 국정원에 다녀왔습니다)

그런 나조차도 종북으로 몰릴 것 같은 세상이다. 북한 여행 경험담을 쓴 신은미씨는 종북으로 몰려 강제출국 당했고, 진보 정당인 통합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는 이유로 해산당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 해산은 집권층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겨우 1년여 만에 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당 해산의 주요 근거인 RO 사건 재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보도자료를 보면 다른 진보진영의 이념을 북한의 주장과 동일시하는 부분이 많다. 진보당 강령에서 법무부가 문제 삼은 내용은 ▲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 정부 ▲ 생산수단의 소유구조 다원화(국공유화) ▲ 주한미군 철수 ▲ 국가보안법 폐지 등이었다.

​일정 부분 차이가 있더라도 민중 주권과 국공유화,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는 진보진영의 오랜 입장이다. 진보진영 전체를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위 주장들을 진보당 해산 근거로 삼기에는 심히 부적절하다. 모든 진보진영을 '종북'으로 만들 것도 아닐 테고. 위 근거들은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럼 절대시계를 가진 나도 종북일까.

​언젠가 나도 북한 추종 게시글을 올렸다며 수사기관에서 연락 왔던 적 있다. 물론 수사기관의 오해였다. 이 일을 떠올려보니 주성하 기자에게 벌어진 일이 다르게 와 닿았다. 비이성적인 '마녀사냥'을 비판하고 정치적 이념을 '소신' 발언하면 종북이 되는 세상. 종북으로 조사받는 세상. 정상적이진 않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로운 사회는 언제 도래할까.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가 생각난다.

김일성 만세 /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 시인이 우겨 대니 / 나는 잠이 올 수밖에 / 김일성 만세 /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 관리가 우겨 대니 / 나는 잠이 깰 수밖에 (김수영)

덧붙이는 글 | 저는 곧 대학생이 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아직 입학하지 않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으니 고등학생으로 보는 게 맞겠지요. 아직 고등학생인데 참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습니다.



태그:#주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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