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 정선편에 출연한 강아지 밍키

tvN <삼시세끼> 정선편에 출연한 강아지 밍키 ⓒ CJ E&M


짧은 다리, 우수에 찬 눈빛. tvN <삼시세끼> 정선 편에 출연한 생후 3개월의 강아지 밍키는 "나를 마음껏 귀여워해다오"라고 요구하는 당찬 여성이었다. 시크한 척하다가도 '택연 오빠' 앞에선 온갖 재롱을 떨던 밍키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저 수수밭을 뒹굴기만 해도 기사가 쏟아졌다. 그렇게 밍키는 '옥순봉의 마스코트'로 등극했다.

하지만 23일 <삼시세끼> 어촌 편이 방송되자마자 상황은 바뀌었다. 더 짧은 다리, 더 우수에 찬 눈빛의 강아지가 나타난 것이다. 브라질에 연고도 없어 보이는, 전남 만재도 출신 견공의 이름은 산체. "나를 함부로 사랑하진 마"라고 경고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포스다.

<삼시세끼>의 SNS에 소개된 산체의 모습에 사람들은 "개 귀엽다"며 개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를 쏟아냈다. 게시물의 마지막에 붙은 해시태그는 슬프게도 '#밍키야 미안해'. 덧없다. 스타란 이렇게 한순간에 잊히는 것이던가.

 지난 23일 첫 방송된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한 강아지 산체

지난 23일 첫 방송된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한 강아지 산체 ⓒ CJ E&M


그러거나 말거나, 밍키는 바쁜 스케줄을 끝내고 강원도 정선 옥순봉에서 휴식을 취하며 잘 지내고 있단다. 그녀의 방송 데뷔는 동네 마을 주민이 키우는 강아지 4형제 중 한 마리를 빌려오면서 시작됐다. 밍키가 '귀여움'을 담당했다면, 염소 잭슨과 마틸다 포함 5계조 닭그룹은 우유와 계란 생산을 위해 합류해 애완동물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어촌 편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생물까지도 캐릭터가 됐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쳐놓은 통발에 잡힌 바다 동물 군소는 보라색 먹물을 뿜으며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고, 두 사람은 '우리 군소'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했다. 비록 우리 군소는 꼬들꼬들하게 삶아져 밥상 위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방송 이후 '군소 효능' '당뇨와 정력에 좋은 군소' 등의 관련 기사가 오늘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걸 보면, 예능이 낳은 동물 스타라고 불러도 되겠다.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해 화제가 된 바다동물 군소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해 화제가 된 바다동물 군소 ⓒ CJ E&M


'상근이'부터 타조 '쪼싸'까지...예능인 못지않은 동물들

<삼시세끼>의 나영석 PD는 연출을 맡았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도 개 상근이를 출연시켜 하나의 캐릭터로 만든 전력이 있다. 나 PD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물이 예능인 못지않은 멤버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시너지를 줄 수 있다는 걸, 밍키에 이어 산체의 섭외를 통해 계속 증명하고 있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일밤-애니멀즈>는 아예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삼시세끼> 견공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동물은 놀랍게도 타조다. '쪼고 싸기'만 한다고 해서 '쪼싸'라는 다소 원초적인 이름을 얻은 이 타조는 첫 회부터 출연진인 윤도현과 티격태격하며 '애증의 관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 밖에도 <애니멀즈>에는 희귀한 판다('곰 세 마리')를 비롯해 당나귀·송아지·염소·돼지('OK목장') 등 다양한 동물이 출연한다. 지금까지 방송에 등장하는 동물이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에 한정돼 있었는데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은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촬영 대상이다. <삼시세끼> 관계자는 "정선 편에서 촬영한 집을 1년간 대여했기 때문에 그곳에 상주하는 스태프가 동물을 돌보고 있다"며 "정기적인 수의사 검진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니멀즈> 'OK목장'은 축산학과 교수와 수의사 등 3명의 전문가가 현장에서 촬영을 돕는다. 현재는 게르라는 몽골식 가옥에서 동물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 다소 답답해 보이기도 하는데, 제영재 PD는 "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들판에 방목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애니멀즈> 'OK목장'에서 윤도현이 타조 '쪼싸(쪼고 싸기만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애니멀즈> 'OK목장'에서 윤도현이 타조 '쪼싸(쪼고 싸기만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MBC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취지와는 별개로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까 봐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동물자유연대는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복지와 안전을 위한 의견'을 <애니멀즈> 제작진에 전달, "즉흥성이 강한 예능의 특성상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동물뿐 아니라 출연진과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각별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물(Beast)은 아기(Baby), 미녀(Beauty)와 함께 광고 효과를 상승시킨다고 알려졌다. 그 '3B 법칙'이 예능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듯, 아이와 동물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몸값 대비 효과가 좋은 출연 동물은 프로그램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그 시너지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일회성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삼시세끼> 밍키'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근황'이 뜬다. 프로그램의 시즌이 끝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걸 보면 유재석 부럽지 않은 꽤 괜찮은 예능견의 발굴이다. 지금은 산체에게 스타의 영광을 물려주고 평범한 '동네 개'로 돌아갔지만, 다시 정선 편이 진행될 때 밍키가 나타나면 반갑게 맞아주자. '요술공주'로 수식되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장성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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