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망이 좋고 공해가 없어 선명한 무지개를 자주 보는 것도 시골에 사는 즐거움의 하나이다.
 전망이 좋고 공해가 없어 선명한 무지개를 자주 보는 것도 시골에 사는 즐거움의 하나이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호주 시드니를 떠나 시골로 이사 갈 준비를 한다. 시드니에서 손님이 올 것에 대비해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하기 때문에 짐이 많다. 30여 년 지냈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려고 하니 흔한 표현으로 시원섭섭하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 송별회를 하느라 조금은 떠들썩하게 시드니 생활을 마무리했다.

시드시에서 3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 딴 세상에 온 듯

이사하면서 작은 짐이 망가지는 등 통상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시골로 왔다. 첫날이다. 저녁을 먹고 베란다에서 아내와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전망을 즐긴다. 멀리 포스터(Forster)라는 동네의 불빛이 보이고, 시드니에서도 보기 어려운 별빛이 풍성한 밤이다. 시드니에서 3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으로 이사했음에도 딴 세계에 와 있는 것 같다. 바람 냄새도 시드니에서 맡던 냄새가 아니다.

다음 날 늦은 오후 주위를 산책한다. 마음까지 파고드는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한다. 바다와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해 없는 하늘을 저녁노을이 짙게 물들이고 있다. 아름답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풍경인가. 시골로 잘 왔다는 생각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골드 코스트에 사는 하나 밖에 없는 딸네 가족을 시작으로 시드니에 살면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로 주말마다 북적인다. 외로울 것이라며 위문(?) 삼아 찾아 주는 사람, 우리가 이사 온 것을 핑계로 시드니를 떠나 머리를 식히러 오는 사람, 골프나 낚시를 즐기려고 오는 사람 등 찾아오는 이유도 다양하다. 멀리까지 찾아준 사람들이 고맙고 반갑다. 

시끄럽게 떠들어도 방해받을 이웃이 없는 시골이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시골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떠나온 한국의 정치, 종교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시드니와는 달리 밤새도록 같이 있을 수 있다.

마음껏 속내를 털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저녁을 가까운 사람들과 보낸다. 시골로 이사를 온 것인지 아니면 시드니를 이곳으로 옮겨놓은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 사람과 한국 음식에 젖어 지낸다.

우리에게 집을 판 부부가 찾아왔다. 시드니에서 퇴직한 후 이곳에 집을 짓고 살다가 우리에게 집을 판 사람이다. 그들은 자그마한 집을 샀으나 이사 가는 날까지 근처에 있는 캐러밴 파크에 임시로 살고 있다. 우리에게 안부를 묻는다. 요즈음 친구들이 찾아와 바쁘게 지낸다고 했더니 한 서너 달 지나면 뜸해 질 것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빌어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이 동네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으니 아예 우리를 차에 태우고 20여 분 걸리는 포스터(Forster)로 안내한다. 쇼핑센터, 식당, 병원 등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알아야 할 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설명해 준다.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우리가 사겠다고 하니 값싸고 깔끔한 식당으로 안내한다. 사람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시골 생활을 오래해서일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밴 사람이다.

조금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웃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어디서 이사 왔느냐, 이사 온 지는 얼마나 되었느냐 등을 물으며 서로 소개한다. 시드니에서 이사왔다고 하면 자신도 시드니에서 살았다며 반기는 사람이 많다.

동양 사람이 이사왔다고 소문 날 정도로 작은 동네

이곳은 새로 조성된 동네라 그런지 토박이보다는 도시에서 살다 퇴직하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래전에 정착한 사람부터 지금 막 와서 집을 짓고 있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어느 사람은 우리를 보자마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아니냐고 묻기까지 한다. 작은 동네이다 보니 동양 사람이 이사왔다는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만나는 이웃마다 새로 이사 온 우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동네가 어떻게 개발되고 있으며, 주위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등등. 특히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한국전쟁에 참가해 부산에서 근무했다며 친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도시에서 퇴직하고 시골로, 나이가 더 들면 실버타운으로 그리고 아주 연로해 지면 양로원으로 갈 생각을 하며 사는 이웃이다. 시드니를 떠나 바다 가까운 경치 좋은 곳으로 옮겨와 남은 생애를 즐기는 사람들, 지금까지 시드니에 살고 있었으면 집값이 꽤 올랐을 텐데 하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내가 만난 이웃의 얼굴에는 욕심 없이 소박한 삶을 살아온 인자한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뿐이다.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동양 사람이 이사왔지만, 모두 친절하게 대해준다. 시골에 정착하면서 이웃사촌의 정을 느낀다.

베란다에 나와 있으니 캥거루가 풀을 뜯으며 우리를 반긴다.
 베란다에 나와 있으니 캥거루가 풀을 뜯으며 우리를 반긴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태그:#호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