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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민변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변 "검찰의 징계 신청은 재갈 물리겠다는 공포정치" 지난해 11월 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민변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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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7일 오후 5시 10분]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실, 기자들은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 변호사의 진술거부권 권유가 진실은폐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달라. 판례와 맞지 않는다.
- 변호사라면 의뢰인에게 '불리한 진술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변호사들 다 징계 대상인가.
- 그럼 진술거부권을 무엇으로 봐야 하나. 이번 조치는 그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 아닌가.

이날 검찰은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위철환)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의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 권영국·김유정·김태욱·송영섭·이덕우 변호사가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열린 대한문집회에서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방해, 재판을 받고 있고 ▲ 장경욱·김인숙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변호사법 전문 보기). 한 달 뒤 검찰은 류하경 변호사도 대한문 집회와 관련해 추가 기소하고, 그의 징계 개시도 신청했다.

그런데 윤웅걸 2차장 검사가 설명한 장경욱·김인숙 변호사의 징계 개시 신청 사유는 '진술거부권 권유'였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다는 권리를 알려준 일이 '진실 은폐'라는 얘기였다.

"두 사람의 사안은 변호인의 변론권과 변호사의 진실 의무, 이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변호인의 변론권을 무제한 허용하다 보면 진실의무를 망각하는 사태가 온다. 물론 (변호인이) 진술거부권을 안내해주고, 권유할 수 있지만 의뢰인의 의사에 반해서까지는… 이런 건 변호인의 변론권을 넘어섰다."

대한변협의 생각은 달랐다. 대한변협은 2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끝에 "장경욱·김인숙 변호사의 행동은 변호사의 정당한 업무범위에 해당한다"라면서 검찰의 징계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나머지 6명의 경우 절차 자체는 시작됐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경찰이 대한문집회를 방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사 결과 등을 볼 때 이 사건 집회 당시 경찰관들의 공무집행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강한 의심이 든다"라면서 징계에 부정적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법원이 이들의 경찰관 직무집행 방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일단 징계 개시를 청구, 시효를 중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한변협은 형사재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이 넘을 수 있는데 변호사법상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 청구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의 방패' 뺏으려는 수사기관... 제지 나선 법원과 변호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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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욱·김인숙 변호사의 징계 개시 신청은 '검찰이 민변을 겨냥했다'는 데에서 끝나는 사안이 아니었다.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의자나 피고인은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방어권의 기본이다. 검찰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는 일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피의자나 피고인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방패를 뺏기는 셈이다. 기자들조차 장 변호사 등의 징계 개시 신청 사유를 이해하지 못한 이유였다.

법원부터 '진술거부권 권유는 수사 방해며 변호사로서 의무를 저버린 일'이라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자신의 의뢰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거부하도록 하고, 신문 절차에 항의하다 강제로 조사실 밖으로 끌려나온 장경욱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청구소송에서 그의 승소를 확정지었다. 재판부는 장 변호사의 이의 제기는 적절한 범위에서 이뤄졌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진술거부권 행사를 조언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변협 역시 27일 "진술거부권 권유에 대한 검찰의 징계 개시 신청은 변호사의 변론권과 변호사 단체의 자율권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라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은 12월 4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내규를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무시한 경찰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등 비슷한 사안에서도 변호사의 조력권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관련 기사 : 대한변협, '변호인 조력권' 흔들기 반박 성명).

장경욱 변호사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검찰이 (애당초) 너무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조언한 변호사를 징계하려고 하느냐"라면서 "이건 변호사 업무를 이해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변호사는 "다른 여섯 분의 징계 개시 절차는 시작됐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라는 말도 남겼다.

권영국·김유정·김태욱·송영섭·이덕우·류하경 변호사의 징계 문제는 새로 출범하는 대한변협 집행부의 숙제로 넘겨졌다. 그러나 서울변호사회 자체 진상조사 결과 등을 볼 때 여섯 변호사들의 활동도 정당한 변호사 업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법원은 권영국 변호사가 비슷한 사건에 연류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그에게 1·2심 연달아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하창우 신임 회장 역시 선거 때 민변이 보낸 공개 질의서에 "징계 대상 행위는 모두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활동"이라면서 "시민과 자유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활동을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검찰의 징계) 신청권 남용"이라고 답했다(답변서 보기).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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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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