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영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김종국, 김정남

지난 26일 방영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김종국, 김정남 ⓒ SBS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 통틀어 최근에 방영한 프로그램 중에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무한도전-토토가>)만큼 대중에게 막대한 파급력을 발휘한 방송이 또 있을까. 1990년대 유행했던 가요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린 것은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서서히 잊힌 그때 그 스타까지 재조명하는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무한도전-토토가>에 나온 1990년대 인기 가수 모두 방송에 나오는 즉시 수많은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인물은 터보 1, 2집 당시 춤 잘 추는 래퍼로 활약한 김정남이었다. 그는 <무한도전-토토가> 이후 얻은 인기의 여세를 모아, 김종국과 함께 지난 2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의 게스트로 출연했다. 

1990년대 중반 인기 듀오의 보컬에서 2000년대 중반 솔로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2015년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능력자로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김종국. 중간에 부침이 있었다고 하나 20년 이상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김종국과 달리, 김정남은 터보 탈퇴와 동시에 완전히 잊혔다.  

터보 탈퇴 이후에도 10년간은 야간 업소에서 제법 많은 돈을 만졌다고 하나, 더 이상 방송에 나가지 않았던 왕년의 스타가 밤무대에서 버티기는 한계가 있었다. 야간업소 출연도 힘들어지자,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는 김정남은 오랜 방황 끝에 김종국에게 손을 내밀었고, 김종국에게 건넨 한 통의 전화는 김정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무한도전-토토가> 이후 김정남은 많은 곳에서 찾는 연예인이 되었다. 대상포진에 걸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18년 만에 쏟아진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김정남의 표정에서는 차마 그의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그간의 굴곡 많았던 세월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당대 최고의 스타로 주목받고 살다가, 철저히 잊힌 왕년의 가수로 산다는 것. 비교적 어린 나이에 연예인으로서 정점을 찍다가 서서히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봤다는 김정남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 보였다.

 지난 26일 방영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김종국과 김정남

지난 26일 방영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김종국과 김정남 ⓒ SBS


여전히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은 김정남의 터보 탈퇴는 <힐링캠프>에서도 철저히 희화화되었다. 아무리 당시 김정남이 혈기 왕성한 청춘이었다고 한들, 가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는 데는 분명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김정남, 김종국이 방송을 통해 여러 번 밝혔듯이 그는 많은 스케줄에 지쳐 있었고,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활동했음에도 수입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게 터보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이었다. 하지만 <무한도전-토토가> <힐링캠프> 또한 김정남이 탈퇴한 이유를 그저 치기 어린 청춘의 일탈로만 묶어놓을 뿐이다.

대신 <힐링캠프>는 18년 만에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김정남을 위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스케줄임에도 <무한도전-토토가>의 출연을 결심한 김종국의 사려 깊음과 배려심을 집중 조명한다. 김정남뿐만 아니라 터보 2기로 활동하던 마이키가 마음에 걸렸다던 김종국은 <힐링캠프> 녹화 며칠 후, 25일 방영한 SBS <인기가요> 800회에 마이키와 동반 출연하여 눈길을 끌었다.

<힐링캠프> 녹화 내내 게스트로 나온 김정남을 돋보이게 하려고 그를 살뜰히 챙기는 김종국과 그런 동생에게 애틋한 마음을 표하는 김정남에게서 오랜만에 사람 간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김정남의 탈퇴 이후, 서로에 대한 오해와 미안함에 각자의 길을 걸어야 했던 김정남과 김종국은 18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했고, 그들의 재결합은 2010년대 중반 한국 대중문화사를 다시 쓰게 하는 일종의 파란을 일으킨다.

<무한도전-토토가>로 다시 인기를 얻은 김정남의 재기를 두고 김종국은 김정남이 갖춘 능력 덕분이었다고 김정남을 추어올린다. 물론 중년의 문턱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변치 않은 춤 실력을 과시하는 김정남이 성공적인 재결합의 핵심이었다고 하나, 선뜻 김정남의 손을 잡고 무대에 나선 김종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재가동이었다.

대상포진으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음에도 오랜만에 얻는 뜨거운 관심에 감사하며 아픈 내색 전혀 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녹화에 임하는 김정남과 오랜만에 돌아온 형의 재기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김종국. <무한도전-토토가>의 인기에 편승하는 듯한 게스트 섭외, 여전히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한 김정남의 탈퇴 사유 공개에도 두 남자가 함께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오랜만에 <힐링캠프>다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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