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선제골을 넣은 이정협과 환호하고 있다.

지난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선제골을 넣은 이정협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호가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행에 성공했다. 대망의 우승컵을 놓고 다투게 될 마지막 결승전 파트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26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2-0으로 승리하고, 1988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남은 결승행 티켓의 한 자리를 다툴 호주와 UAE전은 27일 오후 6시 뉴캐슬에서 열린다. 호주는 한국에 이어 A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라 중국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UAE는 C조에서 이란에 이어 2위에 올랐으나 8강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UAEvs.호주, 한국 결승 상대는?

객관적인 전력은 역시 홈팀 호주의 우세가 유력하게 예상된다. 호주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벌써 10골을 터뜨리며 대회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호주가 유일하게 이번 대회 들어 골을 넣지 못한 경기가 바로 한국 전(0-1)이다. 비록 한국에 일격을 당하며 조 2위로 밀렸지만, 쿠웨이트(4-1),오만(4-0), 중국(2-0) 등 전력상 한 수 아래로 꼽히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확실히 저력을 뽐냈다.

특히 호주 최고의 공격수이자, 이번 아시안컵 최고령 선수로도 이름을 올린 백전 노장 팀 케이힐(36, 뉴욕 레드 불스)의 존재는 상대 팀에게는 경계 대상 1순위다. 1979년생으로 무려 36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케이힐은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호주의 4강행을 이끌었다. 케이힐은 이번 대회 3골을 기록 중이며 특히 중국과의 8강전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혼자 쓸어담는 결정력을 과시했다. 공격수로서 180cm에 못 미치는 작은 신장에도 특유의 위치 선정과 캥거루 같은 점프력을 앞세운 헤딩 능력은 발군이다. 정교한 킥 능력을 비롯한 발재간 역시 수준급이다.

로비 크루스, 밀레 예디낙, 매튜 레키 등으로 이어지는 중앙 미드필드와 2선 공격 라인도 매우 탄탄하다. 측면의 빠른 공수 전환과 제공권에 의한 선굵은 축구는 상대가 알고도 못 막는 호주의 전매 특허다. 2006년부터 AFC에 편입된 호주는 사실상 아시아보다 유럽에 가까운 인종적 특성과 축구 스타일을 지니고 있어 유럽식 파워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팀에게는 부담스러운 상대다.

한국은 일단 호주와의 재대결을 가정하고 결승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조별 리그에서 호주를 이겼지만, 당시 호주는 주축 선수들 상당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것도 염두에 둬야한다. 물론 케이힐 등이 후반에 교체 투입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베스트 전력을 총가동한 것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양 팀의 전력 차이는 크지 않지만 한국은 구자철-이청용 등 벌써 핵심 자원 중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이 있는데 비해 호주는 아직까지 큰 전력 누수가 없다. 홈 팀 특유의 열광적인 응원 열기로 결승전에서는 그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양 팀이 결승전에서 재회할 경우 조별 리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공격 서슴치 않는 UAE, 긴장 놓쳐선 안돼

고심하는 슈틸리케 감독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호주와의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호주 브리즈번의 페리 파크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고심하는 슈틸리케 감독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호주와의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14일 호주 브리즈번의 페리 파크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이번 대회 최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UAE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대회 UAE 전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흐메드 칼릴과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빠른 스피드와 출중한 개인기를 겸비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마흐디 알리 감독이 이끄는 UAE의 플레이 스타일은 기존 중동 국가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라인을 끌어내리고, 수비적인 축구에 치중하는 다른 중동팀과 달리, UAE는 기회가 생기면 상당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저하지 않는 팀이다.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으로 일컬어지던 일본과 8강전의 경우, 압도적인 슈팅 수와 점유율 차이 때문에 기록만 보고 UAE가 수비만 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공격 기회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한두 번의 찬스에서 상대 문전까지 파고드는 역습의 효율성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중앙의 압둘라흐만을 중심으로 로빙 패스 한방에 일본의 수비 뒷공간이 여러 번 열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수비 조직력 역시 매우 단단했다. 단순히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고 숫자 싸움만 한 게 아니라, 일본의 패싱 게임 흐름을 간파해 미리 길목을 차단하는 수비가 돋보였다. 흔한 중동팀처럼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시간을 지연하려는 침대 축구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전혀 압박감이 위축되거나 주저하지 않고 과감한 슈팅을 날리는 배짱도 인상적이었다. 여러모로 일본을 이긴 것이 단지 운이 좋았다고만 할 수 없는 결과다.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지난 조별 리그 최종전을 포함해 역대 전적 7승 10무 8패로 박빙의 열세다. 반면 UAE를 상대로는 11승 5무 2패로 월등히 앞서 있다. 호주와 UAE간의 상대 전적은 2전 2무다.

한국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이기든 최소한 연장까지 가거나 경고 누적 등으로 최대한 힘을 빼놓고 올라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기왕이면 UAE가 혈전끝에 또 한번의 이변을 연출한다면 좀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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