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선제골을 넣은 이정협과 환호하고 있다.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김영권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선제골을 넣은 이정협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무대에 올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이정협과 김영권의 연속골에 힘입어 이라크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우승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두게 됐다.

한국은 '군데렐라(군대+신데렐라)' 이정협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손흥민과 한교원이 좌우 날개, 남태희가 중앙에서 2선 공격을 맡았다. 중원에서는 어김없이 기성용과 박주호가 손발을 맞췄다.

수비는 왼쪽부터 김진수, 곽태휘, 김영권, 차두리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을 내세웠고 골키퍼 장갑은 이번 대회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슈틸리케호의 주전 수문장으로 자리 잡은 김진현이 차지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양 팀 모두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고, 이날 시드니에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 경기가 열렸지만 한국은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하듯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로 이라크 수비를 두드렸다. 전반 6분 만에 기성용이 깊은 태클로 아쉬운 경고 카드를 받았지만 남태희와 김진수가 연달아 슈팅을 때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곧이어 전반 18분 손흥민이 위력적인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이라크 골키퍼 잘랄 하산이 가까스로 막아냈다. 반면 이라크도 반격에 나섰지만 패스가 부정확해 쉽게 차단되면서 한국은 한결 편하게 수비할 수 있었다.

양 팀 모두 체력 부담을 안고 있었고, 비 때문에 잔디가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공을 다루면서 경기가 다소 느슨해질 무렵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20분 오른쪽 후방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진수가 예리한 크로스로 연결했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정협이 돌고래처럼 솟구쳐 헤딩으로 이라크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공중볼 싸움을 위해 체격 조건이 뛰어나고 저돌적인 이정협을 깜짝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골이었다. 이번 대회 5경기 가운데 가장 일찍 선제골을 터뜨린 한국은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격의 강도를 높여갔다.

중원의 기성용과 박주호는 물론이고 좌우 풀백 김진수와 차두리까지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며 이라크를 더욱 압박했다. 전반 26분에는 손흥민이 다시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아쉽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선제골을 내준 이라크도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서자 경기도 더욱 박진감있게 전개됐다. 역습이 뛰어난 이라크는 한국 수비진의 발걸음이 다소 느려진 틈을 타 아메드 칼리프가 연거푸 슈팅을 날렸지만 다행히 빗나가고 말았다.

이라크의 반격을 잘 막아낸 한국은 1-0이라는 골 스코어는 물론이고 슈팅 7-4, 프리킥 11-4, 공 점유율 65-35 등 모든 내용에서 이라크를 압도하며 만족스러운 전반전을 마쳤다.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 '눈앞'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한교원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수비를 통해 선제골을 지키기보다는 추가골을 터뜨려 이라크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겠다는 의도였다.

우리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뜻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후반 5분 이정협이 공중볼을 가슴 트래핑으로 떨궈놓자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영권이 감각적인 왼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향해 골망을 흔들었다.

더욱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내친김에 대량 득점을 노렸다. 전반 9분 기성용과 손흥민이 연달아 유효 슈팅을 날리면서 이라크의 하산 골키퍼는 정신없이 슈팅을 막아내기에 바빴다.

다급해진 이라크의 반격도 날카로웠다. 한국은 수비진의 패스가 엇갈리면서 몇 차례 역습을 허용했고, 기회를 잡은 이라크의 두르감 이스마일이 회심의 슈팅을 날렸으나 차두리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8강전 연장 혈투의 여파 탓인지 발걸음이 갈수록 무거워진 반면 벼랑 끝에 몰린 이라크는 한국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뛰려고 노력했고, 자연스레 경기 흐름은 이라크로 넘어갔다.

이라크는 공 점유율을 높였지만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만회골을 터뜨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 한국의 왼쪽 측면을 돌파한 칼리프가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위로 벗어나고 말았다.

여유가 있는 한국은 남태희, 기성용을 빼고 수비 성향이 강한 장현수, 한국영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효과적인 지역 방어로 체력 부족을 보완하며 남은 시간을 무사히 보내고 2-0 완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한국은 톱시드 탈락의 설움을 딛고 5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5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을 기회를 잡았다. 만약 결승에서 한국이 승리하면 통산 세 번째 아시안컵 우승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이 파격적으로 발탁한 이정협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경기에 이어 또다시 결승골을 터뜨리며 주가를 올렸다. 또한 김영권 역시 자신의 통산 두 번째 A매치 골을 터뜨리는 기쁨을 누렸다. 한국은 오는 31일 호주-UAE 대결 승자와 대망의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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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이라크 (26일 호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 2 (득점 : 이정협 전반 20분, 김영권 후반 5분)
이라크 : 0

■ 한국 출전명단

FW : 이정협, 손흥민, 한교원(이근호), 남태희(장현수)
MF : 기성용(한국영), 박주호
DF : 김영권, 곽태휘, 차두리, 김진수
GK : 김진현
아시안컵 울리 슈틸리케 이라크 이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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