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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당 편집주간
사 진 : 이주빈 광주-전남 지역팀장
정 리 : 이영주 전남 서남권 주재기자

이낙연 지사가 1월21일 도지사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취재팀과 인타뷰하고 있다.
 이낙연 지사가 1월21일 도지사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취재팀과 인타뷰하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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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소 들어온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전라남도가 딱히 그렇다. 전남이라는 빈집에 '빛가람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한국전력(한전)이라는 튼실한 소가 들어온 것이다. 잘만 키우면 앞으로 전남을 10년, 20년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자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남은 대표적인 농도(農道)이지만, 전남을 살찌운 지역내총생산(GRDP)의 8할은 석유화학(여수), 철강(광양), 조선업(목포)이 차지해왔다. 그런데 불행은 몰려 다닌다는 말처럼 3대 주력산업이 동시에 침체하는 바람에 전남은 지난해 지역내총생산(GRDP)이 15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전남도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빈집에 들어온 소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지사를 인터뷰한 21일에도 혁신도시의 한전 사옥에서 광주시-나주시와 함께 한전의 4대 전력 그룹사와 '에너지밸리 조성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에너지밸리는 빛가람혁신도시의 산학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광주-전남 산업벨트와 연계해 지역사회와 공동 발전하는 스마트에너지 허브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지사는 도정 구호로 내건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을 만들기 위한 첫 삽을 뜨는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돼 있는 눈치였다.

이낙연 지사가 막걸리 예찬론자가 된 이유

- 오늘 지역신문을 보니 한전이 광주-전남 상생발전을 위해 올해 2622억 원을 투자한다는 발표가 크게 났더라.
"조환익 한전 사장이 지역과 상생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특히 지역인재를 키워서 채용하겠다는 자세나 지역의 R&D분야에 매년 100억 원씩 투자하겠다는 것은 좋은 계획이다. 광주-전남을 위해서 나주혁신도시는 전무후무한 기회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되니까 그런 일(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기자주)을 했다. 앞으로 그런 대통령이 다시 나오겠나?"

이날 한전은 2020년까지 유망 중소기업 500개 유치 및 에너지 전문인력 1000명 양성, 에너지밸리센터 공동 건설, 국내 전력분야 대기업 유치, 중소기업 육성펀드 2000억 원 조성 등을 통해 에너지밸리 조성을 완성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전남도는 이른바 '5-6-700 로드맵'을 통해 한전, 한전KDN, 우정사업정보센터,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5대기관을 주요 타깃으로 2020년까지 6년간 협력기업 700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한전 등 공공기관 입주가 사실상 완료되었는데, 이를 일자리 창출 및 투자유치로 연계할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나주 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 16개 중 13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우리 도는 혁신도시 이전 기관의 연계-협력기업 유치 지원, 전문인력 양성, 취업지원 등을 위해 유관기관-지자체와 함께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기관과 함께 에너지-ICT기업 유치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공동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특히 에너지-ICT 연관기업에 대해서는 고용보조금 지원조건을 완화해 신규 채용인력이 5명을 넘으면 1인당 월 5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올해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에 선정(최우수상)돼 국비 지원을 받게 된 'ICT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본격 추진해 매년 50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말 빛가람 혁신도시 공공기관협의회를 발족한 데 이어, 올해 도청 인사에서 한전, 농식품유통공사, 농어촌공사에 4급 간부 3명을 '지역협력관'으로 처음 파견했다. 하반기에는 한전에 3급 간부를 파견해 인적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공공기관과 투지유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의 단계적 확대방안을 논의해 지속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집무실에 ‘혁신도시 정주여건 상황판’을 만들어 놓고 날마다 수시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집무실에 ‘혁신도시 정주여건 상황판’을 만들어 놓고 날마다 수시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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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층의 일자리가 늘어나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 되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당장은 혁신도시 입주민들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이 더 시급해 보인다.
"(집무실 상황판을 가리키며) 집무실에 '혁신도시 정주여건 상황판'을 만들어 날마다 수시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실-국장 방에도 교통, 교육, 치안, 의료 등 분야별로 상황판을 설치해 점검하라고 했다, 보건복지국은 병원, 건설방재국은 도로 등. 이런 게 다 투자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낙연 지사는 국회 농림수산위원장 시절에도 '막걸리 예찬론자'이다. 예로부터 막걸리는 농민들이 일터에서 마시는 노동주이기도 하지만 배가 불러서 많이 못 마시기 때문에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금도 혁신도시 공공기관 임직원들과 '막걸리 회담'을 통해 정주여건과 관련된 건의사항을 꼼꼼히 챙긴다.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도시와 광주를 오가는 버스노선을 확대하고 운행회수를 늘렸으며 1월1일부터 혁신도시~서울-남악간 시외버스를 신설했다.

의료 시설과 젊은 학부모를 위한 자녀 교육 문제도 정주여건 완비를 위한 이낙연 지사의 최우선 관심사이다. 한전이 입주하면서 1월5일 빛가람건강생활지원센터가 개원해 진료를 시작했고, 신축중인 4개 메디컬빌딩이 3월중 완공되면 소아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혁신도시 인근 호혜원 양돈축사 악취로 인한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상반기 중에 우선 돼지축사에 대한  폐업보상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폐업보상비 80억원)도 편성했다.

- 혁신도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직 개편을 했다고 들었다.
"(백지에 '新都里'라는 글자를 써보이며) 빛가람혁신도시가 들어선 곳의 지명이 원래 '신도리'다. 혁신(革新)의 '신'과 도시(都市)의 '도', 이곳에 혁신도시가 들어섰으니 참 신기하지 않은가. 2020년까지 500개, 2018년까지 220개 기업 유치 위해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총괄하는 '일자리정책실'을 선임부서로 만들었다. 도정 목표가 그곳에 있음을 강조하고, 경제국에는 중소기업과를 신설했다. 그간 많이 뛰었지만 생각만큼 일자리가 늘지는 않았다."

이 지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남 동부권의 핵심산업인 석유화학-철강-조선산업의 고도화와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한 결과, 여수산단(석유화학)과 대불산단(조선-해양)이 지난해 산자부 공모사업인 혁신산단으로 선정되었다. 전국 7개 혁신산단 중 2개가 전남도 산단이니 상당한 성과다. 이에 따라 여수산단에는 2024년까지 3520억 원, 대불산단에는 2023년까지 1825억 원을 투입하도록 결정돼, 산단 노후 문제를 해소하고 혁신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

"KTX 서대전 경유 문제 안타까워... 피해의식 건드렸다"

-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철강, 조선업은 전남 동부권의 핵심산업이기도 한데,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석유화학-철강-조선산업의 고도화와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행히 여수산단과 대불산단이 작년에 혁신산단으로 선정돼 새로윤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밖에 차세대 고부가가치 화학소재 개발 및 기술 고도화를 위해 광양 세풍산단을 중심으로 '기능성 화학소재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올해 설계비로 국비 25억 원을 확보했는데 2019년까지 총 1310억 원을 투입해 R&D 및 융복합 소재 실증화센터를 구축하고 연관기업을 집중 유치하겠다."

- 지난 2005년 도청이 광주에서 무안(남악)으로 이전하면서, 동부권 주민들이 민원처리에 불편을 겪는 등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동부지역본부를 개설했는데, 동부지역본부는 그 전에 있던 동부출장소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것인가.
"기존의 동부출장소는 여수, 순천, 광양, 구례, 곡성, 고흥, 보성 등 동부권 7개 시-군을 관할하기에 조직과 인력이 다소 미흡했다. 그래서 기존의 과 단위 출장소(1과 3담당 17명)를 국 단위의 동부지역본부(1국 3과 11담당 60여명)로 확대하면서 환경 업무는 통째로 넘겼다. 조직 책임자도 4급에서 3급으로 격상시켰다. 환경 이외의 다른 업무도 본청까지 오지 않아도 되도록 업무를 대폭 이관했다. 또 본청  방문이 필요한 업무는 담당 직원이 동부지역본부에서 접수해 원스톱으로 처리하도록 체제를 갖췄다.

이밖에 동부지역본부 소관 민원업무를 개발해 올해부터 83종(2014년 26종)으로 대폭 확대했고, 동부권 7개 시-군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민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전임자 시절에는 환경 관리권 업무 중에서 1~3종을 도에서 처리하고, 4~5종을 시-군이 하도록 위임했는데 3종까지 모두 넘겨줬다. 이에 대한 동부권 주민 여론조사의 반응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동부지역본부 기능을 확대해 '실질적인 제2청사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쩍 갈등 요인들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남개발공사 사장 선임을 둘러싼 일부 언론의 비판과 광주 군사공항 전남 이전,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서남해안에 큰 판을 벌이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된 J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있다.

- 최근 지역의 갈등 현안을 보니 국회의원 할 때보다 10배, 100배는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광주 군사공항 전남 이전 문제와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서 민간과 군공항이 붙어간다는 것은 안된다. 그렇다면 무안공항에 군 공항이 오는 것도 안된다. 이 문제는 국방부에 넘어가 있으니 인센티브 등 발표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KTX 서대전 경유 문제는 참 안타깝다. 호남인들의 오래된 피해의식을 건드려 버렸다. 이러면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호남은 천천히 가도 되는 것처럼 하면 호남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토부가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국토부가 애초 취지대로 하는 게 옳다."

'100원 택시' 이야기를 꺼내자, 이 지사 낯빛이 밝아졌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즉석에서 백지에 ‘新都里’라는 글자를 써보이며 ‘신도리’에 혁신도시가 들어섰으니 참 신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즉석에서 백지에 ‘新都里’라는 글자를 써보이며 ‘신도리’에 혁신도시가 들어섰으니 참 신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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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개발 사업)와 F-1(포뮬라 원)은 전임 박준영 지사 때의 핵심사업이다. 이 지사는 이를 중단 또는 보류했는데 그렇게 결정한 배경과 향후 구상이 궁금하다.
"F-1은 재정 부담과 물적, 심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했다. 그동안 F-1 대회를 4번 했는데 누적적자가 1900억 원이 넘어, 도내 기업과 도민 부담이 꽤 컸다. F-1을 계속 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경우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F-1측과) 아직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했다.

J-프로젝트는 계획보다 규모를 축소했다. 개발사업에 참여한 기업 입장에서는 중앙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버거웠다. 그래서 기준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진입도로 공사와 함께 계속되고 있다는 확신과 가시화가 되면 활성화 될 것이라 본다. 수요조사를 잘해서 사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J프로젝트의 시작이 골프장이어서 크게 보일 뿐이다."

'100원 택시' 이야기를 꺼내니 다소 어두웠던 이 지사의 낯빛이 한결 밝아졌다. 이낙연 지사의 대표공약인 '100원 택시'는 한국정당학회 매니페스토 정책평가단이 실시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공약평가에서 1등을 받은 6·4 지방선거 최고의 공약이다.

전남에는 노선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교통 오지마을이 316개소에 이른다. 이곳에 사시는 주민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자식들이 보고 싶어도 이동이 쉽지 않는 실정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하반기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100원 택시'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100원 택시' 사업은 교통 오지 주민들이 100원을 내고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나 읍·면 소재지까지 이동하면, 차액을 사후에 도비와 시·군비로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 '100원 택시'는 이낙연 지사의 대표 브랜드 생활밀착형 사업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도내 316개 마을은 버스도 안 들어간다. '100원 택시'는 마을주민이 택시 부르면 가까운 정류장까지 차액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제도이다. 지난해 보성과 화순에서 시범운영 후 성공을 확신했다. 요금이 낮아서 많은 분들이 이용하면 지자체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는데 그렇지 않다.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유가 병원 가는 것과 손주 보러 가는 것이다. 이 정도는 도와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것마저도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이용을 절제하고 있다. 올해 11개 시-군에서 본격 운행하면 235개 마을이 해소가 된다.  마을 수로 보면 전체의 74%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낙연 지사는 2000년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대변인을 했다. 이 지사가 대통령당선자 시절부터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상황판을 만들어 경제위기를 극복한 '김대중의 리더십'으로 빛가람혁신도시라는 '노무현의 선물'을 가꾸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이 인터뷰 내내 떠나지 않았다.


태그:#이낙연 , #빛가람혁신도시, #전라남도, #100원 택시, #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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