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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5일 19회 BIFF 행사 일환으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영화<화장>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 지난해 10월 5일 19회 BIFF 행사 일환으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영화<화장>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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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아래 BIFF)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영화계와 지역 여론이 반발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이번 사태를 지난해 BIFF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2개 영화인단체는 26일 성명을 내고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전문보기).

영화인들은 이 위원장 사퇴 권고를 두고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라면서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긴 하나 특정 영화를 틀거나 틀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인들은 <다이빙벨> 상영이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 주장해온 서병수 부산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영화제라면 정치인이 작품 선정에 관여할 수 없다"라면서 "영화제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정치적 입장을 띈 영화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면 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라며 "만약 지금과 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부산시는 영화인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 지켜온 BIFF 정신에 정면 위배"

지난해 10월 6일 부산 해운대 우동 CGV센텀시티점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다이빙벨>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에서 노란리본을 단 관객이 입장하고 있다. <다이빙벨>은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목도한 제작자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 BIFF 초청작 '다이빙벨' 상영 지난해 10월 6일 부산 해운대 우동 CGV센텀시티점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다이빙벨>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에서 노란리본을 단 관객이 입장하고 있다. <다이빙벨>은 2014년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목도한 제작자가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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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올해 BIFF 참가와 부산에서의 영화 촬영을 전면 거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2004년 부천시장이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몰아낸 뒤 국내외 영화계에서 부천영화제 참가를 거부한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지역언론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26일 사설을 통해 이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외압으로 해석될 소지가 매우 높다"라면서 "시장의 뜻이라며 영화제 수장에게 물러나라고 종용하는 것은 BIFF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일보>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권 시절에 BIFF가 '좌파 영화제'라는 얼토당토않은 정치적 공세를 받을 때 당시 허남식 전 시장이 영화제 예산을 늘리며 적극 지원에 나서 바람막이 역할을 했던 것과는 참으로 대조되는 모습"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 위원장에게 하루아침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외압에 맞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지켜 온 BIFF의 정신에 정면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시는 이 위원장의 사퇴 종용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사퇴종용이 영화제 독립성 유지?... 앞뒤 안 맞는 부산시

지난해 10월 6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인 <다이빙벨>에 대한 상영 반대 입장을 밝혀온 서병수 부산시장은 앞으로도 논란이 있는 상영작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사를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해 10월 6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인 <다이빙벨>에 대한 상영 반대 입장을 밝혀온 서병수 부산시장은 앞으로도 논란이 있는 상영작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사를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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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산시는 이 위원장의 사퇴 요구를 공식화했다. 부산시는 지난 24일 낸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 입장'을 통해 "집행위원장의 거취문제를 비롯한 인적쇄신 등 조직혁신 방안과 영화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비전을 제시할 것을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가 이 위원장를 향한 사퇴 명분 중 하나로 든 '프로그래머 활동의 독립성 유지'를 훼손하는 게 정작 부산시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는 서 시장의 반대에도 BIFF가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하자 이례적으로 업무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지도점검에 나서 '표적 감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도 했다(관련기사 : 영화제 감사 시작...'다이빙벨' 상영했기 때문?).


태그:#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서병수, #다이빙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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