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난적' 이라크를 만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6일 저녁 6시(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오스트레일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이라크와 격돌한다.

이 경기의 승자는 오는 31일에 같은 장소에서 호주-UAE전 승자와 결승전을 치르고, 패하면 뉴캐슬로 이동해 30일 패자끼리 3-4위전을 치르게 된다. 한국 축구는 지난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상처뿐인 영광' 이라크, 연장 혈투에 경고 누적까지

한국은 지난 22일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었다. 조별 예선과 8강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에이스' 손흥민(레버쿠젠)이 멀티골을 기록하며 멋지게 부활했고, 최고참 차두리(FC서울)의 '폭풍 질주'는 보는 이들의 가슴마저 뻥 뚫리게 할 만큼 시원했다.

승리는 달콤했지만 이 기분 좋은 두 골이 정규 시간이 아닌 연장전에 나왔다는 점은 '옥에 티'였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120분을 소화한 선수들은 준결승을 앞두고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실제로 손흥민이나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그라운드를 뛰어 다녔다.

하지만 다음 날 지친 한국팀에게 선물(?)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한국의 4강 상대를 결정하는 이란과 이라크의 8강전이 연장전까지 6골을 주고 받으며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까지 간 것이다. 내심 이들의 연장전을 기대했던 한국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이라크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라이벌' 이란을 7-6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지만 승리에 대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 이란과 혈전을 치른 후 단 이틀 밖에 쉬지 못하고 이번 대회 유일한 무실점 팀 한국과 준결승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라크는 헥심 미드필더 야세르 카심이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에 출전할 수 없다. 반면에 한국은 2장의 경고를 받은 선수가 없어 부상으로 이탈한 이청용(볼튼 원더러스)과 구자철(FSV마인츠05)을 제외한 21명의 선수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은 체력으로나 전력으로나 사기로나 이라크에 비해 한결 유리한 상황에서 준결승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우승 후보였던 이란과 일본이 8강에서 조기 탈락한 것처럼 축구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아시안컵의 흑역사, 방심은 금물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연장 전반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키자 차두리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연장 전반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키자 차두리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2007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도 한국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에서 바레인에게 덜미를 잡힌 충격을 극복하고 8강에서 이란을 승부차기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 때도 4강 상대는 이라크였다. 이라크는 A조에서 호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한 수 아래인 오만, 태국전을 비기며 조별리그에서 승점을 5점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8강에서도 운 좋게 약체 베트남을 만나 어렵지 않게 4강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한국은 120분 동안 이라크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하고 말았다(그리고 이라크는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아시안컵의 패배는 한국축구의 아시안컵 도전사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흑역사'다.

한국은 이라크와의 역대 전적에서 6승10무2패로 앞서 있다. 무승부 확률이 무려 55.6%로 10번을 붙으면 반 이상 비겼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이라크는 한국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의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반에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면 생각보다 훨씬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이라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주장이자 스트라이커 유니스 마흐무드. 비록 지금은 소속팀이 없지만 2007년 대회 MVP와 득점왕을 휩쓴 이라크 축구의 영웅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 또한 매우 뛰어나다. 마흐무드는 이번 대회에서도 2골을 넣으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변변한 원톱 자원 없이도 준결승까지 순조롭게 올라왔다. 이는 김진현 골키퍼(세레소 오사카)를 비롯해 곽태휘(알 힐랄FC), 김진수(TSG1899호펜하임), 박주호(FSV마인츠05) 등 한국의 수비라인이 든든하게 상대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준결승에서도 한국의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주역들이다.

이번 아시안컵은 한국을 제외한 조별리그 1위팀이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어려운 상대들이 대거 탈락한 만큼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분명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아직 힘겨운 두 번의 관문이 남아있다. 따라서 일단은 눈 앞에 보이는 이라크전에 모든 전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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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준결승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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