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칼튼, 스티브 루카서

래리 칼튼, 스티브 루카서 ⓒ 유앤아이 커뮤니케이션즈


지난 23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기타리스트 래리 칼튼 & 스티브 루카서 내한공연은 '이것이 바로 기타 연주다!'라고 과시해도 좋을 만큼 두 연주인의 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무대였다.

사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이지만 지금의 대중 음악계 흐름에선 조금은 빗겨나간, 1970~80년대가 전성기였던 인물들인 탓에 어느 정도 관객들이 모일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실제 공연장은 20~30대 젊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특히 실용음악과 학생부터 아마추어 밴드 카페 회원, 음악학원 수강생 등 직접 음악을 하는 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덕분에 기타까지 둘러메고 온 열혈 '기타 키드'들의 모습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유튜브로 보면서 연습하는 것과 대가들의 실제 연주를 지켜보는 건 또 다른 맛이 있다보니 여타의 공연장과 달리, '학구적'인 분위기가 공연 내내 객석에서 감돌았다. 

이날 공연의 오프닝은 인기 록밴드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맡았다. 그가 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영화 <기술자들>의 메인 타이틀 곡과, 역시 영화 <러브 스토리>의 테마 '웨어 두 아이 비긴(Where Do I Begin)'을 화려한 핑거링을 곁들인 연주로 들려주며 대강당의 분위기를 끌어 올려줬다. 비록 여건상 라이브 밴드 대신 MR 반주에 맞춘 연주였지만, 국내 기타 장인의 면모를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10분 정도의 정비 시간 이후 이날의 주인공들인 래리 칼튼과 스티브 루카서가 모습을 드러내자 1천 5백여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맞아줬고, 제프 벡의 고전 '더 펌프(The Pump)'의 연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2001년 발매한 두 사람의 조인트 공연 실황음반 <노 섭스티튜션스: 라이브 인 오사카>에서도 첫 곡으로 쓰일 만큼 이 곡은 어느덧 두 사람의 무대에선 고정 애청곡으로 자리 잡았다.

역시 같은 음반에서도 연주했던 재즈 명곡 '올 블루스(All Blues)'는 10여분 넘는 긴 시간에도 지루함 없이 연주, 만만찮은 솜씨를 뽐냈다. 특히 백밴드로 참여한 키보디스트 제프 뱁코(미국 ABC TV 인기 토크쇼인 '지미 키멜 라이브'의 하우스 밴드 소속), 최근 토토의 새로운 드러머로 발탁된 키스 칼록, 래리의 아들인 베이시스트 트래비스 칼튼도 주인공들 못잖은 신들린 듯한 솔로 연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세 번째 곡으론 최근 세상을 떠난 퓨젼 재즈 그룹 크루세이더스의 리더 조 샘플을 추모하는 의미로 이 팀의 초기 대표곡인 '릴리스 오브 더 나일(Lilies Of The Nile)'을 선사했다.  (크루세이더스는 래리 칼튼이 1970년대 몸담았던 팀이었던 터라 그에겐 남다른 감회가 곁들어졌을 듯)

이어 수많은 기타리스트와 록 밴드들이 커버해온  블루스 명곡 '크로스로즈(Crossroads)'를 스티브의 보컬로 힘차게 들려줬다. 스티브 루카서가 록그룹 토토에선 보컬도 겸하지만 두 사람의 합동 공연에선 주로 노래 대신 연주로만 일관했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제자' 스티브, 발군의 실력으로 공연 주도

 공연 종료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래리 칼튼 & 스티브 루카서 공연 멤버들

공연 종료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래리 칼튼 & 스티브 루카서 공연 멤버들 ⓒ 김상화


14년 전 첫 내한 때와 달리, 이번엔 스티브가 자신의 '스승'인 래리보다 전면에 나서며 전반적인 연주를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무대엔 마이크가 2대 놓여 있었지만 래리는 특별한 멘트 없이 기타 연주에만 주력했고, 스티브가 전담으로 관객들에게 인사 및 멤버 소개 등을 맡아 진행했다. 특히 "래리는 지난 40여년 동안 나의 스승이자 영웅이었다"면서 공연 내내 래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하는 스티브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살짝 뜨거워진 열기를 식히는 차원에서 이어진 곡은 래리의 걸작 '잇 워즈 예스터데이(It Was Yesterday)'였다. 일렉트릭 기타 지망생이면 한두 번쯤 연주에 도전해보는 필수 아이템인 이 곡에서 역시 자신의 메인 장비인 깁슨 ES-335 기타의 특유의 공명감을 살린 솔로 연주로 대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잼 세션 스타일의 신곡(제목 소개 멘트를 미처 제대로 듣지 못했다)에선 키스 칼록의 현란한 드럼 솔로 연주가 단연 압권이었다. 아직 대중들에겐 인지도가 낮은 인물이지만 명그룹 스틸리 댄의 투어 드러머를 거쳐 새롭게 토토의 정식 멤버가 되었는지를 살짝 짐작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여기에 지미 헨드릭스의 원곡 '리틀 윙(Little Wing)'이 연주되자 객석에선 또 한 번 큰 박수 갈채가 이어졌고, 래리의 대표곡 '룸 335(Room 335)'로 이날 공연은 절정에 치달았ㄷ. 이 곡을 끝으로 래리와 스티브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퇴장했으나, 예상대로 다시 등장한 밴드 멤버들은 '진짜 마지막 곡'으로 비틀즈의 명곡 '와일 마이 기타 젠틀리 윕스(While My Guitar Gently Weeps)'를 스티브의 보컬과 함께 들려주며 마무리 지었다.

10분 이상의 대곡 위주 구성인 터라 단 9곡의 연주가 100분 가까이 진행되었음에도 두 사람의 연주는 지루함 없이 관객들을 끌고 나갔다. 왜 이들이 기타의 '명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증명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재즈/블루스(래리) vs 팝/하드 록(스티브) 등 서로 대조되는 연주 스타일을 지녔지만 상호 존중의 미덕으로 적절히 파트를 분배하면서 곡을 이끌어가는 점은 이날 공연장을 찾은 수많은 기타리스트 지망생들에겐 '기타 연주의 모범 답안' 이상의 가치를 남겼을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콘서트를 마친 이들은 곧장 일본으로 건너가 다음달까지 순회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래리 칼튼 스티브 루카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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