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FA 최대어 장원준을 얻는 데 성공했다. 두산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유네스키 마야, 그리고 전혀 다른 타입의 투수인 좌완 장원준과 유희관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2015 시즌 10개 구단 중 최강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불펜 쪽에는 비상이 걸렸다. 마무리 이용찬과 우완 셋업맨 홍상삼이 군에 입대했고 두산에서 가장 믿음직한 불펜 투수 정재훈은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됐다. 그렇다고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시점에서 새롭게 투수를 보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기존 투수들이 더욱 분발해서 불펜의 구멍을 메워야 한다. 다행히 두산에는 3년 전 가능성을 뽐내며 돌풍을 일으켰던 젊은 투수가 있다. 지난 2년의 부진을 극복하고 다시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나려는 잠수함 유망주 변진수가 그 주인공이다.

놀라웠던 루키 시즌,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2년 차 징크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변진수는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오면서 충암중으로 전학했다. 그리고 충암고 진학 후 기량이 급상승하면서 경남고의 한현희(넥센 히어로즈), 경북고의 임기영(KIA 타이거즈)과 함께 고교 넘버원 잠수함 자리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2011년 처음 시행된 주말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변진수는 황금사자기에서 5경기 연속 완투승이라는 괴력을 선보이며 충암고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런 대활약이 오히려 '혹사논란'으로 이어지면서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라운드(전체13순위)까지 밀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변진수는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두산 불펜진이 무너진 6월부터 1군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추격조 정도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변진수의 활약은 기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변진수는 2012년 31경기에 출전해 4승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하며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변진수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에 등판해 4.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고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한현희도 그 해 43경기에서 3승 4패 7홀드 3.12를 기록했다. 투구 내용에서는 변진수가 결코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될 거 같았던 둘의 라이벌 구도는 2013년부터 한쪽으로 크게 기울고 말았다.

한현희는 2013년 5승 1세이브 27홀드 3.21의 성적으로 홀드왕을 차지했다. 반면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린 변진수는 2승 1패 6홀드 4.70으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그나마 포스트시즌에서는 7경기 9이닝 2실점으로 선전했지만, 승부처에서 김진욱 전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2년의 부진 씻고 두산 불펜의 희망으로 거듭날까

변진수는 작년 시즌에도 시범 경기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개막 엔트리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1군과 2군을 오가며 주로 추격조로 등판했고 31경기에서 3홀드 5.08의 평범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33.2이닝 동안 삼진 29개를 잡았을 정도로 구위는 괜찮았다. 볼넷이 단 10개에 불과했으니 제구력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와의 수 싸움에서 번번이 패하며 득점권 피안타율이 .342에 달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변진수는 다소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음에도 6500만 원이었던 연봉이 올해 7300만 원으로 인상됐다. 물론 그 사이 한현희의 연봉은 2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 불펜에서 변진수가 해야 할 역할은 크다. 이제는 유망주가 아닌 당당한 주력 투수로 자리를 잡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변진수가 올 시즌 가장 보완해야 할 부분은 바로 좌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다. 변진수는 작년 시즌 우타자를 상대로 .237의 준수한 피안타율을 기록했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무려 .419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피홈런도 3개 중 2개를 좌타자에게 맞은 것이다.

같은 잠수함 투수인 오현택과의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1군 엔트리에 불펜 잠수함 2명을 두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오현택은 변진수보다 구위는 떨어지지만 변진수가 부진했던 지난 2년 동안 두산 불펜을 지탱해온 투수로 변진수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어느덧 프로 4년 차가 된 변진수는 올해도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더 늦기 전에 군입대를 생각해야 한다. 신인 시절 겁 없는 투구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던 변진수는 2015년, 황량해진 두산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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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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