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한국야구위원회는 프로야구 중흥을 위해 해외에 진출했던 선수를 국내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해외파 특별지명'을 시행했다. 이 제도를 통해 김병현(KIA타이거즈)을 비롯한 8명의 선수가 국내에서 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이 미국에서 보여준 활약과 기대치가 워낙 컸던 만큼 국내 구단에서 받은 몸값의 규모도 대단했다. '핵잠수함' 김병현이 16억 원,'빅초이'  최희섭(KIA)이 15억5000만원의 거약에 계약을 했고 빅리그 1승에 불과한 류제국(LG 트윈스)도 6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최고의 부자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선택한 좌완 투수 채태인의 몸값은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고작(?)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외파 특별지명이 열린 지 8년이 지난 지금, 가장 몸값이 낮았던 채태인은 당시 지명됐던 선수들 중 최고의 스타가 됐다.

타자 전향-뇌진탕 후유증 극복하고 '천재 본능' 발휘

채태인은 부산상고(현 개성고) 시절 팀을 황금사자기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좌완 유망주였다. 하지만 어깨부상 전력 때문에 신인 지명 순위에서 뒤로 밀렸고 결국 2차 10라운드까지 가서야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다.

채태인은 국내 프로야구 대신 미국 진출을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의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채태인은 곧바로 어깨수술을 받으며 오랜 재활에 들어갔고 결국 실전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채태인은 2005년 보스턴에서 방출된 후 2007년에 열린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삼성에 입단했지만 구단도 팬들도 '투수' 채태인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채태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종두 타격코치였다.

고교시절 타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낸 바 있는 채태인은 이종두 코치의 권유로 타자로 전향했고 이후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2009 시즌에는 1군에서 타율 .293 17홈런 72타점을 기록하며 최형우, 박석민과 함께 삼성 타선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채태인은 2010년 8월 파울 플라이 타구를 잡다가 뇌진탕 부상을 당했고 그 후유증은 무려 2년 이상 계속됐다. 특히 이승엽이 국내에 복귀한 2012년에는 타율 .207 1홈런9타점으로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그렇게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던 채태인은 2013년 모두를 놀라게 한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2013 시즌 94경기에서 타율 .381 11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며 장외타격왕에 오른 것. 5000만원까지 떨어졌던 연봉은 무려 320%가 인상된 2억1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천재'가 돌아온 것이다.

찬스에 강한 채태인이 홈런포까지 살아난다면?

채태인의 2013년 활약은 우연이 아니었다. 채태인은 작년 시즌에도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317 14홈런 99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야마히코 나바로 같은 쟁쟁한 타자들 사이에서 3번타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362였고 실책은 단 2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안정된 수비력까지 과시했다. 삼성 통합 4연패의 당당한 주역이 된 채태인은 또 다시 연봉이 1억1000만원이 올라 3억3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올 시즌에도 삼성의 야수들 중에서 채태인의 자리를 넘볼 만한 1루수 자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느덧 채태인은 일본으로 진출하기 전의 이승엽이 그랬던 것처럼 삼성의 대체불가 1루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채태인의 작년 시즌 기록을 보면 뭔가 허전함을 감출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14개에 그친 홈런수다. 채태인은 리그에서 8번째로 많은 타점을 올렸지만 홈런은 팀 내 5위(전체 공동28위)에 불과했다.

채태인은 지난 2009년 108개의 안타로 17홈런을 때린 바 있다. 당시 채태인의 장타율은 .514였다.하지만 작년 시즌 채태인은 156개의 안타를 때렸음에도 14홈런에 그쳤다. 장타율이 .484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떨어진 장타율 만큼 출루율이 올라간 것도 아니다(출루율 39위).

사실 30홈런 타자가 3명이나 되는 삼성에서 굳이 채태인까지 많은 장타를 때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야마히코 나바로는 언제 떠날지 모를 외국인 선수이고 이승엽은 불혹의 노장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채태인이 이들의 빈자리를 매워야 한다는 뜻이다.

채태인은 호쾌한 스윙과 시원한 홈런포로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 김태균(한화 이글스), 최준석(롯데 자이언츠) 등과 동갑내기인 채태인은 아직 교타자로 전환하기엔 어린 나이다. 채태인이 올 시즌 잃어버린 홈런 본능을 되찾아 삼성 타선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채태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