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이 끝난 이후 열린 스토브리그에서 SK는 'FA 최대어'나 마찬가지인 정근우를 한화에게 내줬다. 공식적인 발표 금액은 70억 원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계약이었다. 물론 강민호가 롯데와 재계약하며 75억원이라는 금액에 도장을 찍었지만 SK의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정근우의 이적은 SK팬들뿐만 아니라 타 팀 팬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시즌 정근우가 없는 SK 내야진은 헐거웠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베테랑 유격수인 박진만도 부상의 여파로 인해 한동안 나올 수 없었다. 김성현이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듣긴 했지만 아직은 완성형의 모습이 아니었다.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최정 역시 여느 때와는 달리 조용한 한 해를 보내며 골든글러브마저 박석민에게 자리를 내줬다. 전반적으로 1루수 박정권을 제외하곤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이었다.

현재 SK의 2루 주인은 나주환이다. 군입대 전 유격수를 주로 맡았던 그는 지난해 2루로 자리를 옮겼다.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실책은 10개를 기록해 정훈(롯데, 13개), 나바로(삼성, 11개) 등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2014시즌 '풀타임' 나섰지만 아쉬웠던 나주환

지난 시즌 이만수 전 감독은 정근우를 대신할 2루수로 나주환을 택했다. 박승욱 등 유망주들보단 경험이 있는 내야수를 택하고 싶었던 이 전 감독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 결과 나주환은 128경기 중 127경기에 출장, 한 경기를 제외한 정규시즌 전 경기에 나서며 체력적인 면에선 분명히 합격점을 받았다. 타율도 2할7푼3리로 썩 나빠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나주환의 활약은 아쉬움을 남겼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고 단정짓기엔 애매모호하다.

무엇보다도 타 팀 2루수들의 활약이 다른 해보다 두드러졌다. 삼성의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는 20-20을 뛰어넘었고 서건창(넥센)은 KBO 최초 단일시즌 200안타를 달성, 안치홍(KIA)과 오재원(두산)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에 비해 나주환이 주목을 받지 못한 건 부정할 수 없다. 팀 성적도 좋지 못했고 팀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안 좋았던 걸 감안하더라도 예전의 나주환과 달랐다.

한창 잘 나갔던 나주환의 시즌이라면 단연 2009년과 2010년 두 시즌을 떠올리는 SK팬들이 많다. 정근우와 키스톤 콤비를 맞추며 2009년엔 11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8리 100안타(15홈런 포함) 65타점을 기록, 이듬해엔 10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6푼9리 82안타(7홈런 포함) 42타점을 기록했다. 실책은 각각 15개와 13개를 기록해 오히려 지난해 실책 개수보다 많았다.

결국엔 수비도 수비이지만 타격에서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게 컸다. 다른 시즌이었다면 평균 수준이었을 텐데 유난히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 규정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 중 최하위인 김재호(두산)가 2할5푼2리를 기록했다. 나주환과는 불과 2푼1리 차이인데, 아니나 다를까 2할7푼3리의 나주환은 55명 중 49위로 역시나 하위권이다. 홈런이라도 많이 쳤으면 좋았으련만 7개로 2009년(10개)보다 적다.

리그의 흐름을 쫓아가기 위해서라도 나주환은 공격에서 보강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두산 시절 2루수 경험도 있어 엄밀히 말해 2루 위치에서 적응이 필요했던 건 아니다. 김용희 감독은 스토브리그 기간에 2루수 출신 외국인타자를 원했을 정도로 빈약한 타격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다. 이를 풀어나가지 못하면 자칫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떠오르는 신예' 박계현, 붙박이 2루수 도전장 내밀었다

김용희 감독은 고심 끝에 외국인타자로 앤드류 브라운, 외야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 다시 말해 2루 자원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가리겠다는 것이다. 막판까지 외국인타자와의 협상에서 포지션을 놓고 오랜 고민을 했지만 적어도 올해는 국내 야수들을 믿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러 가지의 이유 가운데서도 박계현의 가능성에 대해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계현은 유격수와 3루, 2루 수비도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이다. 주루 능력도 좋고 컨택 능력도 기대 이상이라 지난 시즌 후반 SK팬들에게 자주 모습을 보였던 선수 중 한 명이다. 팀이 마지막까지 4강 싸움을 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고 6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푼1리를 기록해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프로 데뷔 이후 첫 1군 무대를 밟은 뒤로부터 선배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알짜배기 내야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포지션이 소화가 가능하고 전반적인 능력이 좋은 선수를 벤치에서 대기시키기엔 아까운 감이 없지 않다. 박진만과 김성현 2파전 경쟁 구도로 좁혀진 유격수 자리와 최정이 버티는 3루 자리는 주인이 정해졌다는 걸 감안하면 2루 수비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풀타임으로 출전하게 됐을 때의 체력 문제가 관건이 되겠지만 그 이외에선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외국인타자 주인공이 외야수가 된 만큼 이제 더 이상 외부 영입을 통해 2루 자원을 메우기는 어렵다. 정근우의 빈 공백을 완전히 지워버리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SK도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할 수만은 없다. 넓게 바라보고 카드를 선택한다면 박계현이 많은 경기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바람직하다.

다만 체력 문제 대처와 61경기로 다 보여주지 못한 장, 단점 파악은 박계현과 SK 코칭스태프가 풀 과제이다. 지난해보다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SK의 목표라면 박계현으로 모험을 걸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가능성과 현실을 두고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는 김용희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몫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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