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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김남연 회장과 학부모 및 학생,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30여명은 오후 3시경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에 진입한 모습.
 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김남연 회장과 학부모 및 학생,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30여명은 오후 3시경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에 진입한 모습.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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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시끌벅적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 CCTV의무설치라는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직도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내기 무섭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몇 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허나 그보다 더 오래, 아니 평생을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있다. 바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다.

지난 22일 경기 광주시청 시장실에서는 장애인 학부모들의 점거농성이 있었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김남연 회장과 학부모 및 학생,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30여 명은 오후 3시경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향림원이 일방적으로 급식시설 이용중단 및 차량운행 협조중단을 통보했다"며 "각종 비리의혹이 제기되는 향림원에 대해 외부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성추행, 폭행 피해자를 즉각 시설에서 분리하라"고 주장했다.

4시 30분경 청사 회의실에서 조억동 광주시장과 면담 후 양측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이후 한소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동식 소장과 조 시장의 단독면담에서 "향림원 피해자들의 즉각적인 분리와 향림원 비대위에서 추천하는 외부회계사를 선임하여 특별회계 및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감사를 통해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합의문을 이날 오전 2시경 작성하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김남연 회장과 학부모,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과 조억동 광주시장 및 시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김남연 회장과 학부모,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과 조억동 광주시장 및 시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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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림원, 제2의 형제 복지원 될 수 있다'

"이렇게 복합적인 비리는 저희가 다니면서도 본적이 없어요. 향림원이 완전 비리백화점이에요. 이걸 다른 기관에 고발하러 갔더니 이 정도면 부산형제복지원을 비슷한 사례라고 얘기하더군요."

김남연 전국 특수장애인 학부모 협의회 회장은 설명했다. 장애인시설 비리에 있는 전형적인 수법은 다 썼다며, 이 정도면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에 버금간다고 전했다. 더불어 시청 측이 억울하다면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적극적 해결은 바로 법인해산이며 검찰의 직접수사를 촉구했다.

이날의 상황이 벌어진 경위는 향림원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던 단체들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그동안 시장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면담 요청이 이루어지지 않자 그들은 이날 노숙농성을 감행했던 것이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김남연 회장과 학부모,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조억동 광주시장과의 면담도중 발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 김남연 회장과 학부모,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조억동 광주시장과의 면담도중 발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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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부모들을 울보로 만든 가혹한 사회

"제가 낳은 아이도 제가 죽으면 시설에 들어가야 됩니다. 이게 우리 아이들 미래입니다."

향림원 문제해결을 위해 청사에 온 그녀들은 강하고 매서웠다. 차갑고 이성적이며 격정적으로 항의했다. 그러나 때때로 목이 메기도 하며 눈시울도 붉어졌다. 향림원 내 2명의 인권피해자. 자신의 자녀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림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2명의 장애인들을 생각하며 갑작스레 울먹이기도 했다. 대체 왜 이 어머니들은 강하면서도 연약한 울보가 된 것일까?

"자식과 한 날 한 시에 죽는게 소원입니다. 내 자식은 내가 죽으면 시설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내 자식을) 내가 죽은 후에 시설에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조억동 광주시장과의 면담도중 한 어머니는 울먹이며 이런 말을 했다. 비장애의 자녀를 가진 대한민국의 부모가 자식을 불안에 떨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는 몇 년. 그 몇 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을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평생을 시설내의 폭행과 가혹행위 등에 대한 공포를 품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들이 장애인 시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저급한 급식에 대한 항의 후 향림원의 급식시설 이용중단을 통보당한 동현학교. 그 안에 총 100여 명의 학생 중 부모가 없는 70여 명의 아이들. 언젠가는 자신의 아이들도 고아가 되어 시설에 입소하게 될 것을 걱정하는 그들. 그래서 그냥 모른척 할 수 없다고 자신의 답답한 감정을 호소했다. 자기 아이가 이렇게 당한다고 생각하면 잠이 오겠나며, 이런 시설을 바로잡지 못하면 눈 못 감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그날 광주시청 시장실에서는 그렇게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갈 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한소울장애인 자립생활센터 한동식 소장이 조억동 광주시장과의 면담도중 감정을 억누르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 한소울장애인 자립생활센터 한동식 소장이 조억동 광주시장과의 면담도중 감정을 억누르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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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진정 원하는 건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사회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어떤이는 일반적인 삶을 처절하게 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고통스런 시간이 반대로 초코렛보다 달콤하게 주어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 있다.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음은 인류를 관통하여 동일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이 가득하다. 그러한 공평함은 아주 다른 삶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과 같다. 자신의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부를 떠나 누군가의 부모란 기쁨은 공평하지만, 슬픔이란 반대의 감정은 그렇지가 않다. 바로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 그렇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슬픔과 고통은 더욱 커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밥 한끼도 그렇지 않은 부모들. 늙어가며 자식에게 기대며 나이를 들어가는 것이 서운한 부모도 있다. 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기대기는커녕 자식들 걱정에 시름을 망각하지 못하는 부모들도 있다. 향림원이라는 커다란 시설을 통해 이러한 부모들의 모습을 다시한번 바라보게 된다. 이 사태를 관련 공무원들의 무관심으로 지나치기엔 현실이 너무도 거칠고 버거워보인다. 크고 오래된 시설의 어두운 그림자는 현실에서도 너무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와 광주시측이 합의한 서면 합의서'
 향림원 비상대책위원회와 광주시측이 합의한 서면 합의서'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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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과 한날 한시에 같이 죽기를 바라는 장애아 부모들. 그들이 진정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부터 반성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의 어린이집, 유치원의 CCTV 만을 걱정할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의 부모는 단지 몇 년, 작은 규모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상대로 불안해 하는 동안, 평생을 시설에 자식을 보내야 하는 장애아 부모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규모를 훨씬 더 뛰어넘는 공포스런 크기의 장애인 거주 시설. 그 시설들과 맞서야 하는 부모들의 두려움과 함께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비정한 사회에서 암묵하는 유치원 폭행사건의 진정한 논란의 본질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약자는 어디서든, 누구이든 배려하고 보호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향림원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1월 25일 <광주 향림원, 제2의 형제복지원 될 수 있다> 제하의 기사에서 향림원이 비리백화점이고, 부산형제복지원과 비슷하며, 크고 오래된 시설의 어두운 그림자가 방대해졌다는 등 향림원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향림원은 광주시청과 경기도교육청의 감사를 받기는 하였으나 지적사항은 경미한 정도이고, 현재 광주시청의 재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추후 보도문
본지는 2014년 11월 15일, 2015년 1월 25일, 2015년 2월 7일, 2015년 4월 4일자 각 기사에서 향림원의 비리 의혹 등에 대해서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동현학교 증축관련 업무상배임의 점, 동현학교 교직원 식비에 관한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혐의없음 결정을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



태그:#향림원, #경기 광주 시청, #전국특수장애인학부모협의회, #한소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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