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스토브리그에서는 총19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어 17명이 FA를 신청했다. 최정(SK와이번스)이나 장원준(두산 베어스)처럼 대박을 친 선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지만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90%가까운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FA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2명은 FA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은 군입대를 앞둔 내야수 이원석(두산)이었다. 이원석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오는 2017시즌 이후에 다시 FA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원석 말고도 FA신청을 포기한 선수는 또 한 명 있다. 생애 3번째 FA자격을 얻은 그는 고향에서 선수 생활을 멋지게 마감하고 싶어 FA 신청을 포기했다. 바로 국민 유격수라 불리던 SK의 '만두' 박진만이다.

우승반지 6개, 골든글러브 5회에 빛나는 '국민 유격수'

박진만은 인천고 시절부터 김재박, 이종범의 뒤를 이을 대형 유격수 유망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인천을 연고로 새로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에서 박진만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기 위해 무려 3억 원(계약금, 연봉 포함)을 투자했을 정도.

최근엔 박경수(kt위즈),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오지환(LG트윈스), 하주석(한화 이글스) 등 3억 원이상의 몸값을 받는 고졸 신인 야수들이 종종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내야수에게 3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다(당시엔 신일고의 천재타자로 불리던 김재현의 계약금이 9100만 원이던 시절이었다).

현대의 투자는 헛되지 않았다. 입단하자마자 현대의 주전 유격수로 중용된 박진만은 초반 3~4년은 타격에서 약점을 보였지만 2000 시즌 타율 .288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공수겸장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현대 유니폼을 입고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1998, 2000, 2003, 2004년)와 3번의 골든글러브(2000, 2001, 2004년)를 챙긴 박진만은 2005년 삼성으로 이적해 2개의 우승반지(2005,2006년)를 추가로 수집했다. 특히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박진만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박진만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명품수비를 선보이며 '국민유격수'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하지만 2009년부터 무릎부상으로 공수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데다가 김상수라는 촉망 받는 신예가 등장하면서 박진만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0년 46경기 출전에 그친 박진만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음에도 팀에 방출을 요청했고 삼성도 조건 없이 박진만을 풀어줬다.

3번째 FA 신청 포기,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 태운다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유격수로서 만만찮은 경쟁력을 갖춘 박진만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박진만은 여러 구단의 구애를 뿌리치고 SK를 선택했다.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였다.

박진만은 SK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방망이 솜씨를 보였지만 변함없는 명품수비로 인천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새 주장으로 선임된 작년 시즌, '만두의 부활'을 외치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6경기 만에 수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했고 전방십자인대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회복속도가 빨라 9월에 팀에 복귀했지만 이미 유격수 자리는 후배 김성현이 차지한 후였다.

박진만은 시즌 종료 후 구단으로부터 은퇴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가 등 떠밀려 유니폼을 벗는 것은 '국민 유격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박진만은 은퇴를 미루기로 했고 SK에서도 박진만의 선택을 존중해 1억5000만 원에 새 시즌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로 불혹의 나이가 된 박진만이  박정권이 버틴 1루나 최정이 있는 3루 주전을 노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엔 상대적으로 약한 센터라인(유격수, 2루수)쪽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

SK는 작년 시즌 박진만이 자리를 비운 사이 김성현이라는 '늦깎이 유격수'가 등장했다. 김성현은 작년 시즌 SK의 주전 유격수로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84 113안타 5홈런 43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물론 유격수로서의 커리어는 박진만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프로 입단 9년 만에 어렵게 주전 자리를 꿰찬 김성현이 쉽게 자리를 내놓을 리는 만무하다. FA 계약을 체결한 나주환과 신예 박계현이 경쟁하는 2루도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

박진만이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안정된 수비와 풍부한 경험이다. 따라서 욕심을 버리고 후배들에게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는 생각으로 착실히 시즌을 준비하다 보면 박진만에게도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올 것이다.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주전 선수들만으로 치를 수는 없기 때문.

박진만은 지금 당장 은퇴를 선언한다 해도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유격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만큼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사랑했던 국민유격수는 좀 더 '박진만다운' 마무리를 원하고 있다. 어느덧 프로 20년 차가 된 박진만이 한줌의 아쉬움 없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 단락을 채워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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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와이번스 박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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