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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뭉개는 말들
 자존심을 뭉개는 말들

혹시 동갑 또는 또래의 사촌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자라온 가족 간의 경쟁심. 내가 그랬다. 같은 지역, 같은 성별, 같은 나이의 사촌과 나는 아주 어릴 적엔 사촌이자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가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조금씩 그 관계는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공부에 그렇게 뛰어난 재능이 없었다. 성격도 욕심 없이 둥글둥글한 성격인 데다가 부모님도 성적으로 크게 스트레스를 주는 편이 아니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런 부모님께서 가끔씩 하시는 말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사촌 얘기였다.

"가람아, OO이는 △△대 간다던데?"

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할 말이 딱히 없었다. 내가 그 아이보다 못나서 부모님께서 열등감을 느끼시는 것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죄송스런 마음이 컸다. 부모님께서 나쁜 의도로 하신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런 말이 지속될수록 내겐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쟤보다 못한 대학을 가면 내 자존심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자존심이 모두 뭉개지는 일이겠구나.'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쟤보다는 내가 꼭 좋은 대학을 가고 만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좋은 학교는 없었다. 그러던 중 입학사정관제라는 입시전형을 알게 되었고, 내가 가진 글쓰기라는 재능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터라 공모전, 백일장 등의 수상 기록은 많았다. 그를 바탕으로 내 열정을 어필하고자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썼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도 열에 여덟 번은 전산실에 가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더 공부했더라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그렇게 원하는 대학에 수시 지원을 끝마쳤다. 그러나 친구들조차 내가 하는 도전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내가 그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처럼 서류 합격의 소식을 얻었다. 그 와중에도 가족들을 통해 그 아이의 소식은 꾸준히 들려왔다. 걔는 정시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수시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대에만 올인한다는 등 그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지금 옳은 길로 가고 있고, 이대로 간다면 분명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1월, 목표하는 대학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지방명문사학으로 불리는 학교였다. 무엇보다도 5등급이었던 내가 그 학교에 합격한 건 가히 기적이었다. 해냈다는 기쁨이 컸다.

그제서야 알게 됐다.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며 살아온 날들이 힘들었으나 결국은 나를 움직이게 해준 원동력이었다는 것. 그 아이는 결국 수능을 망쳐 나와 비슷한 수준의 대학의 야간대를 진학했다.

당시 나는 수능이 끝난 뒤 찾아오는 설날에 당당한 모습으로 친척들을 보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나 때문에 주눅들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끝까지 달려왔다. 자존심,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심리다. 모든 이들이 이를 긍적적인 방향으로 잘 이용해 더욱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자존심 때문에 응모글



태그:#자존심, #비교, #경쟁,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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