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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 지도부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새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완구 23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 지도부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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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쳐 민심이 이반될 대로 가라앉은 가운데 청와대는 23일 총리 인선과 청와대 일부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인선은 최근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 연말 정산 대란 등의 위기를 인식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하여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언급하고 경제 관련 청사진을 제시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역시 '마이웨이'의 전략은 그대로였고, 여론이야 뭐라고 하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굳은 '불통 의지'만 확연히 드러낸 신년사였다.

총리 앞세운 소통, 박 대통령 지지율 올릴 수 있을까

그래서 그랬을까. 35%대 대통령 지지율이 신년사 이후 30%대로 주저앉았다. 박 대통령은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벌써 하마평이 자자했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내정했다.

정홍원 총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로 내정한 안대희, 문창극 두 후보 모두 잇따라 후보에서 낙마했다. 결국, 사표는 수리되지 못해 지금까지 정 총리가 총리직을 수행했다.

이번 인선에서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승·안봉근)'은 업무만 조금 조정했을 뿐 그 자리에 유임시켰다. 여당 내에서조차 교체론이 거론되는 김기춘 비서실장 또한 이번 인선에서도 자리를 유지했다. '내 사람 챙기기','불통의 전형'이라는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해 이번엔 빠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고 인선의 이유를 밝혔다. 과연 국민이 체감하는 국정 효율성이 이번 인선으로 달성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 인선에 대하여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혁신과 국가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당정과 국회소통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이 내정자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이해가 깊고 야당과 원만히 협조하고 국정정상운영에 기여했으며 공직기강 확립과 소통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완구 총리 내정자를 소통의 달인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스스로 '불통의 아이콘'이 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나 박 대통령 자신의 불통이 문제인데, 총리를 통해 소통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새천년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 위원장은 23일 인사차 들른 이 총리 내정자에게 "대통령과 1주일에 2번 이상 소통하세요"라고 주문했다. 총리 내정자를 앞세운 청와대의 불통 이미지 쇄신, 과연 이뤄질까. 그리하여 지지율의 추락이 멈출 수 있을까.

이완구의 '각하'와 '쓴소리'는 같은 말인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총리 내정자로 지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은 일제히 그의 '각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2014년 12월 7일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오찬에서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각하'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대통령 각하께 박수 한 번 보내주시죠', '대통령 각하를 중심으로', '대통령 각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등 말을 했다. '각하'라는 말은 이미 문민정부 이후 사장되었던 언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부르라고 제안했고 이후 '대통령님'이라고 불러왔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각하'라는 칭호를 씀으로 아부성 발언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가 되었다는 소식에 '각하'라는 말이 효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새천년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 위원장이 이 총리 지명자에게 "'각하'라고 말하면 안돼요.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총리"라고 한 말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 총리 지명자는 "'각하'라는 말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썼다"며 국가의 원수라서 예우 차원으로 썼다고 했다. 그는 도지사 시절에 공문 보낼 때도 '각하'로 써 보냈다고 했다.

'각하(閣下)'라는 호칭은 권위주의 대통령 시대에 쓰던 언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흔히 쓰던 말이다. '각하'는 원래 정승에게 쓰는 말이다. '각(閣)'은 정승이 집무하던 곳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로 보면 대통령에게 '각하'라고 한 것은 잘못 쓰인 예이다. 하여튼 '각하'란 단어가 민주정부의 수반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다.

총리로 내정된 후 이 총리 내정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쓰지 않아도 되는 말을 굳이 가려 쓴 이 총리 내정자가 과연 대통령에게 국민의 '쓴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각하'와 '쓴소리'가 어떻게 어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총리 내정자는 지난해 안대희, 문창극 두 후보가 모두 낙마하자, 총리 후보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이 총리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한창 일할 때에 총리설 운운하는 것은 감 떨어지는 소리니 하지 말라"며 총리 후보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렇게 총리 후보로 지명되고 보니, 그냥 '감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의 '각하' 발언이 '감 떨어지는 소리'로 변하더니 이제는 '총리 후보'로 변했다. '충성심'이라는 의미의 다른 말인 '각하'라는 말에서 출발한, 이 총리 내정자의 '(말도 안 되는) 감 떨어지는 소리'는 이제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쓴소리'가 될지, 여전히 친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불통의 소리'가 될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혹여나 '각하'라고 말하고 '쓴소리'라고 우기진 않기 바란다.


태그:#이완구, #총리 내정, #세누리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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