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얼마 전, 이 책의 출판사 이헌건 이사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고서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일종의 그 책에 대한 첫인상이다.

새까만 책표지에 책 제목이 <사표 사용설명서>다. 무슨 무협지도 아니고 1권(실전편)과 2권 (활용편)이다. 꼭 <성용의 취권사용설명서>라는 느낌이다. 거기다 <사표 사용설명서>라니. 요즘 택배로 물건 시키면 따라 오는 <물건 사용설명서>도 아니고. 사표가 매뉴얼 따라 사용해야 하는 그 무엇이라니. 그 발상이 발칙해보였다.

그래서 도대체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이름은 황진규. 삼십대 중반의 사나이. 지방대 출신이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직장인이었던 사람. 연봉 6천만 원의 직장을 때려치우고 작가로 전향해 책을 5권 째 내는 사람'등이 내가 알아낸 그의 정보다.

그렇다면 왜 그가 잘나가는 직장을 때려치웠을까. 그도 직장생활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책에서 표현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미생의 한 대사 "우리는 누구나 가슴 한 쪽에 사표를 품고 산다"처럼 그도 그런 직장인이었던 게다.

<던질까? 참을까? 사표사용설명서>, 황진규 씀, 유심출판사 펴냄, 2014.11.11, 15000원
▲ 책표지 <던질까? 참을까? 사표사용설명서>, 황진규 씀, 유심출판사 펴냄, 2014.11.11, 15000원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그렇다. 직장인들 누구나 사표를 가슴에 품고 살기는 한다. 하지만, 그 사표를 품속에서 함부로 꺼내지 못하는 것은 사표(辭表, 사직할 표)가 아니라 사표(死表, 죽음의 표)가 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나에게 책을 선물한 이헌건 이사도 "사람들이 책에 공감은 보내지만, 책 제목을 보면서 차마 책을 열기도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책이 잘 팔리지 않는데 대한 변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가 단언컨대 이 책은 '사표 사용설명서'란 제목 치고는 '사표'에 집중하지 않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행복한 밥벌이 사용설명서'나 '행복한 밥벌이, 당신도 가능하다' 등의 제목이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제목보다 긍정적인 제목에 더 손이 간다'는 이론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더군다나 작가와 출판사가 애써 지은 책 제목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작가의 한사람인 나로서도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행복한 밥벌이'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전략으로 가득한 책이다. 그건 비단 '사표'를 던져야만 오는 결과물은 아니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표를 던지기를 꼬드기지만, "어떤 이는 사표를 쓰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으니까.

이 책의 입구(저자서문)에서 그는 "우리가 가진 알량한 직업윤리, 착한 사람 콤플렉스 따위는 일단 냉장고 안에 넣어두자. 그리고 까칠한 독설 정도는 웃으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배짱을 준비하시라."며 행복한 밥벌이를 생각하는 사람의 태도를 주문하고 있다.

행복한 밥벌이라? 그는 "행복한 밥벌이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이라고 규정한다. 그건 곧 "내용과 형식 모두가 행복한 일"이라 말한다. 이어서 그는 "행복한 밥벌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그건 곧 "내면의 진정한 욕망을 따를 때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누구나 행복한 밥벌이를 이야기 할 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 책에서 유독 강조하는 단어가 바로 '욕망'이라는 거다. 사람에게, 특히 직장인에게 '욕망'이란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데 상당부분 할애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직장인들이 욕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산다는 거다. 그는 "대부분 우리가 지긋지긋한 밥벌이를 하는 이유는 '욕망'의 자리에서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쉽게 '돈'과 '안정'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와 현상을 설명한다.

현대인들은 은근히 욕망대로 사는 것을 나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어떤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그가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버텨야(기다려야)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욕망의 힘이 필요하다. 우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덕목이 있어야 하고, 기다림은 욕망으로 극복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서 "재능 보다 욕망, 노력보다 욕망, 운보다 욕망"이라며, 꼭 욕망예찬론자처럼 군다.

이 지점에서 사람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싶은 욕망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하하하. 하지만, 그는 행복한 밥벌이란 "노동과 놀이의 균형. 이것이 핵심이다. 결국 행복한 밥벌이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돌아가는 고개를 돌린다. 그는 '행복한'에 그치지 않고 '밥벌이'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사실 1권과 2권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 밥벌이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행복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 자세부터 '행복한 밥벌이 3개년 프로젝트'라는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담겨져 있다. 물론 저자의 경우 '사표 던질 계획'으로 실현되었다.

혹자가 "나 혼자 가난한 것은 괜찮지만 가족들까지 가난한 것은 안 되지" 라며 '행복한 밥벌이'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충고한다면, 그는 "행복한 밥벌이로 가기 위해서는 당분간의 궁핍함을 각오하거나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일정 정도의 돈을 미리 모아두는 것이 좋다"며 현실적인 대책을 일러준다.

"우리가 행복한 밥벌이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대 생계비나 최저 생계비가 아닌 '최적생계비'에 대해 맘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돈이야 많으면 좋지'라는 최대 생계비 추구도, '돈은 최소한의 살만큼만 있으면 되지'라는 최저생계비 추구도, 사람이 행복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행복한 밥벌이로 '글 쓰고 강연하는 것'을 택했다. 대기업의 직장을 때려치우기 까지 7년을 준비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용기'였다. 그의 서문에서 "행복한 밥벌이로 갈 수 있는 자신만의 대안을 찾고, 지금의 자리에서 과감하게 한 발 내딛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이라며 이 책을 쓴 취지를 밝힌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용기'라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일상과 세계가 '자본주의와 기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있고, 거기서 일원으로 살아가는 한 개인이 과연 '용기'라는 카드를 불쑥 집어들 수 있을까.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1위라는 덴마크라면 굳이 이런 피 말리는 결단을 하지 않아도 행복한 밥벌이를 하며 살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사회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개인적인 노력, 그것도 초인적인 노력으로 행복한 밥벌이가 가능하긴 할까.

저자의 말이 좋은 말이긴 하지만, 누구나 그런 용기를 낼 수 없다고 돌아설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당키나 한 일인가. 너무 이상적인지 않은가. 무책임하지 않은가"며 이 책을 현실과 괴리된 이상적인 책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 황진규가 '직장에서 7년 동안 실제로 자신이 직접 겪고 준비했던 일'이라는 사실 이 '이상'을 '현실'로 쭉 끌어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한 사람이 갔다면 발자국이지만, 여러 사람이 따라 간다면 길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지금의 직장을 그만두고, 행복한 밥벌이로 나서라'고 꼬드기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저자에게 '순진한 생각에서 나오라'고 꼬드기던지, 아니면 저자가 당신을 꼬드기던지 할 거다. 누가 꼬드김을 당할지 한 판 붙어보라.


던질까? 참을까? 사표 사용 설명서 2 활용편

황진규 지음, 유심(USIM)(2014)


태그:#사표사용설명서, #황진규, #사표, #유심출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