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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2013년에 법무부를 상대로 회의자료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우리나라 변호사의 자격 요건을 결정하는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회의자료와 회의록 일체를 공개하라는 참여연대의 요구에, 법무부가 회의록을 공개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공개로 대응하면서 제기된 소송입니다.

1심에선 참여연대가 승소했는데, 지난 12월 4일 항소심에선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1, 2심 재판부 모두 비공개로 미리 회의자료를 읽은 후 공개 여부를 결정하였는데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이번 판결에 대한 비평문 두 편을 소개합니다. 먼저, 서울시립대 경건 교수의 글입니다. - 기자 말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혹시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매년 초 한 번 실시되는 변호사 시험의 합격자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시험을 치러 일정한 점수를 받으면 다 변호사가 될까요? 아니면, 매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먼저 정하고, 1등부터 그 숫자만큼씩만 합격을 시키는 걸까요?

일의 진행

참여연대도 그게 궁금했나 봅니다. 게다가 점수를 정하는 방식이면, 그 점수는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변호사의 숫자를 정하는 방식이면, 그 숫자는 어떻게 정하는지 그리고 점수든 숫자든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하고, 또 그걸 결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고려해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궁금했습니다.

변호사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은 법무부이고, 합격자결정을 하는 곳은 법무부에 설치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라는 곳입니다. 참여연대는 2013년 5월 2일 법무부에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열린 7차례 위원회의 회의록 및 위원회에 제출된 회의자료의 공개를 청구하였습니다.

1주일 뒤인 5월 9일 법무부는 위원회의 회의록 및 회의자료의 공개를 거부하였는데, 그 법적 근거로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8가지 비공개사유 가운데 하나인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회의록 등 회의자료가 공개될 경우 위원들의 전문적이고 소신있는 의견까지도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는 등 위원회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법무부의 반응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참여연대는 2013년 8월 법무부장관을 피고로 하여 서울행정법원에 공개거부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4년 4월에는 원고 참여연대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는 1심 판결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법무부장관이 불복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12월, 1심 판결과는 달리, 법무부의 공개거부결정이 대부분 정당하다는 취지의 2심 판결을 하였습니다.

두 법원의 서로 다른 시각

먼저, 두 법원의 결론, 즉 어느 만큼 공개하고 어느 부분을 비공개할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볼까요. 1심 판결을 한 서울행정법원은, 회의자료는 모두 공개해야 하고, 회의록의 경우에는 발언자의 인적 사항(즉 소속, 직위, 성명)을 제외한 발언 내용은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하여, 당초 참여연대가 공개청구한 정보의 거의 전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면, 2심 판결을 한 서울고등법원은, 회의록은 모두 비공개하고, 회의자료도 일부(18건의 자료 가운데 11건의 자료)에 대해서만 공개하는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볼까요. 공개청구 정보 가운데 회의록과 관련해서는, 1심 법원은 발언자의 인적 사항을 지우고 발언 내용은 모두 공개하라는 입장인 반면, 2심 법원은 (발언자의 인적 사항은 물론이고) 발언 내용 역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즉, 발언자의 인적 사항을 지워 발언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으면 공개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1심 법원의 입장이고, 발언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더라도 회의록에 기재된 발언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2심 법원의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회의자료와 관련해서 보면, 2심법원 역시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 11건(①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운영규정, ② 변호사시험 시행시기, ③ 변호사시험 준비 현황, ④ 답안작성프로그램 이용 시험 보류, ⑤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소위원회 활동 결과, ⑥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 응시자격 부여, ⑦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⑧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 응시자격 부여, ⑨ 변호사시험 시행방안, ⑩ 2012년 시행 제1회 변호사시험 준비상황, ⑪ 변호사시험 관리기준)이고, 나머지 7건의 회의자료에 대해서는, 공개해야 한다는 1심법원의 입장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2심법원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회의자료의 제목만으로 그 내용의 세세한 것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2심법원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7건의 회의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합격자 결정방법 연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② 법조윤리시험 준비 및 출제기준, ③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④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안), ⑤ 2013년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⑥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안), ⑦ 2014년도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회의자료의 제목으로 볼 때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방법 및 그에 따른 개별 변호사시험 합격자결정(안)이 2심법원이 비공개정보로 판단한 내용입니다.

두 법원의 판단의 출발점에 대한 의문

1심 법원의 판결과 2심 법원의 판결은, 결론 즉 정보의 공개 여부 및 그 범위와 관련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출발점 즉 전제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종결된 회의의 회의록 및 회의자료도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에 준하여 비공개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인데, 대법원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의사결정과정에 제공된 회의관련 자료나 의사결정 과정이 기록된 회의록 등은 의사가 결정되거나 의사가 집행된 경우에는 더 이상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 그 자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옳은지는 의문입니다. 첫째, 정보공개청구권 또는 정보공개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인데, 알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의 지위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알권리 또는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는 기능을 하는 비공개사유는 법률에 의해서만 규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정보공개법은 제9조 제1항 단서에서 8가지 비공개대상정보를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정보공개법 이외의 비공개사유의 규정은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대통령령 및 조례로 한정한다)'의 형식에 의할 때에만 허용됩니다.

따라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단서 제5호가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이라고 명백히 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결정되거나 의사가 집행된 경우를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경우에 준하여 비공개대상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 규정은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둘째, 설사 정보공개법에 규정된 비공개 사유가 한정적인 것이 아니라 예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할 필요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결정되거나 집행된 의사과정을 비공개로 보호할 필요성이, 의사결정과정이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을 비공개로 보호할 필요성과 같거나 유사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이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을 비공개하는 이유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유롭고 솔직한 의사표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토론의 충실화와 내실화를 도모하거나, 미확정 상태에서의 논의가 외부에 유출됨으로써 그로 인한 오해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미 결정되거나 집행된 의사 과정에서의 논의를 공개하거나 비공개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보호할 내부의 토론과정이나 방지할 외부로부터의 오해, 혼란에의 영향은 없다는 점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에 준하는 비공개 대상이라고 보는 대법원의 시각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에서 피고인 법무부장관은, 공개청구한 회의록 및 회의자료는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참여연대가 공개를 청구한 시점인 2013년 5월 2일이나 법무부가 공개를 거부한 시점인 2013년 5월 9일은 모두 제2회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발표시점(2013년 4월 26일) 이후이기 때문에, 2010년 9월 개최된 제1차 회의부터 2012년 3월 개최된 제6차 회의는 말할 것도 없고, 2013년 4월 개최된 제7차 회의까지도 이제는 더 이상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2심 법원의 판단에 대한 추가적인 의문

서울행정법원의 1심판결과 서울고등법원의 2심판결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른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하나 발견됩니다.

우선, 두 법원의 판단 과정을 보면, 두 법원 모두 비공개 열람·심사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입니다. 비공개 열람·심사는 정보공개법이 두고 있는 특이한 절차인데,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공개청구 정보를 법원에 제출하게 하고, 당사자를 참여시키지 아니한 상태에서 제출된 공개청구 정보를 비공개로 열람·심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공개청구 정보를 직접 열람하고, 공공기관이 주장하는 비공개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판단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1심법원과 2심법원이 모두 공개청구 정보에 대한 비공개 열람·심사과정을 거쳤다면, 1심법원과 2심법원의 결론이 달라진 것은, 비공개 열람·심사의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에 대한 인식이 달라서라기보다, 정보의 공개가 가져올 가상의 결과에 대한 예측 또는 그 결과의 의미에 대한 평가가 달라서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에서의 핵심적 쟁점은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미 결정되었거나 집행된 의사과정에 제공된 자료나 의사과정에서의 논의를 기록한 회의록을 공개하면 공정한 의사결정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것이냐고, 2심법원의 예측 또는 평가는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생기리라는 것입니다.

2심 법원의 입을 빌어 표현하면, "회의록에 대립되는 의견이나 최종결론과는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를 공개한다면, 이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논란이 초래될 수도 있고,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로 하여금 외부 또는 내부에서의 부당한 압력이나 비난에 휘말리도록 하거나, 공개로 인한 심리적 부담으로 인하여 향후 위원회에서 솔직하고 자유로운 논의를 하는데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원회 또는 합의제 방식의 의사결정에 대한 2심법원의 위와 같은 인식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위원회 또는 합의제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의견(경우에 따라서는 갈등)의 존재와 토론 또는 합의를 통한 결론의 도출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의록에 대립되는 의견이나 최종결론과는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논의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대립되고 최종결론과는 다른 내용이 주장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러한 의견 대립 그리고 결론과는 다른 의견의 존재를 '불필요한 논란'으로 보는 2심 법원의 인식입니다. 일사불란함만이 미덕이고, 서로 다름은 혼란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지요. 말 한 마디를 가지고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니냐, 라는 비난을 받을 지도 모르겠지만, 2심 법원은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 즉 우리 시민들에 대한 믿음이 없는 듯합니다. 시민들은 위원들에게 '부당하게' 압력이나 비난을 가하는 존재이고, 위원들은 '공개로 인한 심리적 부담'으로 인하여 위원회에서 솔직하고 자유로운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로 치부하고 있으니까요.

1심 법원과 2심 법원 사이에는 공개청구 정보의 내용 파악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주제와 관련한 공동체 내의 의사결정과정을 보는 인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2심 법원이 1심 법원과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 데에는 논리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식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궁금해지는 대법원 판결

이야기를 시작할 때에는 저 역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결정한 기준이나 방법이 궁금했습니다. 변호사시험 응시자의 75%라는 합격률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수치인지, 매년 1500명 내외의 합격자 수는 어떠한 정책적 고려에 기인한 것인지, 또 이처럼 숫자를 미리 정해놓고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의 본질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등이 궁금했고, 그래서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어떠한 토론을 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야기를 끝내야 할 시점에서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참여연대와 법무부 모두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했다는데, 과연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할지 궁금합니다. 대법원은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서로 다른 판단 중에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요? 대법원은 위원회의 본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법원은 공개로 인한 혼란과 갈등의 우려에 대한 소극적 예측과 적극적 예측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혼란과 갈등의 우려가 있다면 공개해선 안 된다고 말할까요, 아니면 혼란과 갈등의 우려가 명백하지 않다면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할까요? 궁금한 것이 참 많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판결비평 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참여연대 블로그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태그:#변호사시험 , #정보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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