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도 비운의 승부차기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후반전 종료 직전 역전 결승골 기회를 잡았다가 슛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고개를 숙였던 카카와 신지가 승부차기에서 골대 불운에 눈물을 흘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반면에 아랍에미리트가 자랑하는 미드필더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파넨카 킥으로 강심장을 자랑했다. 첫 번째 키커로 나온 혼다 케이스케도 실축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알리 마흐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축구대표팀이 23일 오후 6시 30분 호주 시드니에 있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 마지막 경기에서 디펜딩 일본을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5-4로 이겨 개최국 호주와 결승행 다툼을 펼치게 되었다.

알리 맙코우트의 벼락같은 선취골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은 D조 세 경기와 똑같은 선발 멤버들을 여전히 신뢰하며 내보냈다. 상대 팀(팔레스타인, 이라크, 요르단)이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팀들이었지만 실점 없이 8강에 올랐으니 2연패를 노리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경기 시작 후 7분만에 아랍에미리트의 역습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미드필더 아메르 압둘라흐만이 넘겨준 공을 받은 골잡이 맙코우트가 오른쪽 대각선 발리슛을 정확하게 발등으로 성공시킨 것이다. 무실점 행진을 거듭하던 일본 문지기 가와시마 에이지가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미치지 못하는 공이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 선취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미드필드 지역에서 무려 12번의 정교한 패스 과정을 거쳤다. 이 장면만으로도 이들의 팀 컬러를 읽을 수 있었다. 아시아 축구에서 패스를 가장 매끄럽게 뿌려준다는 일본을 상대로 아랍에미리트가 이러한 특징을 나타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일본은 18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사카이가 올려준 공을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이누이가 이마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상대 문지기 마제드 나세르 정면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은 43분에도 간판 미드필더 혼다 케이스케가 오른쪽 대각선 지점에서 회심의 왼발 슛을 낮게 깔아 시도했지만 오른쪽 옆그물을 때리는 바람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후반전에 일본이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시바사키의 극적인 동점골

일본의 아기레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왼쪽 측면 미드필더 이누이를 빼고 무토 요시노리를 들여보내며 보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주문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의 유능한 미드필더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왼발 기술 앞에 일본 수비수들은 곤욕을 치렀다.

49분,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정면에서 발등으로 살짝 들어넘긴 공을 선취골 주인공 맙코우트가 빠져들어가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추가골을 노린 것이다. 이에 일본 문지기 가와시마 에이지가 예측을 잘 해서 막아내기는 했지만 '오마르 압둘라흐만-알리 맙코우트' 단짝 호흡이 얼마나 놀라운가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었다.

일본의 후반전 교체 선수 무토 요시노리는 52분에 낮게 깔리는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왼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그는 53분에 오른쪽 띄워주기를 받아 상대 수비수의 방해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헤더 골을 노리는 기회를 잡았지만 이 역시도 왼쪽 기둥을 벗어나는 바람에 하늘을 쳐다보고 탄식했다.

아기레 감독은 65분에 골잡이 오카자키 신지를 빼고 도요다 요헤이를 들여보내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끈질기게 저항하는 아랍에미리트 수비벽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그래도 슈퍼 서브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81분에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전에 맏형 미드필더 엔도 야스히토 대신 들어온 시바사키 가쿠가 혼다 케이스케가 짧게 밀어준 공을 오른발 슛으로 결정냈다.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공이 꺼져가던 일본의 불씨를 살려낸 것이다.

일본의 카가와 신지는 후반전 추가 시간 종료 직전에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왼쪽 기둥을 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너무나 아쉬워하는 일본 선수들 표정 뒤로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중국을 상대로 2-0 완승을 거둔 개최국 호주를 제외하고 4강에 오른 나머지 팀들이 연장전을 뛰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비운의 승부차기, 왼발 자존심 대결 오마르 압둘라흐만 승리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연장전 후반전에 허벅지 근육 경련을 호소한 베테랑 왼쪽 풀백 나카토모 유토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옮기고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시바사키 가쿠를 오른쪽 풀백으로 돌렸다. 그 자리에 있던 사카이 고토쿠가 나카토모 자리로 옮겨온 것이다.

116분, 일본은 위험지역에서 혼다 케이스케가 직접 프리킥을 얻어냈다. 아랍에미리트 골문으로부터 약 21미터 정도 떨어진 정면이었기에 결승골이 예상되었지만 시바사키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아슬아슬하게 아랍에미리트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문지기 마제드 나세르의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했던 상황이라 일본으로서는 더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경기도 이라크-이란 맞대결처럼 승부차기를 통해 4강 진출팀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먼저 찰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일본은 1번 키커로 간판 미드필더 혼다 케이스케를 내보냈다. 조별리그에서 두 개의 페널티킥 골을 터뜨린 바 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혼다의 부담스런 왼발 킥은 너무 힘이 들어간 나머지 크로스바를 넘겨 높게 날아가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의 세 번째 키커 카미스 에스마일도 오른발 킥을 크로스바 위로 날려버려 이들은 다시 승부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일본의 여섯 번째 키커로 나온 카가와 신지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시도했을 때 왼쪽 기둥을 때리는 불운을 겪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의 마지막 키커 이스마일 아흐메드는 강한 오른발 킥으로 왼쪽 구석을 꿰뚫어 디펜딩 챔피언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아랍에미리트는 오는 27일(화)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4강전을 펼치게 되었다. 오마르 압둘라흐만-알리 맙코우트 단짝이 호주 수비수들을 얼마나 흔들어놓을 수 있는가에 따라 승부의 갈림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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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아시안컵 8강 결과(23일 오후 6시 30분,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 아랍에미리트 1-1 일본 [득점 : 알리 맙코우트(7분,도움-아메르 압둘라흐만) / 시바사키 가쿠(81분,도움-혼다 케이스케)]
- 연장전 후 승부차기 5-4로 아랍에미리트 승리

◎ 아랍에미리트 선수들
FW : 아메드 칼릴(58분↔하비브 알 파르단), 알리 맙코우트
MF : 알 함마디, 카미스 에스마엘, 아메르 압둘라흐만(54분↔마제드 하산), 오마르 압둘라흐만
DF : 상쿠르, 모하나드 알 엔지 살렘, 모하메드 아흐메드, 압둘라지즈 하이칼(76분↔이스마일 아흐메드)
GK : 마제드 나세르

◎ 일본 선수들
FW : 오카자키 신지(65분↔도요다 요헤이)
AMF : 이누이 다카시(46분↔무토 요시노리), 카가와 신지, 엔도 야스히토(54분↔시바사키 가쿠), 혼다 케이스케
DMF : 하세베 마코토
DF : 나카토모 유토, 모리시게, 요시다 마야, 사카이 고토쿠
GK : 가와시마 에이지

◇ 승부차기 상세 결과(왼쪽이 일본)
1번 : 혼다 케이스케 왼발 실축(크로스바 높게 넘겨) / 오마르 압둘라흐만 왼발 성공(파넨카 킥으로 가운데 중간)
2번 : 하세베 마코토 오른발 성공(왼쪽 구석 중간) / 알리 맙코우트 오른발 성공(인사이드 킥 오른쪽 구석 낮게)
3번 : 시바사키 가쿠 오른발 성공(오른쪽 구석 중간) / 카미스 에스마일 오른발 실축(크로스바 높게 넘겨)
4번 : 도요다 요헤이 오른발 성공(왼쪽 구석 중간) / 마제드 하산 오른발 성공(오른쪽 톱 코너)
5번 : 모리시게 오른발 성공(가운데 중간) / 하비브 알 파르단 오른발 성공(왼쪽 구석 낮게)
6번 : 카가와 신지 오른발 실축(왼쪽 기둥 때려) / 이스마일 아흐메드 오른발 성공(왼쪽 구석 낮게)

◇ 준결승 대진표
☆ 한국 - 이라크 (1월 26일 월요일 오후 6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 호주 - 아랍에미리트(1월 27일 화요일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
축구 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 일본 알리 맙코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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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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