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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로 불리는 자연산 굴이 숯불 위에서 익어가고 있다. 남포마을은 이 석화의 주산지다.
 '석화'로 불리는 자연산 굴이 숯불 위에서 익어가고 있다. 남포마을은 이 석화의 주산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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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은 바다의 완전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식품도 되고 보약도 된다. 이 굴을 생각하면 군침이 먼저 넘어간다. 굴에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이 듬뿍 들어있다. 건강 밸런스를 잃기 쉬운 현대인들에겐 더 없이 좋은 식품이다.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을 지닌다.

굴은 예부터 스태미너 음식으로 사랑을 받았다. 남성들한테 좋은 자연 강장제로 통한다. 나폴레옹도 굴을 엄청나게 먹어치웠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생굴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믿을 만큼 굴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나폴레옹만큼이나 클레오파트라도 굴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여성한테도 당연히 좋은 식품이다. 굴은 멜라닌색소를 분해해서 살결을 하얗게, 피부를 부드럽게 해준다. 저칼로리 영양식으로 비만을 막아주는 건강 미용식품으로도 좋다. 여성들한테 더 좋은 굴이다. 자연 화장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속담도 그래서 나왔다.

숯불 위에 올려진 석화. 짭조름한 갯내음이 연기와 함께 올라오고 있다.
 숯불 위에 올려진 석화. 짭조름한 갯내음이 연기와 함께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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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석화 하나. 숯불 위에서 익은 굴이다.
 조그마한 석화 하나. 숯불 위에서 익은 굴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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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구이로 먹고, 찜으로 먹고, 생굴로도 먹는다. 무쳐 먹기도 하고, 국에 넣어 먹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운치는 구워먹는 게 으뜸이다. 숯불이나 장작불에 올려 구워먹는다. 한 손에 목장갑을 끼고 숯불에 익어서 입이 벌어진 굴을 하나씩 꺼내 칼로 벌려 알맹이를 먹는다.

굴 하나가 바다의 짭조름한 갯내음을 가득 머금고 있다. 금세 입안에 갯내음이 퍼지면서 살살 녹는다. 때로는 숯불이 톡톡 튀면서 깜짝 놀라게도 한다. 겨울 바닷가 마을에서의 오래 남을 추억도 시나브로 만들어진다.

남포마을 주민이 바닷가에서 굴을 다듬고 있다. 뒤에 보이는 조그마한 섬이 소등섬이다.
 남포마을 주민이 바닷가에서 굴을 다듬고 있다. 뒤에 보이는 조그마한 섬이 소등섬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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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에서 노두로 이어지는 소등섬. 물이 빠지면 사람들이 걸어서 드나들 수 있는 섬이다.
 남포마을에서 노두로 이어지는 소등섬. 물이 빠지면 사람들이 걸어서 드나들 수 있는 섬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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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영양 보충도 할 겸, 숯불에 하얀 굴이 익어가는 자연산 굴(석화)의 주산지를 찾아간다. 지난 17일이다. 작은 포구의 풍경까지도 아름다운 장흥 남포마을이다.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에 속하는 바닷가 작은 마을이다.

옛날에는 대나무가 많아서 '죽포'(竹浦)라고 불렸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군사요지로 쓰면서 남포(南浦)로 이름이 바뀌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마을이다.

<축제>는 장흥 출신의 작가 고 이청준 선생의 소설을 영화로 해서 1990년대 후반에 개봉한 영화다. 노모의 죽음 그리고 이 장례식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축제라는 제목으로 그려낸 영화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영화로 만들어 우리나라의 상례(喪禮)를 잘 그린 문예영화로도 꼽힌다.

이 영화의 주된 촬영무대가 남포마을이었다. 영화 속 장면과 겹치는 장소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보통 영화에 한두 장면만 나와도 촬영지라고 하는데, 여기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 마을에서 찍었다. 마을과 마을 앞바다가 천연의 촬영 무대였다.

정남진과 영화 '축제'의 촬영지를 알리는 표지석. 남포마을 바닷가에 서 있다.
 정남진과 영화 '축제'의 촬영지를 알리는 표지석. 남포마을 바닷가에 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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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 소등섬을 바라보고 있다.
 남포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 소등섬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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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은 60여 가구 110여 명이 사는, 바다와 인접한 조그마한 포구이고 마을이다. 서울의 광화문에서 봤을 때 정남쪽에 있다고 해서 장흥을 '정남진'이라 부른다. 남포마을은 이 정남진 중에서도 정남진에 속한다. 바닷가에 정남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마을 앞에는 소나무 몇 그루 서있는, 무인도 하나 떠 있다. 이게 보물이다.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운 섬이다.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는 소등섬이다. 이 섬이 영화 <축제>에 단골로 등장했다.

영화의 배경이 됐던 집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주인공 안성기와 오정해가 거닐던 해변도 그대로다. 그들이 묵었던 민박집도 있다. 영화 제작진도 이 마을의 민박집에 오래 머물면서 축제의 현장, 전통 장례식의 현장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마을 앞 해변에 영화 <축제>의 촬영지였다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정남진전망대. 장흥군이 '정남진'을 알리기 위해 세워놓은 전망대다.
 정남진전망대. 장흥군이 '정남진'을 알리기 위해 세워놓은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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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노력도 앞바다. 양식장 너머로 고흥 소록대교와 거금대교가 보인다.
 장흥 노력도 앞바다. 양식장 너머로 고흥 소록대교와 거금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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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축제>를 찍기 전까지는, 겨울에 굴을 먹으려고 사람들이 찾아갔던 포구였다. 영화 촬영 이후에는 해안선의 수려한 풍치에다 영화의 서정까지 어우러져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소등섬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도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남포는 보성만(득량만)을 아늑하게 품은 갯마을이다. 지형이 바다로 튀어나와 있다. 바다 멀리로는 고흥 거금도와 금당도, 소록도가 손에 잡힐 듯 아련하다. 이 마을의 해는 소등섬 너머로 떠오른다. 소등섬이 일출의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풍경을 방안에서 다 볼 수 있다.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에 눈을 뜨면 소등섬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창밖으로 머리를 내민 일출이 소박하고 단아하다. 오붓한 느낌도 준다. 영화 속 배경이 됐던 포구도 창밖으로 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이 거닐던 해변도 다 보인다. 일출의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는 남포마을이다.

남포마을 소등섬. 물이 빠지면 마을과 섬을 잇는 길이 열린다.
 남포마을 소등섬. 물이 빠지면 마을과 섬을 잇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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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 주민이 소등섬이 보이는 집에서 석화를 손질하고 있다.
 남포마을 주민이 소등섬이 보이는 집에서 석화를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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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으로 보이는 소등섬도 직접 가볼 수 있다. 물이 빠지면 하루 두 차례 소등섬을 연결하는 길이 열린다. 노두를 따라서 소나무가 멋진 섬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이 소등섬은 소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은 불빛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오래 전에는 뱃사람들에게 등대와 같은 길잡이 구실을 했던 섬이다. 마을 주민들은 정월 보름이면 이 섬에서 당할머니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주민들이 그만큼 신령스런 섬으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는 오래 된 얘기가 전해진다. 마을 한 유지의 꿈에 백발의 노파가 나타나서 오갈 데 없는 자신의 제단을 소등섬에 만들어서 제사를 지내달라고 했단다. 그러면 자신이 재앙을 막아줘서 마을이 평안하고 고기잡이도 잘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정월 보름날 당산제를 지냈더니 바다에 나가서 죽는 마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당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있다. 노파의 전설이 전해지는 남포마을에서 할머니의 장례를 소재로 한 영화 <축제>가 촬영된 것도 묘한 인연으로 엮인다.

소설가 이청준의 생가. 남포마을에서 가까운 회진면 진목리에 자리하고 이싿.
 소설가 이청준의 생가. 남포마을에서 가까운 회진면 진목리에 자리하고 이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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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전구를 불빛을 밝힌 보성차밭. 이곳의 불은 오는 2월1일까지 밝힌다.
 꼬마전구를 불빛을 밝힌 보성차밭. 이곳의 불은 오는 2월1일까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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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회진면으로 가면 영화 <축제>의 원작 소설을 썼던 고 이청준 선생의 생가가 진목마을에 있다. 기독교 100년 역사의 산실인 진목교회도 있다. 정남진 전망대와 해양낚시공원도 가깝다. 천관산 자락으로 가면 문학공원과 문학관도 있다.

600년간 장흥 위씨가 살아온 집성촌으로 호남 실학의 대가인 존재 위백규 선생의 생가가 있는 방촌마을도 있다. 장흥읍내 억불산 기슭에 편백숲 우드랜드도 있다. 여기서 보성차밭도 멀지 않다. 지금 차밭에서 빛축제도 펼쳐지고 있다. 수백 만 개의 꼬마전구로 불을 밝힌 차밭과 율포해변도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보성차밭의 은하수터널. 형형색색의 소원지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보성차밭의 은하수터널. 형형색색의 소원지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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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남포마을은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서해안고속국도 목포요금소를 지나 순천 방면으로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장흥나들목으로 나간다. 장흥읍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안양 방면으로 가다가 수양삼거리에서 용산 방면으로 77번 국도로 갈아 탄다. 차동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해안길을 따라 남포마을로 이어진다.



태그:#남포마을, #석화, #소등섬, #영화 축제,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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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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