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선거운동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등 4명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해 봐주기식 판결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에 가담한 혐의... 벌금 100만 원 이하 직위 유지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엽)는 23일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에 가담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대구시교육청 이아무개(54) 과장과 초등학교 교감 이아무개(47)씨에 대해 각각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되지만, 이들은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또 선거공약 작성과 선거운동 기획을 주도한 홍보업체 <매일피엔아이>의 전아무개(45) 대표와 프리랜서 방송작가 성아무개(38)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과 벌금 8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중립의무를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였다는 자체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선거기획을 주도하지 않았고 대구교육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점과 동료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운동 기획을 주도한 홍보물업체 대표와 작가의 경우 공무원들을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시키기는 했지만 조력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벌금형의 선고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 16일부터 5월 2일까지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수차례 모여 우동기 교육감의 선거공보물 작업과 선거기획을 하다가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됐다. 선관위는 지난해 5월 13일 대구지검에 이들을 고발하고 우동기 교육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수사 단계부터 부실수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KBS대구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내부 비밀문서를 유출해 선거 공약을 만드는 등 사실상 선거캠프 역할을 하고 교육청 내부 문서가 담긴 노트북을 방송작가에게 건넨 사실도 확인했지만,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또 휴대전화로 우 교육감에게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선관위에 적발된 직후 전화기를 바꾸기도 했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의 한 오피스텔 건물.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동기 교육감의 선거홍보물을 기획한 공무원 등이 이 오피스텔에 모여 홍보물을 기획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이 오피스텔의 주인은 우 교육감의 지인이 이사로 있는 학원 명의로 되어 있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의 한 오피스텔 건물.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동기 교육감의 선거홍보물을 기획한 공무원 등이 이 오피스텔에 모여 홍보물을 기획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이 오피스텔의 주인은 우 교육감의 지인이 이사로 있는 학원 명의로 되어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이들이 모인 오피스텔도 우동기 교육감의 지인이 소속된 학교법인 소유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경북 영주에 있는 한 대학교의 학교법인인 H학원 설립자 장남이자 이사직을 맡고 있는 최아무개씨는 우 교육감과 고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지난 2010년 고교 총동창회장과 수석부회장을 맡았다.

최씨는 또 대구경북지역대학교육협의회 등 몇몇 단체에 우 교육감과 함께 함께 소속돼 각종 모임에 참석하고 지난 2010년 우 교육감이 출마할 당시 자신이 소속된 종교단체가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사실에도 우 교육감과 최 이사와의 관계 등은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우동기 교육감을 단 한 차례 불러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하고 나머지 4명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씨 등 공무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월을 구형하고 선거홍보물 제작업체 전씨와 방송작가 성시에 대해서는 징역 1년과 벌금 5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  공무원들 개입할 수 있는 길 열어 준 것"

이날 판결을 지켜본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민주노총,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교육감 불법선거 수사촉구 공동행동'은 오는 26일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을 규탄하고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검찰과 경찰이 봐주기식 수사로 일관하고 법원은 이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며 "앞으로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도 "애초부터 몸통이 빠진 부실수사를 해 봐주기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어느 선거보다 공명정대하게 치러야 할 교육감 선거에서 불법을 저지른 공무원들이 가벼이 처벌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동기 교육감의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매일피엔아이>는 지역의 유력일간지인 <매일신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2005년 설립한 자회사다. 이 회사의 전아무개 대표는 <매일신문> 기자 출신이다. 우동기 교육감은 지난 2010년에도 이 회사에 선거공보물 제작을 맡겼다.


태그:#우동기, #선거법 위반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