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진혁.

배우 최진혁 ⓒ 레드브릭하우스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최진혁은 지난 2년간 대한민국 배우 중 가장 발에 땀 나게 뛴 사람에 속할 것이다. 5편의 드라마와 1편의 영화. 그중 세 편이 주연이거나 주연급 비중이었다. 대미는 얼마 전 종영한 MBC <오만과 편견>이었다. 구동치 검사로 정의를 위해 울분을 토하다가도 조직에선 껄렁한 상남자였던 그는 "입대 전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좀 민망하다"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의도하지 않은 다작이라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오만과 편견>에는 '인생의 분기점'이라 할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오는 2월에 입대 영장이 나올 예정이고, 2년의 공백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오만과 편견>을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줬던 작품으로 받아들였다.

"최진혁 이 놈, 그래도 배우 할 수 있는 놈이야"

"입대 전 멋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처음 <오만과 편견> 대본을 받고 망설이긴 했습니다. 최민수 선배가 무섭기도 했고요. 여러 소문을 들었거든요. 건방진 얘기지만 촬영 현장에서 좀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진민 감독님을 만나고 출연을 결심했는데 돌이켜 보면 이제 최민수 선배와 감독님이 가장 그립습니다. 큰 영향을 받은 거죠.

감독님은 제가 진심을 담아서 하는지 아닌지를 바로 아시더라고요.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최민수 선배 역시 어찌 보면 민감할 수 있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자세 등에 대해서 귀담아들었죠. 마지막 촬영 직후엔 한마디를 하셨어요. '이놈 계속 배우 할 수 있는 놈이야'라고요. 가슴 속에 큰 파동을 느꼈어요."

최진혁은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과 인물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지 않아 정신적 소모가 컸다면서"도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다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불의인지 정의인지 알 수 없는 문희만 부장 검사(최민수 분)와의 호흡을 어려워했지만 소신껏 밀고 갔다. "연기에 정답이 없기에 이런 혼란은 자연스럽다"면서 "그래서 최민수 선배의 그 한 마디가 큰 울림이었다"고 설명했다.

팀 내 에이스지만, 조직에는 반항적인 구동치는 최진혁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는 "학창 시절엔 선생님에게 매를 맞더라고 할 말은 했다"면서 "나이 먹을수록 합리화해 가는 면이 있지만 진짜 안 되겠다 싶으면 얘기하고 상황을 타개하려는 타입"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오만과 편견>은 그런 점에서도 최진혁에겐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늦깎이 인생..."그래도 난 운이 좋은 사람"

 배우 최진혁.

ⓒ 레드브릭하우스


아무래도 때가 때인 만큼 군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는 "현역 입대고 늦은 만큼 조용히 다녀오려 했으나 홍보단으로 입대한다는 기사가 나서 속상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홍보단이 아닌 현역 입대임을 언급하며 그는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고 들어가는 것이니 나이 문제나 여러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만큼 '늦깎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하다. 2006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연기를 시작했고, <구가의 서>(2013) 전까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 중엔 <파스타> 같은 인기 드라마도 있었고, 주연 버금가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품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고 20대 중후반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 최진혁은 스스로 "운이 좋은 놈"이라 평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운명처럼 다가온 거죠. 어떻게 제가 오디션에서 5000명을 이길 수 있었겠어요? 꾸준히 경험을 쌓아왔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30대부터 남자 배우의 인생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군대 2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데뷔 전 잠깐 가수를 준비했었는데 적극적으로 만류하신 분들에게 감사하기도 해요. 박경림 누나가 가장 적극적으로 말렸어요.(웃음)

누구는 개명의 효과(본명은 김태호, <파스타> 이후 개명)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믿진 않았지만 그런 부분도 있나 봐요. 그때, 그러니까 <파스타>를 했을 때가 배우로서 가장 창피했고, 준비도 안 됐던 때였죠. 흑역사여서 얘기하기도 싫은 기억이에요. 연기의 기본도 몰랐고,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부끄럽더라고요. 드라마 이후 파스타를 전혀 먹지 않기도 했어요."

그는 급부상한 것이 아니라, 그간 쌓아왔던 경험이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가장 감사해 했다. 외모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그저 멋있게만 보이려 했던 20대 초반을 떠올리며 최진혁은 "스스로의 틀을 깨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오만과 편견>이 그것을 깨는 시작점"이라고 재차 강조한 최진혁은 "앞으로 2년 동안 반성하고 상상하면서 성숙해가겠다"고 다짐했다. 선배 배우 장혁이 강조한 '묵은지 효과'였다. 그렇게 그는 연기 경력의 쉼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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