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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을 향한 탄압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지난 19일,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선거법 개정안은 진보당을 겨냥한 보복 법안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선거 공보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사항이 추가됐다. 선거 홍보를 위한 선거 공보에 선거일로부터 5년 전까지의 공직 선거 후보자 경력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공직 선거법에서는 자율적으로 후보자 등록 경력을 기재해왔다.

이 의원은 공직 선거법 개정안 발의 이유를 "유권자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권자의 알 권리'보다는 '후보자 검증'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도 이번 개정안이 진보당을 겨냥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가 지난 1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옛 진보당 출신이 공직 선거에 출마하면 선거 공보에 진보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긴다"라고 적시돼 있었다. 그는 "옛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내년 보궐 선거에 출마하려는 등 정치 재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이다. 보도자료에는 "옛 진보당 출신이 공직선거에 출마하면 선거공보에 진보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긴다"라고 적시돼 있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이다. 보도자료에는 "옛 진보당 출신이 공직선거에 출마하면 선거공보에 진보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긴다"라고 적시돼 있었다.
ⓒ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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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에게까지 RO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정당 활동 이력은 사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공직 선거법이 정치 탄압에 악용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알 권리'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헌법상 '알 권리'는 헌법상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다툰다. 대중이 얻는 공익이 사익보다 커야 알 권리는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아래 헌재)도 지난 2008년 4월 공직선거후보자의 범죄 경력 공개와 관련한 판결에서 유권자들이 얻는 공익이 후보자의 사익보다 더 크기 때문에 합헌을 선언한 바 있다(2006헌마402 531병합). 정당 가입 이력 공개가 공익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범죄자의 전과 공개와 동일한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

이재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사법위원장은 "정당 해산 판결에 따른 당원의 존재를 단순 범죄자와 동일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 가입 공개 여부는 사적인 영역이다"라며 "실제 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다수 판결조차 이념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헌재의 진보당 해산 판결에 동의하더라도 당원에게 죄를 묻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헌재가 진보당을 해산한 이유가 '일부' 조직으로 인한 '위험성'이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학)는 "헌재 진보당 해산 법률안을 읽어보면 위법 행위를 갖는 사람은 RO 조직원을 포함해 40여 명도 안 된다"며 "40여 명이 진보당 10만 당원을 대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진보당은 분명 합법적 대중 정당이었는데, 이를 보고 입당한 당원에게까지 RO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더군다나 RO와 다른 지향을 가진 정치 세력이 모인 '통합' 진보당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당 문제를 떠나 개정안 자체의 위법성도 제기했다.

"개정안은 과잉 입법이다. 첫째, 정당 가입은 종교, 건강과 같은 개인 정보 중에서도 민감 정보다.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서만 허용한다. 둘째, 외국에 이와 같은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공직 선거법은 선거 운동에 매우 규제가 심하다. 선거는 국민이 판단하는 문제이지, 규제할 부분이 아니다. 충분한 위헌 소지를 갖고 있다."

'해산 정당 인사 10년 간 피선거권 제한' 개정안에도 참여

이노근 의원은 해산된 정당의 인사에게 피선거권을 10년간 제한하는 공직 선거법 개정안 발의(2013년 9월)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당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에 휘말린 진보당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번에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 선거법 개정안은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박희진 전 진보당 서대문 위원장은 "모든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조치"라며 "실제 새누리당에서 발의하는 법안 중 진보당을 겨냥한 법안이 많은데, 앞으로 더욱 이런 마녀사냥은 심해질 것이다"라 말했다. 이어 "비단 이는 진보당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진보 정당의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진혁 기자는 21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주홍글씨, #통합진보당, #이노근,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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