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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23일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의 3차 공판이 열린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김 정장의 재판을 주관한 임 부장판사와 김 정장의 변호인에게 선물했다. 지난 16일 발행된 <금요일에 돌아오렴>은 작가 12명이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12월까지 희생자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펴낸 책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23일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의 3차 공판이 열린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김 정장의 재판을 주관한 임 부장판사와 김 정장의 변호인에게 선물했다. 지난 16일 발행된 <금요일에 돌아오렴>은 작가 12명이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12월까지 희생자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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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의 3차 공판이 열린 22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전날 2차 공판부터 진행된 검찰의 서증조사(문서 증거 조사)가 끝난 후, 세월호 유가족 오홍준(단원고 학생 고 오준영군의 아버지)씨가 피해자 진술을 하기 위해 방청석 앞으로 나왔다.

오씨의 손엔 두툼한 노란봉투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진술에 앞서 오씨는 "재판장님과 김 정장의 변호인에게 전달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라며 재판 진행요원에게 노란봉투를 건넸다. 노란봉투를 받아 안에 든 책을 꺼낸 재판장은 "이게 이번에 나온 책입니까"라고 물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이번 재판의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와 김 정장의 변호인에게 선물했다. 지난 16일 출간된 <금요일에 돌아오렴>은 작가 12명이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12월까지 희생자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펴낸 책이다.

오씨는 "아이들의 몸짓, 부모들의 절박한 마음을 담은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라며 책을 건넸다. 책을 받아 든 임 부장판사는 "(이 책을) 법정에서 접수하는 걸로 하고 잘 읽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책 선물, 진실 밝히는 데 도움 되길"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을 피고로 한 2심 재판과 김경일 해경 123정장을 피고로 한 1심 재판이 20일 광주 고등·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 두 재판을 보고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을 피고로 한 2심 재판과 김경일 해경 123정장을 피고로 한 1심 재판이 20일 광주 고등·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 두 재판을 보고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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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를 비롯해 이날 재판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20여 명은 임 부장판사와 김 정장의 변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노란 편지지에 적어 책과 함께 건넸다. 한 유가족은 "(노란 편지지에) '우리가 어떤 고통과 아픔을 겪었는지 담긴 책이니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이 됐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책과 편지를 건넨 뒤 피해자 진술 기회를 얻은 오씨는 약 5분 동안 격앙된 목소리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주십시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는 "김경일 정장이 퇴선명령과 승객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왜 하지도 않은 퇴선 방송을 했다고 거짓 기자회견까지 했는지 (밝혀주십시오)"라며 "만약 (김 정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면, 그 한 마디는 진도 바다에 울려퍼져 우리 아이들, 어린 생명들을 모두 구할 수 있었을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씨는 "우리 부모들은 재판정에 있을 때마다 갈 길이 멀다는 막막함, 답답함에 심장이 끊어지는 아픔을 느낍니다"라며 "진실을 더 이상 덮으려 하지 마십시오. 인간이라면, 어른이라면 어린 영혼들에게 최소한 양심의 가책을 보여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날 3차 공판을 통해 서증조사를 마쳤다. 서증조사에서 검찰은 ▲ 세월호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123정이 출동하며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은 점 ▲ 세월호 도착 후 선내 진입 및 퇴선 방송을 시도하지 않은 점 ▲ 함정일지를 조작하고 기자회견·감사원 감사·검찰 조사에서 거짓 진술한 점 등 김 정장의 혐의(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공용서류손상)를 따졌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오후 1시, 4차 공판을 열어 세월호 참사 생존자의 증언을 듣는다. 28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결심 공판에선 검찰의 피고인 신문 및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26일 진행될 계획이던 현장검증은 "당시 상황을 재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아래는 이날 오씨가 한 피해자 진술 전문이다.

"김경일은 왜 거짓말을... 끝까지 진실 묻겠다"

단원고 2학년 5반 오준영 학생의 아빠 오홍준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수학여행 보낸 이후 8일 만에 죽은 자식을 맞이한 부모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오늘도 자식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밝히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오늘로 282일째입니다. 9개월이 지난 지금도 무엇하나 밝혀진 게 없고, 오히려 세월호 참사는 더욱 큰 의혹을 남기고 있습니다.

왜 진실을 감추는 왜곡이 있는지, 부모는 죽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아직도 세월호 배 안에는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있습니다.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의 소원은 유가족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왜 실종자 가족, 유가족으로 나뉘어야 합니까. 자식, 형제, 부모 잃은 것은 똑같은데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오늘 진행된 김경일 해경 123정장의 서증조사에서 밝혀졌듯, 김경일은 4월 16일 9시부터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의 퇴선명령을 무시한 채 개인적인, 독단적인 행위를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묻고 싶습니다. 라이프자켓(구명조끼)을 입고, 퇴선을 준비하고, 세월호에 승선해 구조하라고 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의) 명령을 왜 거부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 또한 세월호 근처에 있던 둘라에이스호의 교신을 무시했습니다. 둘라에이스호 선장은 라이프자켓이라도 입고 바다에 뛰어 내리면 전원 구조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준석, 김경일은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의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식있는 부모라면 배 안에 있는 아이들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만약 퇴선 명령을 했다면, 그 한 마디는 진도 바다에 울려퍼져 우리 아이들, 어린 생명들을 모두 구할 수 있었을 겁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김경일 정장이 퇴선명령과 승객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왜 하지도 않은 퇴선 방송을 했다고 거짓 기자회견까지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주십시오. 배 안에서 마지막까지 엄마아빠를 부르다 서서히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 부모들은 재판장에 있을 때마다 갈 길이 멀다는 막막함, 답답함에 심장이 끊어지는 아픔을 느낍니다. 진실을 더 이상 덮으려 하지 마십시오. 인간이라면, 어른이라면 어린 영혼들에게 최소한 양심의 가책을 보여주십시오.

우리 부모가 갈 길이 멀다고, 우리 아이들이 갈 길만큼 멀겠습니까. 엄마, 아빠는 끝까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죽을 때까지 묻고, 듣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이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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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재판, #김경일, #123정, #금요일엔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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