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처럼 쉽진 않았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이 태극전사들의 4강행을 기로막진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랙텡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전에 터진 손흥민(레버쿠젠)의 멀티골에 힘입어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2007 대회 이후 아시안컵 3회 연속 4강진출을 달성했다. A매치 10경기 침묵을 깨고 멀티골을 터트린 손흥민이나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을 허탈하게 만든 차두리(FC서울)의 '미친 돌파'도 대단했지만 8강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손흥민의 첫 골을 도운 왼쪽 수비수 김진수(TSG 1899 호펜하임)였다.

월드컵 무산의 아쉬움, 유럽 진출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달래

김진수는 신갈고에 재학중이던 2009년 U-17 청소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참가해 한국의 8강을 이끌었다(이 대회에서 독일 함부르크 SV 유스팀 소속이던 손흥민은 3골을 기록하며 남다른 떡잎을 과시했다).

경희대로 진학한 김진수는 2012년 일본 J리그의 알비렉스 니카타로 이적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김진수는 기본적으로 왼쪽 풀백을 소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센터백과 오른쪽 불백도 가능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다.

김진수는 2013년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이후에도 꾸준히 홍명보호에 선발됐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왼쪽 풀백 자리는 '초롱이' 이영표의 은퇴 이후 대표팀의 약점으로 꼽히던 포지션이라 김진수의 성장세는 한국축구 전체에서도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김진수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출전이 매우 유력했지만 소속팀에서 입은 부상이 회복속도가 더뎌 최종 낙마했다. 결국 박주호(FSV 마인츠 05)가 김진수의 대타로 월드컵에 출전했다.

하지만 김진수는 월드컵 무산의 아쉬움을 유럽 진출로 달랬다. 김진수는 월드컵 기간이던 작년 6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호펜하임과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손흥민과 같은 무대에서 활약하게 된 것이다.

김진수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가장 큰 부담인 병역 문제도 일찌감치 해결했다. 김진수는 작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에 선발돼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대표팀의 무실점 금메달을 이끌었다.

손흥민의 결승골 어시스트 포함해 120분 풀타임 맹활약

대한민국 A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오른 슈틸리케 감독도 이번 호주 아시안컵을 대비하면서 김진수를 본격적으로 중용하고 있다, 김진수는 이번 대회 오만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까지 4경기 연속 390분을 풀타임으로 소화하고 있다.

오만과의 첫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던 김진수는 쿠웨이트전부터 자신의 자리인 왼쪽으로 돌아가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비고 있다. 이는 공수를 마음껏 오갈 수 있는 체력과 기술, 그리고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진수의 강한 존재감은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빛을 발했다. 김진수는 연장 전반 13분 경 손흥민이 문전에서 상대에게 빼앗긴 공을 강한 압박을 통해 다시 빼앗았고 곧바로 비어있는 손흥민을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차두리의 질주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한국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활약이었다.

김진수의 활약은 결승골 어시스트뿐만 아니라 6번의 태클을 시도해 성공률 100%를 기록했을 정도로 수비수 본연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후반 23분 경에는 프리킥 기회에서 강한 왼발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이날 중계를 맡았던 KBS의 이영표 해설위원도 김진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월드컵 3회 출전을 비롯해 A매치에만 127경기에 출전했던 '전설' 이영표와 이제 막 국가대표 커리어를 시작한 김진수를 직접 비교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하지만 김진수의 성장세를 보면 그가 곧 이영표에 못지 않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아시안컵 3회 연속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모두 준결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란-이라크전의 승자와 오는 26일 준결승을 치를 예정이다. 부디 두 팀이 모든 체력을 쏟아 사이 좋게(?) 연장전, 더 나아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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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8강 김진수 이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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