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발리카삭 수중에서 만난 거북이가 물속을 활보하고 있다
 발리카삭 수중에서 만난 거북이가 물속을 활보하고 있다
ⓒ 해저여행 김성주

관련사진보기


벌써 마지막 다이빙 날이다.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필리핀 어촌 풍경이 이채롭다. 어릴 적 향수가 묻어난다. 아침 일찍 고기 잡이에 나간 아이들과 어른들이 잡아온 고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저녁 노을 속 온 가족이 고기잡이하는 전원 생활은 마치 1970년대 우리나라 어촌 풍경의 모습이다.

전 세계 다이버가 모이는 발리카삭

오늘은 발리카삭(Balicasag) 포인트에 가는 날이다. 이곳은 팡라오 섬에서 서남쪽으로 10km 거리에 있는 섬으로, 보홀에 속한다. 우린 오슬롭에서 두 척의 방카 보트를 나눠 탔다. 바닷물의 저항을 최소화한 방카 보트는 속도가 빠르다. 끝없이 펼쳐진 필리핀의 아름다운 바다 위를 시원하게 질주했다.

1시간 이상을 달리니 자그마한 섬 하나가 보였다. 발리카삭이었다. 이곳은 전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에 속하는 곳이란다. 일본의 유명 다이빙 잡지인 <마린 다이빙>은 최근 세계 10대 포인트에 발리카삭과 아포섬을 올렸다. 발리카삭 섬을 둘러싸고 수십 척의 방카 보트가 모여 들었다. 자칫하다간 일행들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긴장됐다. 가이드는 몇 번씩이나 다이버들에게 잘 따라다니라고 강조했다.

아침 일찍 고기잡이에 나선 한 청년과 어른이 나눈 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침 일찍 고기잡이에 나선 한 청년과 어른이 나눈 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발리카삭 수중은 정말 아름다웠다. 물 속도 아름다웠지만 기억에 남는 건 입수 후 대형 거북이를 만난 일이다. 거북이는 바위 틈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난 한눈에 거북이임을 알아차렸다. 살금살금 거리를 좁혀 다가가는 순간 거북이가 자리를 떴다. 곧바로 거북이를 따라갔다. 그런데 보통 빠른 게 아니다.

느림보 거북이는 바닷속에서는 거의 날아 다녔다. 나도 질세라 힘껏 오리발을 차고 뒤따라 붙었다. 거북이는 다이버가 따라 붙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헤엄쳤다. 한참을 따라 붙다 포기했다. 정말 토끼 뺨칠 정도의 빠른 질주가 놀라웠다.

발리카삭의 또 다른 볼거리는 역시 잭피쉬 떼였다. 수밀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군무를 만났다. 잭피쉬 떼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다이버가 쫓아가면 고기떼가 도망치고, 다이버가 도망치면 고기떼가 따라왔다. 우리가 가는 길을 함께 동행하는 황홀한 광경이 내내 펼쳐졌다.

발리카삭 다이빙을 마치자 파도가 거세졌다. 다이빙을 마친 일행들이 출수하고 있는 모습
 발리카삭 다이빙을 마치자 파도가 거세졌다. 다이빙을 마친 일행들이 출수하고 있는 모습
ⓒ 해저여행 김성주

관련사진보기


일행 잃고, 엔진까지 고장 난 마지막 다이빙...

마지막 다이빙이라 구경을 마친 후 물속에서 감압에 들어갔다. 이후 출수해 배 위로 올라왔다. 다이빙이 무사히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회장님이 안 보였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다이버들이 가장 가슴 졸이는 것은 출수 후 일행이 안 보이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물론 공기 사용량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출수 시간은 얼마 차이가 안 난다. 하지만 배테랑 급 다이버들은 복식 호흡을 한다.

복식 호흡을 하면 물 속에서 공기를 오랫동안 쓸 수 있다. 비결은 수중에서 5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10초 간 호흡을 내뱉는 것이다. 무호흡으로 60m 수심을 타는 스킨다이버들도 이 호흡법을 사용한단다. 배 두 척이 10분 이상을 찾아 다녔다. '혹시 공기가 떨어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간이 두근반 세근반 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저 멀리 다른 일행에 섞여 손을 흔드는 사람을 발견했다.

오슬롭에서 다이빙 워크샵을 마친 일행들의 모습
 오슬롭에서 다이빙 워크샵을 마친 일행들의 모습
ⓒ 해저여행 김성주

관련사진보기


"앗 저기 회장님이 보인다."

일행들의 눈길이 한 곳으로 쏠렸다. 공기가 떨어져도 한참 지났을 시간이다. 이유를 알고 봤더니 수중 카메라 때문이었다. 일행들과 입수 후 얼마 안 돼 사진을 찍으려고 점점 더 수심을 깊이 탔는데 방수 케이스로 물이 들어와 곧바로 상승했단다. 이후 우리 배를 찾지 못해 물 위를 떠다니며 헤매고 다녔단다. 이후 회장님의 비싼 사진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오후가 되니 점점 바람과 파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다이빙을 마치자 선장님이 서둘러 오슬롭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역시 순탄치 않았다. 한참을 가는데 배 한 척이 고장 났다.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 앞서던 배가 고장 난 배를 끌었다. 파도가 높아지자 배는 점점 흔들림이 심해졌다. 아무 사고없이 다이빙을 마친 것을 위안으로 삼고 무사히 오슬롭 항구로 가기만을 바랐다.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다이빙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물속여행, #발라카삭,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