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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조원동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작년 3월 25일에 개관한 집 앞 대추골도서관을 두고 버스를 10여 분 타고 원래 다니던 선경도서관으로 다닌다. 그 이유는 대추골도서관에는 열람실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데 독립된 별도의 열람실이 없다. 어린 아이가 뛰어다니고 1시간에도 수십 명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공부를 할 수 없다고 김씨는 토로했다. 기존 도서관마저도 월 1회 휴관에서 월 2회 휴관으로 늘어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수원은 '인문학의 도시'가 되겠다는 시정 목표 아래 많은 도서관이 개관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도서관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도서관이 완공되면 인근 주민들로서는 더욱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로운 도서관이 지어졌음에도 기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많다. 새 도서관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도서관은 시설도 좋고 도서 보유량도 많은데 왜 외면하는 것일까?

도서관 확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신축 예정인 화서다산도서관 부지
▲ 수원 화서동 신축 예정인 화서다산도서관 부지
ⓒ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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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광교홍재도서관, 호매실도서관 등 지역 거점 지역에 많은 도서관이 개관했다. 또 일월도서관 등이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고 화서다산도서관 등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초에 개관할 예정이다.

수원은 확실하게 도서관 개수로는 '인문학의 도시'라는 면모에 걸맞게 완성되고 있다. 특히 수원시는 도서관에 따로 시간을 내서 가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해서 책나루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책나루도서관은 수원역, 영통역, 수원시청역 등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보관할 수 있는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기 때문에 책을 빌리는 게 한결 수월해질 예정이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인해 도서 구입에 부담이 가중된 현실에서, 새 도서관은 시민들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학습도 하고 각종 교양 강좌 및 문화 행사가 열리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도서관이 우리 동네 생긴다는 것을 시민 누구나 환영하는 이유다.

독립된 열람실 없는 도서관

도서관이 늘어나면 책을 동네 근처에서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 건립되는 도서관은 독립된 별도의 열람실이 없다. 자료실 한쪽에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이곳에서 학습을 하도록 되어 있다.

광교홍재도서관의 경우 책상에 스탠드도 놓여있는 등 책을 읽거나 학습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되어 있지만 면학의 분위기로서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안타깝게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일월도서관과 착공 예정인 화산도서관도 열람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최근 신설된 도서관에 독립된 열람실이 없자 집 근처 도서관을 놔두고 기존에 다니던 도서관으로 다니는 시민들도 있다.

지난해 3월 개관한 대추골도서관은 당시 지역 주민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현재도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중고교생들은 예전처럼 버스를 타고 선경도서관이나 북수원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칸막이가 있는 별도의 열람실이 없어 면학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도서관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좋지만 질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수준은 오히려 저하?

별도의 열람실이 없는 대추골도서관
▲ 수원 조원동 별도의 열람실이 없는 대추골도서관
ⓒ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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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도시 중 가장 짧은 개방시간 수원에 있는 대부분의 도서관은 평일에는 자료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열람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매월 두 번의 정기 휴관일이 있고 법정 공휴일에도 휴관한다. 인근 용인과 화성에 있는 도서관은 자료실 운영시간은 수원과 동일하고 열람실은 오후 12시까지 개방한다.

용인은 법정 공휴일에도 열람실은 개방한다. 용인과 화성 모두 수원보다 도서관 개방시간이 길다. 수원이 도서관 개수가 늘면서 휴관일을 월 1회에서 2회로 늘리는 등 오히려 기존 도서관을 이용하던 시민들은 불편을 겪게 되었다.

현재 수원에 대부분 도서관은 구내매점이 없다. 용인의 경우는 도서관 안에 매점이 있어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면학 분위기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또 용인과 성남은 학생열람실과 일반열람실을 구분해서 학습 분위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도서관의 개수가 늘어서 책을 빌리는 사람들의 편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분명한 것은 학습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도 많다는 점이다. 모든 도서관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열람실이 없는 도서관의 경우 위치를 재배치하는 등 학습을 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할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분명 더욱 질 좋은 도서관이 될 것이다.

개방형 도서관은 창의력을 증진한다?

최근 개관한 도서관에 열람실이 왜 없냐고 수원시에 문의한 결과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원시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동안의 도서관은 학습자 위주의 공간으로 배치되었다"며 "신설되는 도서관은 개인의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맞춰 자료실과 공부방 기능을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도서관 재배치 등을 통해서 열람실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수원시의 해명에 대해 다수의 도서관 이용자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매탄동에 사는 한 시민은 "열람실 없는 것과 개인의 창의력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열람실과 자료실을 분리하면 관리인 2명을 고용해야 하니 결국 돈 문제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원 관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착공을 앞두고 있는 도서관 중에는 단 한 개도 분리된 열람실을 갖추지 않고 있다.


태그:#수원, #도서관, #열람실, #휴관일,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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