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술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작곡하며,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는다. 감정을 토대로 파생된 생각의 기록. '놀이'에 가까운 이런 행위들은 소위 '예술'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소통된다.

정택용 사진작가 사진을 바라보며 그 때 그날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있다.
▲ 용산참사 유족 전재숙 어머님의 뒷모습 정택용 사진작가 사진을 바라보며 그 때 그날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있다.
ⓒ 이승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20일 오후 4시, 서울시 시청도서관 지하에 있는 시민청 갤러리에서 '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회'는 용산참사의 아픔을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여기, 사람이 있다>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권주호 디자이너와 나규환 조각가, 기일란/이혁상 다큐멘터리 감독, 노순택, 정택용 사진작가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우리에게 '용산참사'의 기억은 어떤 형태로 남아 있을까.

참사로 남편을 잃은 유영숙 어머님은 당당히 기자회견 자리 앞에 나와서 이야기했다.

"싸움이라고는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던 가정주부였던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싸우고, 남편이 입었던 조끼를 입고 투쟁해보며, 남편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생각하게 된다."

6년이 지났지만, 유족들과 이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그날의 충격과 아픔, 공포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왜 그들은 엄동설한의 한 겨울에 쫓겨나야만 했고, 살기 위해 발악하지 않을 수 없었는가. 그리고 현재까지 아파해야만 하는가. 나는 그 대답을 전시의 제목에서 찾았다.

'사람'

당시의 재개발 패러다임에서는 '사람'이 없었다. 철거민들의 처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안도 없이 사람들을 내몰았다. 도시의 인프라확충과 자본, 경제논리라는 거시적인 욕망만 존재했다.

노순택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그 때 그 시간을 되새기고 있는 용산참사 희생자들.
▲ 기억 노순택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그 때 그 시간을 되새기고 있는 용산참사 희생자들.
ⓒ 이승훈

관련사진보기


용산참사 외에도 이러한 재개발 패러다임이 1963년 경제개발의 시작점인 군사정권 때부터 이어져 왔다고 하니, 그렇게 쫓겨난 철거민들의 수를 감히 헤아리기가 힘들다.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부터 쌓여온 판자촌을 밀고 도로를 건설하고 높은 건물을 세우던 그 시절부터 철거민들은 군말 없이 밀려나고 밀려났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은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여 탄압할 뿐이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여겨졌던 그곳, 마지막 보루지에서 우리라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철거민들은 삶의 터전을 쌓아가던 그곳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대항했다. 이를 도심테러리스트의 행패라며 과잉진압에 나섰던 당시의 국가논리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만 할까.

책과 영화를 갤러리 한 쪽 구석에 전시를 하고 있다.
▲ 용산참사를 다룬 책과 영화 책과 영화를 갤러리 한 쪽 구석에 전시를 하고 있다.
ⓒ 이승훈

관련사진보기


오프닝 행사에 박원순 시장이 전시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산업화과정상에 있었던 잔혹한 도시개발 패러다임은 이제 종식되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후대에게 물려줄 재산으로 기록 보고서와 이를 보존 공유할 수 있는 도시재생 박물관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은 불안하지만, 시대의 감정을 끊임없이 기록해가는 그들

당시의 참사 현장에는 철거민들과 경찰, 용역회사 직원들, 기자 외에도 작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삶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철거된 건물 외벽에 투박하고 거침없이 혼을 다해 그림을 그려 감정을 기록하고, 조각을 세우며, 글을 쓰고,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철거로 사라진 현장에서 이제 이곳으로 그 흔적들을 옮겨와 사람들에게 그날의 감정을 전달한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이러한 감정의 다양한 기록들을 느껴볼 수 있는 날은 5일뿐이다. 그래도 25일(일요일) 주말까지 전시가 이루어지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많은 이들과 전시를 함께 관람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권준호 디자이너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 권준호의 ‘저기 사람이 있다’ 권준호 디자이너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 이승훈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여기, 사람이 있다> 전시는 1월 20일부터 25일까지 입니다.



태그:#용산참사, #6주년, #시민청 갤러리, #여기 사람이 있다, #노순택 작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