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과 9의 조합에는 지독히도 먼 괴리감이 있다. 마치 수성과 명왕성이 서로 극과 극이지만 태양계라는 이유로 한 궤도로 기록된 것과 같은 이치다. 피곤한 시험의 연속과 숱한 좌절, 시덥지 않은 희망고문 따위를 견디는 게 마지막 성장통이 될 것라고 굳게 믿고 있을 소년 소녀들에게 어른들이 해 줄 수 있는 건 '대학가면 편해진다'와 같은 착한 거짓말뿐이니 이 얼마나 착잡한 굴레란 말인가.

그러나 한편에는 지평선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도전에 대한 의심을 더 이상의 의심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 수상한 인물도 있다. 스스로 토양의 질을 매만져 보고 지극히도 사적인 성장통을 겪는 유일무이의 청소년. 바로 오디션 프로 <쇼미더머니3>의 차메인이다.

Mnet <쇼미더머니3>를 통해 고교생 특유의 감성을 피력했던 차메인은 힙합 레이블인 일리네어 소속 가수 더콰이엇의 프로듀싱 아래 싱글 곡 '19'를 선보였고 신인가수 최초이의 데뷔곡에 피처링을 하는 등  업계 블루칩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차메인입니다" 라는 교과서적인 인사가 실은 이제 막 고등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학생다운 인사법 아니겠는가. 단정하고 정직한 인사와 함께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수더분한 말씨가 시각으로 전이되는 기묘한 느낌을 전달했다. 마치 수성과 명왕성의 공존처럼.

차메인 차메인 공연 실황

▲ 차메인 차메인 공연 실황 ⓒ 차메인


열아홉이라는 나이, 그리고 <쇼미더머니3>

- 차메인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어원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명을 한창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인터넷엔 '짱짱맨' 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은 거지. 본명이 차정욱인데 차정욱 짱짱맨을 줄여 의미를 부여한 것이 지금의 차메인이라는 이름이다. 말할 때 마지막 단어를 길게 내빼는 버릇을 예명에 가감 없이 차용했다. 메인이란 발음이 얼마나 입에 찰싹 잘 달라붙나(웃음)."

- 랩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땠을까.
"중학생이 되고 우연찮게도 외국에서 온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 친구 MP3 파일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다이나믹 듀오의 '출첵'을 듣게 된 거다. 그때 이후로 힙합 특유의 감성에 차차 젖어 들어간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진학한 고등학교에 힙합동아리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열일곱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틀을 잡아 가게 되었다."

- 싱글이나 믹스테잎 등 차메인의 음악적 행보를 기다리는 팬들이 적지 않다.
"현재도 곡을 쓰고 있다. '19'(차메인의 싱글 앨범 곡)으로 공연을 다니고 있지만 더 많은 레퍼토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새롭게 선보일 음악이 어떠한 통로로 전달될지는 미지수지만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곡 작업은 주로 프라임 보이와 함께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양질의 비트를 보내주셔서 작업 속도가 붙고 질도 좋아지고 있다. 현재 만드는 곡은 4월쯤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선배 랩퍼 중 가장 지지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크루셜 스타. 이유를 굳이 표현하자면 가사가 무척 미래지향적이다. 야망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스토리텔링과 당찬 자신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 <쇼미더머니3> 출연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정도까지의 반응을 예상 했을까.
"현장 분위기 자체가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고 동경하던 랩퍼들의 라이브를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승 집념이 애초부터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 접수를 했고 순간순간 최선의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 기억밖에 없다. 1차 합격 이후에는 마음을 조금 다잡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 조금 과장을 보태 하룻밤 사이 이슈가 되지 않았나. 일상에서의 변화가 궁금하다.
"머리가 짧아서 일까? 남자 분들도 좋아해 주시더라(웃음).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또 남자 고등학교다 보니 원래 알던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똑같이 대해 준다. 활동 반경에 6호선이 들어가는데 유독 어르신들이 많아서 무언가 실감할 거리는 없는 것 같다."

- 싱글 곡 '19'의 발매 비화는.
"<쇼미더머니3> 본선 경연 곡으로 준비한 곡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작업한 만큼 나도 모르는 초인적 힘이 발휘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주제가 마땅히 정해지지 않았을 때 지금의 나의 모습을 담아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라는 조언을 얻고, 10대만이 할 수 있는 반사회적 내용을 담게 되었다.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고 이 곡을 공개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더 콰이엇 형이 먼저 연락을 주셔서 운이 좋게도 발매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 '19' 가사에서 언급되는 코스모드 코드는 일종의 크루 라고 볼 수 있나.
"그렇다. 동네에서 친한 형 동생들끼리 힙합이라는 공통된 코드 아래에 뭉쳐있어 자체 공연도 만들고 꽤 재미있게 음악을 하는 단체다."

차메인 쇼미더머니3 일리네어팀의 차메인

▲ 차메인 쇼미더머니3 일리네어팀의 차메인 ⓒ 신현정


방송 출연은 겁나지 않아..."내 100%를 보였다"

- 대중 매체를 통해 주목 받은 랩퍼들은 그 이후 행보에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모든 건 노력에 따른 결과 아닌가."

- 팬 층이 폭 넓은 편이라 들었다.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숙제라면 숙제겠다.
"녹음곡이나 정규작업물이 많지 않다보니 아직 내 포부를 담을 만큼 정교한 짜임새의 곡은 없지만 이 질문의 대답은 그저 '나는 내 이야기를 한다.' 가 맞는 것 같다. 어차피 들을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들을 것이고 안들을 사람은 뭘 하던 간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자신의 몇 프로라고 생각하는가.
"100%.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긴장하기 때문에 그저 몰두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정답이었기 때문에 후회 같은 건 딱히 없다."

- 무대에서 크게 떨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고 어떠한 준비를 했나.
"집이 4층인데 밤 11시쯤 베란다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귀가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관객 삼아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간단하게 동선을 그리며 실제 무대처럼 연기했다. 다행히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아서 원활하게 연습에 임할 수 있었다(웃음)."

- 방송 중 삭발하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솔직한 심정이 어땠나.
"정말 별 느낌 없었다.(웃음) 학교 두발 규정이 타 고교에 비해 엄격한 편이라 도리어 긴 머리가 어색한 편이다. 다만, 현장에서 머리를 밀 때 작가 누나들이 웃으시니까 괜히 민망스럽고 그러긴 했다. 뭐, 지금은 재밌었던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 차메인에게 '19'란 숫자의 의미는.
"휘몰아쳤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앞선 느낌이라 음, 뭐랄까… 마치 게임 하는 기분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차메인과 일리네어 일리네어 공연 중인 차메인

▲ 차메인과 일리네어 일리네어 공연 중인 차메인 ⓒ 신현정


"평범한 삶도 나쁘지 않아"..."더 즐겁게 음악하겠다"

- 기반을 다질 시기다. 음악인으로써 차메인의 모습을 장기적으로 기대해 봐도 되는 걸까.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 가고 군대 가는 생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삐딱하게 보지 않았다. 어쩌면 (스스로) 원해왔을 수도 있고. 불행인지 행운인지 여러모로 <쇼미더머니3>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삶이 두 개의 영역으로 대폭 갈릴 만큼. 조금 더 재밌는 걸 하고 싶어 졌고 흥미로울 때 더욱 더 발전시키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확신도 생겼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시간에 나 혼자 동떨어져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실이 되게 묘하게 다가왔다. 그 신묘한 기분을 잊을 순 없을 것 같다."

- 본인만의 차밍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연스럽게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이 몸에 잘 맞는 것 같다. 나만의 표현으로 이러한 음악을 기름진 랩이라 명명하곤 하는데 버벌진트의 무명 시절의 곡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안타깝게도 <쇼미더머니3> 하면 악마의 편집 이야기가 수순처럼 뒤따른다.
"내 경우에는 전혀 없었다. 주로 웃는 모습이 많이 나갔는데 현실 반영이 썩 잘된 편집 같았다고 생각한다(웃음). 아쉬웠던 점이라면 다른 랩퍼 분들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낀 점이 많은데 시간 상 많이 편집돼 나갔다는 정도다. 일리네어 수장들의 시니컬한 모습은 정말 비춰지는 대로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 일리네어와는 방송 후에도 교류하는지.
"더 콰이엇 형이랑은 근래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보통 내 쪽에서 '이런 거 어떻게 해야 해요?' 라는 물음을 던지면 답해주는 식이다. 본디 사소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인데 외려 그냥 하는 것이 훨씬 더 유연하게 흘러 갈 수 있다는 것을 형들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그렇게 변화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 곤란한 질문이다. 더 콰이엇, 도끼 중 누가 더 좋은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라는 질문과 흡사한 것 같다(웃음). '19' 라는 곡을 더 콰이엇 형과 작업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 진 부분은 있는 것 같다."

- 이십대의 시작이다. 원동력과 포부가 있다면.
"일단 힙합 음악 자체에 지금 내 자신이 심취해 있고 이 음악, 고유의 멋을 사랑한다. 스스로 갈 수 있는데까지 끝까지 발 뻗어 보고 싶다. 궁극적으로 멋있어지고 싶어 음악을 시작했으니 그런 모습이라면 더욱 좋겠지."

-마지막이다.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다수의 누군가에게 한마디 해보자.
"두서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할 것이고 여러분들도 그러기를 소망한다. 괜한 걱정, 고민 없이."

차메인 일리네어 더콰이엇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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