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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을 얘기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빼놓을 수 없다.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 떠나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476명이 탑승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그중 295명이 사망했고, 실종자 9명은 결국 찾지 못한 채 수색이 종료됐다.

참사 발생으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오랜 진통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세월호 특별법에 의하면 진상조사를 하는 특별조사위원회는 2015년 1월 1일자로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 지난 12일,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를 돕고 있는 법무법인 이공 소속의 박주민 변호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가족들 요구...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 먼저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연초부터 큰 사고들이 일어나는 것 봐서는 아마 올 한 해에도 국민들 속을 썩이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속상한 일 있더라도 힘내시고요!"

- 세월호 특별법에 의하면 특별조사위원회가 1월 1월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법의 시행시점이 올해 1월 1일이지만 위원회 구성을 못 마쳤어요. 위원회 활동기간은 법 시행시점인 1월 1일을 기점으로 해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의 구성을 마친 시점부터 기산되게 됩니다. 그래서 위원회의 구성을 마친 시점부터 1년이고 부족하면 6개월 연장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요.

위원회 구성이 어느 정도 되었냐면, 위원들은 선출됐습니다. 그러나 위원들에 대한 대통령 임명이라는 형식적인 절차가 남아 있고, 위원들을 도와 줄 직원들을 뽑아야 하며, 건물을 구하는 등의 실무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도 준비 중입니다. 이번 달 말에는 실무적인 준비까지 마쳐서 본격적으로 위원회가 가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애초 새누리당은 가족들이 동의하는 사람을 추천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새누리당이 유가족들에게 약속했던 것은 특별검사예비후보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의 경우에는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특별조사위원회의 위원을 선출할 때 가족들의 양해나 동의를 안 구했어요. 이걸 약속 위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되어 진상조사할 사람들을 뽑는 건데, 약속하지 않았다고 자기 마음대로 뽑는 것보다는 가족들에게 의견도 구하고 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는 것이지요."

- 새누리당이 추천한 특별조사위원을 보면 극우 인사나 친박계 등 특별법에 부정적인 분들이 있잖아요?
"추천된 분들의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 분들의 태도가 문제겠죠. 과연 이 분들이 의욕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쪽에 힘을 쏟을 것인가 걱정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반대를 하기 보다는 위원회가 가동되고 실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비판할 점이 있다면 비판할 겁니다."

- 그럼 특별위원회 조사위원들 선정에 대해서는 가족분들이 얘기를 안 한 건가요?
"얘기를 안 한 게 아니에요. 가족분들은 그것도 가족들과 상의를 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어요. 그러나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협상이란 것이 저희가 요구한다고 저쪽에서 다 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 특검 추천은 받아들였는데 특별조사위는 거부한 거잖아요. 이유는 뭘까요?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아무래도 특별조사위가 조사를 함에 있어서 정부나 여당, 심지어는 청와대를 조사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해줄 사람들이 특별조사위에 들어가면 좋겠단 마음이었겠죠. 그런데 가족분들과 협의나 합의를 해서 위원을 추천하면 그런 부분이 달성되기 어렵겠죠. 그래서 약속을 안 한 것 아닌가 추측합니다."

"특검, 제대로 수사할 것인가... 전망 밝지 않다"

지난 2014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가족버스 전국순회 보고대회에서 민변 박주민 변호사가 4·16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4·16 특별법 설명하는 민변 박주민 변호사 지난 2014년 7월 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가족버스 전국순회 보고대회에서 민변 박주민 변호사가 4·16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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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조사위는 어떤 활동들을 하게 되나요?
"많은 국민들이 아시는 것처럼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산하에는 3개의 소위원회가 만들어집니다. 1소위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활동을, 2소위는 우리나라 법제 등이 안전사회를 위해 적정한 것인가 검토하고 정책적인 제언을 하는 활동, 3소위는 가족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나 세월호 참사 추모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체크하고 정책적인 제언을 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세 소위원회의 업무를 합친 것이 특별조사위의 업무가 되는 거죠."

- 특별조사위가 끝나면 특검 문제가 대두될 텐데 특검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세요?
"현행 상설특검법의 경우 정치적 독립성과 진상규명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특검이 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특검을 누가 할 것인지 정하는 과정 자체가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가족분들은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가족분들은 계속 요구했습니다.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여야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변형해서 조금이라도 정치적 독립성이 강한 사람이 특검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나 여야는 결국 여당이 합의를 해주는 사람이 특검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합의했습니다. 이 결과 과연 여당이 정부나 여당, 청와대를 가감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사람을 후보로 합의해 줄 것이냐에 우려가 생기죠. 특검이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할 것이냐에 대해 전망을 해보면 밝지만은 않아요."

-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일단 특별조사위 활동이 제대로 되도록 국민이나 가족분들이 감시해서 성과가 나오게 하려고 합니다. 특검의 역할이 특별조사위원회가 밝혀낸 성과를 이어 받아서 수사를 하는 거잖아요. 특별조사위에서 성과가 제대로 나오면 특검이 여당에 가까운 사람이 오더라도 성과를 무시 못할 것입니다. 물론 특검이 특별조사위원회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안 하고 무시하면 우리나라에서 편하게 살아갈 수 없는 상황도 만들어야죠."

- 말씀을 들어보면 특검이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요?
"맞아요. 정치적으로 여당 성향의 사람이 특검이 되어서 수사를 독립적으로 못하고 계속 여당이나 정부의 영향을 받으면 진상을 규명하기 보다는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어요. 때문에 특별조사위가 좋은 성과를 내고 특검 활동도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수사를 못하도록 전방위에서 제대로 감시해야 해요."

- 지난 7일 여야가 세월호 배·보상법에 합의했잖아요. 어떤가요?
"배상은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힌 잘못이 있을 경우 그 피해를 구제하는 것입니다. 잘못이 있는 사람이 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죠. 반면에 보상은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힌 것은 아니지만 뭔가 피해를 본 부분이 있을 때 공동체가 그 피해를 본 구성원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그 피해를 구제하는 국가배상에 대해서는 일찍 합의가 되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국가가 잘못한 것을 넘어서 공동체성원에 대한 배려와 고려의 의미로서 하는 보상을 하느냐 여부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새누리당 입장이 많이 반영된 채로 합의됐습니다. 보상이란 표현은 쓰지 말고 위로지원금을 지급해 주는 것이고, 지급하더라도 국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성금을 나눠주는 형태로 위로지원금을 주자는 것이죠. 그래서 과연 국가가 세월호 가족들이나 국민들이 입은 상처에 대해 보듬으려는 자세가 있느냐는 아쉬움이 있죠."

- 그게 어떤 문제가 있나요?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10원이라도 국가가 보상하겠다면 가족분들은 '우리를 생각하는구나'할 텐데 '보상이란 표현도 안 쓰고 웬만하면 국민성금을 나눠주는 식으로 할 거야'란 식으로 새누리당이 나오니까 가족분들은 참사 때부터 느껴온 거지만 국가가 세월호 가족들을 챙겨주려는 마음이 있느냐에 대해 믿음을 못 가지는 것이죠."

- 그럼 배상은 어떻게 합의 되었나요?
"배상은 민법과 국가배상법에 따라서 배상한다는 식으로 합의되었어요. 제대로 된 특별법이라면 이 특별법에 어떤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배상한다는 규정을 넣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민법과 국가 배상법에 따라서 배상하겠단 건 사실상 특별벌이 배상에 대해 어떤 것도 안정했다는 의미죠. 그런 부분도 아쉽죠."

- 배·보상에 대해 이러는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 참사로 인해 피해 받은 사람들에 대해 책임지는 것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전례가 없다거나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새누리당이나 대통령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이 이야기의 핵심은 돈보다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전례가 없어서 못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이전 사회에 머물러 있겠다는 것이고,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참사 이후 사회가 이전 사회와 달라져야 한다는 의욕이 없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사회를 안전하게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이겠지요."

"인양 문제, 벌써부터 돈 얘기 나와... 가족들 움직일 것"

지난 2014년 7월 11일, 인터뷰에 응해 준 박주민 변호사
 지난 2014년 7월 11일, 인터뷰에 응해 준 박주민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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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발생 후 박 변호사께서는 가족들 법률대리인을 하시고 계세요. 참사난 지 9개월이 다가오는데 어떠세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죠. 저 개인적으로는 힘이 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가족들에게 충분한 도움을 드렸나 생각했을 때 아쉬운 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저나 몇몇 변호사들이 도움을 드리다 보니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가족분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사람들이 자문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야 할 것 같습니다." 

- 유가족분들 상황은 어떤가요?
"진상규명 특별법이 이미 통과되어서 특별조사위원회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배·보상에 대한 특별법 등, 그런 법들이 제대로 시행되고 집행되는지에 대해서 감시하는 역할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갖고 계시고 그걸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세요."

- 인양 문제는 어떻게 되가나요?
"인양 문제도 가족분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계세요. 가족분들 입장은 진상규명을 위해서든 못 찾은 실종자들을 가족 품에 돌려보내기 위해서든 인양은 반드시 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정부가 그런 입장을 받아들여서 인양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걱정이 있어요.

벌써부터 돈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러나 가족분들은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인양하는 쪽으로 결정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계획들을 고민하고 계세요. 그래서 조만간 인양을 위해 가족분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국민들에게 어떤 요청을 할지 알려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 통화 기록 삭제 문제에 대해 진행된 것이 있나요?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지만 저희가 특별법 등 여러 사안 때문에 신경을 제대로 못 썼어요. 또 저희들이 기술적으로 전문가도 아니어서 아직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족하여 활동을 시작하면 이런 의혹들에 대해 정리를 해서 진상규명 과제의 하나로 전달하여 조사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방송, 그리고 언론 이야기> (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주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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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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