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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인사하기 위해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인사하기 위해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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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자꾸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메시지를 새마을운동 구호식으로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한 줄로는 그 메시지에 담긴 뉘앙스를 전달하기 부족해 살을 붙이면 이런 것이다.

짐과 기춘대원군, 그리고 문고리3인방은 가정을 포기하고 밤낮을 나라 걱정으로 지새우고 있다. 그런데 일부 공직자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꾸며낸 이야기로 오래 전에 내 곁을 떠난 사람과 청와대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한 동생을 이간질해 말려들고 언론까지 허위 문건을 검증없이 보도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그러니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대원군과 문고리는 변함없이 중용하겠으며, 동생은 앞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할 것이다.

듣고싶은 얘기보다 하고싶은 얘기만 한 신년회견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경제'를 42번, '개혁'을 24번이나 되뇌었다. 회견의 대부분을 경제를 살리는 방안과 4대 부문 개혁에 할애했다. 향후 30년을 먹고 살 창조경제 3개년계획을 추진하는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이 진솔하게 전달된 회견이었다. 큰 틀에서 주제와 질의 순서만 정하고 사전 질문서를 받지 않은 일문일답 방식도 이명박 대통령 때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의 진위를 파악조차 하지 않은 허위 문건들이 유출되어 사회를 어지럽혔으니 바보 같은 짓에 말리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하고싶은 이야기만 한 그 뻔한 스토리는 이미 1주일 전에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친절하게 한 이야기다.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풍설들이 '정보'로 포장되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공직자에 의해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가공되어 국정 운영 최고기관의 동향보고 문건으로 탈바꿈하였으며, 그 문건이 그대로 언론에 유출·보도되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킨 사안임."

검찰의 수사결과와 대통령의 판단이 100% 옳다고 해도, '정윤회 문건' 사건은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청와대 참모들이 만들어 유출해 벌어진 일이다. 마땅히 사과부터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정치적 '염치'다. 결과적으로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든' 동생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경고는 지당한 말씀이다.

특검 거부 의사 표명에 야당 거센 반발

대통령이 우려하는 것처럼 동생은 바보일지 모르지만 검찰은 바보가 아니다. 검찰이 '정윤회 문건'을 '정보'로 허위 가공된 풍설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십상시 모임' 의혹과 관련, 최신 통합디지털증거분석시스템(IDEAS)을 이용해 발신 기지국 위치, 상호 간 통신내역은 물론,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사용한 통화상관관계분석 등을 통해 차명전화 사용 가능성까지 점검한 결과다. 검찰 나름대로 이번 사건이 특검으로 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수사한 결과다.

또 역대 특검의 수사결과를 보면, 검찰 수사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특검의 효율성에 의구심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특검 요구에 대해 "의혹만 가지고 특검을 한다고 하면 의혹 있을 때마다 특검을 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검찰의 '과학수사'를 방패삼아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은 국정의 한 파트너인 야당의 퇴로를 차단하는 '바보 같은 짓'이다.

대통령은 특검 요구에 대해 "여야가 특검에 합의하면 검토해보겠지만, 검찰 수사로 언론 보도로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해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답변하는 것이 '현답'이다. 그랬더라면, "'불행의 터널'로 빠져들 것"(문재인)이라거나 "또 다시 험난한 투쟁을 준비해야"(박지원) 같은 야권의 거센 반발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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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팩트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오마이뉴스 정치데스크를 세 번 맡았고, 전국부 총괄데스크,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편집주간(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국정원과 정보기관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