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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에서 잡힌 빙어들.
 의암호에서 잡힌 빙어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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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계속되는 요즘, 강원도에서는 빙어 낚시가 한창이다. 꽝꽝 얼어붙은 빙판 위에 얼음구멍을 뚫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빙어낚시가 한파주의보조차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빙어낚시는 날이 추울수록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빙어낚시꾼들에겐 한파가 오히려 더 반가울 뿐이다.

강원도의 빙어낚시 명소로는 해마다 빙어축제가 열리는 인제군의 소양호가 유명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끊임없이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춘천시 신포리의 북한강과, 그 북한강을 가로막아 만든 의암호 등도 빙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 중에 하나다. 춘천시 오월리에서는 해마다 1월과 2월 사이 두 달간 작은 규모의 빙어축제가 열린다.

신포리, 얼어붙은 북한강 위에 텐트를 치고 빙어낚시를 하는 사람들.
 신포리, 얼어붙은 북한강 위에 텐트를 치고 빙어낚시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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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주의보가 내려진 7일 아침 신포리, 20센티미터 정도 두께로 얼어붙은 북한강 위에 빙어 낚시꾼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개중에는 이제 막 북한강 위에 얼음구멍을 뚫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평일 아침이라 아직 낚시꾼들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이곳 낚시터도 얼음구멍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든다.

신포리 빙어낚시터는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도로 위에서 보면, 하얗게 얼어붙은 강 위에 다채로운 복장을 한 낚시꾼들이 떼를 지어 앉아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개중에는 얼음바닥에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다. 그 풍경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화천으로 여행을 가던 사람들 중에 더러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한 번에 7마리 걸려 올라올 때도

"잘 잡혀야 할 텐데..." 이제 막 낚시를 시작한 사람들.
 "잘 잡혀야 할 텐데..." 이제 막 낚시를 시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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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사는 송귀섭씨는 아침 7시부터 강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빙어를 낚아 올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거의 신기에 가깝다. 얼음구멍 밑으로 낚싯줄을 내리기 무섭게 빙어가 낚여 올라온다. 낚싯줄에 8개의 바늘을 걸었는데, 얼음구멍 위로 낚싯대를 들어 올릴 때마다 빙어가 보통 2~3마리씩 걸려 올라온다. 보기 드문 광경이다.

빙어가 많이 낚일 때는 한 번에 7마리가 걸려 올라올 때도 있고, 바늘 하나에 2마리가 걸릴 때도 있다는데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가 빙어를 낚아 올리는 솜씨로 보면, 그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닌 듯싶다. 바늘 하나에 빙어가 2마리가 걸려 올라온 이야기는 사진으로 보지 않았으면 단순한 낚시꾼의 과장으로 들었을 것이다.

빙어가 한꺼번에 두 마리가 낚여 올라오고 있다.
 빙어가 한꺼번에 두 마리가 낚여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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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아침 7시경에 낚시를 시작해 오전 10시가 조금 넘을 무렵 300마리에 가까운 빙어를 낚았다. 그가 빙어를 낚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빙어낚시처럼 쉬워 보이는 것도 없다. 하지만 빙어낚시는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날 새벽 2시에 서울을 출발해 2시간 만에 신포리에 도착했다는 한 가족은 송씨가 300마리의 빙어를 낚을 때까지 고작 1마리를 낚았다.

그때쯤 그들 가족은 "신포리에서 빙어가 많이 잡힌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며 빙어낚시에 점차 흥미를 잃어 가고 있었다. 6시간 동안 낚시질을 해서 겨우 1마리밖에 잡지 못했으니 지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크게 나은 게 없다. 앉은 자리에서 빙어가 잡히지 않자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기 일쑤다.

신포리 빙어낚시터.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닌다고 더 잘 잡히는 건 아닌데...
 신포리 빙어낚시터.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닌다고 더 잘 잡히는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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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구멍을 옮겨 다닌다고 더 많은 빙어가 잡힐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빙어를 낚는 데도 방법이 있다. 송씨 말에 따르면, 빙어낚시는 무엇보다 "바늘이 생명"이다. 낚싯줄은 가늘수록 좋다. 바늘과 낚싯줄 모두 빙어낚시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찌도 매우 중요하다. 빙어가 미끼를 무는 것을 찌가 움직이는 모양새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송씨에게서 빙어 낚는 법을 전수받고 나니 그의 말대로만 하면 누구나 바로 빙어낚시 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송씨가 가르쳐준 '빙어를 잘 낚는 법'에는 송씨의 오랜 빙어낚시 경력이 빠져 있다. 그의 빙어낚시 경력은 수십 년에 달한다. 그 연수를 건너뛰는 방법은 오로지 그만한 시간을 견디는 것뿐이다. 그가 미끼를 다루는 방법 역시 경험에 의한 것이다.

날 따듯할 땐 낚시 자제해야

의암호 빙어낚시터. 호수를 둘러싼 산줄기가 무척 아름답다.
 의암호 빙어낚시터. 호수를 둘러싼 산줄기가 무척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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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에서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어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 잡히는 빙어는 신포리에서 잡히는 것에 비해 비교적 몸통이 굵은 편이다. 신포리 빙어가 새끼손가락이라면, 의암호 빙어는 엄지손가락에 속한다. 자연히 빙어를 잡는 방법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곳 의암호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빙어 낚시터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사람들이 북한강으로 빙어낚시를 하러 찾아오는 데는 얼어붙은 북한강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도 한몫을 하고 있다. 두껍게 얼어붙은 강 위를 맨땅처럼 걸어 다니는 것도 남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빙어낚시 여행을 떠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이 여러 가지다. 낚시를 즐기고 난 뒤에는 뒷정리를 잘하고 떠나야 한다. 그리고 날이 따듯할 땐 낚시를 자제해야 한다.

신포리 빙어낚시터, 독특한 모양의 비닐 텐트.
 신포리 빙어낚시터, 독특한 모양의 비닐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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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빙어낚시, #신포리, #의암호, #북한강,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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