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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 대한 배려는 나도 배려 받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나도 배려 받는 것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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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왕이 되면 대접을 못 받아. 주인이 왕이 되어야 찾아온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는 거야."

손님을 왕처럼 대접하면 안 된다니,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다. 2년 전에 식당을 개업한 동생의 말이다. 축하하러 처음으로 식당을 방문했을 때 전체 크기에 비해 식탁이 매우 적어 보였다.

식탁 사이에 식탁 하나가 더 들어갈 만큼 빈 공간을 비워둔 것도 의아했지만, 곳곳에 붙어있는 팻말의 문구도 이상했다. 손님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동생의 대답이 이렇다. 팻말에 적힌 문구는 다음과 같다.

'다른 분의 식사를 위해 조용한 담소 부탁합니다'

동생은, 주인으로서 손님에게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게 따라줘야만 모든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그러면서 손님의 태도는 주인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외식업계에서 일한 20년의 경험에서 얻은 것이라고 했다. 식탁도 넓은 것으로 놓고, 충분히 여유공간을 둔 것도 손님에 대한 배려다.

주인말 듣지 않는 손님은 돈을 안받는다

그렇다면 주인의 부탁에 따르지 않는 진상(?) 손님은 어떻게 할까?

"주방까지 또렷하게 말소리가 들릴 정도면 다른 손님들이 불편할 정도야. 한두 번은 정중하게 부탁을 하지.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식당의 운영방침이라면서 돈을 받지 않고 내보내. 그런 경우는 처음 개업하고 얼마 있다가 딱 한 번 있었는데, 식사비가 10만 원쯤 되었을 거야."

손님이 좀 시끄럽게 했다고 주인이 맘대로 내보낸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두 말 않고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손님들의 발길을 끊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20년간 외식업계에서 일하다 창업한 동생
 20년간 외식업계에서 일하다 창업한 동생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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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곳곳에 팻말을 붙여놓으니 실제로 손님들이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옆 손님을 배려하게 되더란다. 그렇게 서로 배려해주는 손님에게는 서비스 음식을 제공한다니,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 생각나서 웃었다.  또 다른 진상 손님은 어떤 경우가 있는지 물었다.

"인원 수에 맞춰서 주문을 하게 되어 있는데, 세 명이 와서 2인분만 시키는 경우가 있어. 사정이 있으면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를 해. 그래서 주문한 대로 2인분을 주는데, 양이 적다거나 더 달라고 계속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어. 그때도 설명을 해줘. 손님이니까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일은 없어. 만약 그렇게 하면 계속 부당한 요구를 할테니까."

그야말로 20년간 여러 곳에서 별별 손님을 다 격어본 산전수전에서 얻은 지혜로 들린다. 주문할 수 있는 메뉴도 점심과 저녁에 달랑 두 개 뿐이다. 그 이유도 명쾌하다. 여러 가지 메뉴가 많으면 재료가 많아야 하고, 팔리지 않으면 버리게 되어 영업손실이 되기도 하지만, 주방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하게 되면 바쁘게 되고, 제대로 된 음식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메뉴가 적은 대신 매일 신선한 재료를 들여오기 때문에 주방일이 단조롭고, 주메뉴에 집중하게 되어 음식의 질이 높아진다고 한다.

왕이 될 자격이 없으면 그만둬라

그리고 예약손님을 우선으로 받는다. 미리 예약을 받으면 시간 여유를 갖고 준비하여 조금 더 높은 음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식당운영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손님도 많다.

쉬는 시간에는 개인 일을 보거나  휴식을 갖는다
 쉬는 시간에는 개인 일을 보거나 휴식을 갖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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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과 저녁시간의 중간에는 두시간 정도 식당영업을 일시 중단한다. 종업원들은 개인 일을 보거나, 휴식을  취한다. 식당에서는 흔치 않는 경우인데 매주 일요일은 쉰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많아서 외식이 많을텐데 교대로 돌아가면서라도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충분히 쉬어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거야. 조금 더 벌겠다고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야."

요즘 돈을 가진 사람들, 갑의 횡포가 끊이질 않는다.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재벌가 항공사 부사장의 직원에 대한 폭언도 충격이었는데, 며칠 전에는 백화점 VIP고객이 주차요원을 무릎 꿇린 사건도 있었다. 또 오늘은 손님이 백화점 직원의 뺨을 때리고 행패를 부린 뉴스도 들린다.

아무리 봐도 '손님은 왕이다'는 잘못된 관행인 것 같다. 주인이 왕이 되어야 제대로 손님 대접을 할 수 있다는 동생의 말을 새삼 되새겨 듣게 된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왕이 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지금 우리 정치와 사회가 그런 것 아닌가? 주인이 될 자격이 안 되면 하지 말아야 하고,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태그:#관행, #종업원, #감정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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