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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know Rain?(비를 아시나요?)"

7~8년 전 홍콩 마카오 출장 중 일이었다. 홍콩 일정 후 마카오로 넘어갔는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마카오 현지 가이드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그녀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질문을 했다.

"Do you know Rain? 비, Rain?"

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분명 '비'를 아느냐고 묻는 거였다. 뜬금없는 질문에 얼떨결에 "Yes(예스)"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단순한 '예스' 한 마디가 그녀에게 그리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그때부터 반 흥분 상태로 나를 따라다니며 엄청난 질문을 쏟아냈다. 나는 그렇잖아도 영어 울렁증이 있는데 반나절 넘게 영어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녀는 '비'의 팬이라고 했다. 그날 오전에 마카오 공항으로 '비'가 입국했는데 공항은 마비 상태가 되었고, 그녀는 고객을 픽업하러 나갔다가 '비'를 직접 보았다고 자랑했다. 업무에 차질이 생겼지만 행복하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비와 같은 한국사람이라 반갑고, 고맙다고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흥분상태였던 그녀는 나의 '예스'라는 의미를 자의로 해석하여 내가 비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다는 걸로 오해한 것 같다. 그때 한류가 정말 대단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체험했고, '비'가 대단한 월드스타라는 것도 깨달았다. 하긴 그 덕분에 우리 일행은 일정 내내 그녀에게 최상의 가이드를 받았다.

'그나저나 비슷한 경우가 생긴다면 뭐라 대답해야 오해를 안 하지?'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특히 같은 한국 사람을 만나거나 현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아는 체만 해도 가슴 저편에 뭔가가 뭉클하니 올라온다.

"우리나라 광고판이 여기까지 뒤덮었네. 참말로 대한민국 대단해."

미얀마 한류 중심에는 한국드라마가 있다

달라지역에서 만난 미얀마 아주머니 이 아주머니도 한국드라마 많이 보시는 것 같다. 한국사람이라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안녕 하세요?’하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달라지역에서 만난 미얀마 아주머니 이 아주머니도 한국드라마 많이 보시는 것 같다. 한국사람이라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안녕 하세요?’하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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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가면 어설픈 애국심이 아니라 진짜 한국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미얀마 사람들은 단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대단한 호의를 베풀어 준다.

사실 나도 미얀마 가기 전에는 이 말에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경험해 보니 미얀마 한류는 다른 동남아 국가의 한류와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코리아루묘바(한국사람입니다)"하면 어설프게나마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미얀마 한류의 중심에는 바로 한국 드라마가 있다.

밤 문화가 별로 없는 미얀마에서 텔레비전 시청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실제 다녔던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축구 아니면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얀마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상상 그 이상이다. 어떤 드라마는 시청률이 90% 가까이 나왔다고 하면 믿겠는가? 미얀마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01년에 방영한 송혜교, 원빈, 송승헌 주연의 <가을동화>에서부터라고 한다.

그 이후 미얀마에서 한국드라마는 다른 모든 프로그램을 제치고 최고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이유 중에는 드라마의 완성도도 있었겠지만, 미얀마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한국인들과 많은 부분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얀마 사람에게는 '가족 중심의 문화'와 '정(情)의문화'와 같이 우리와 통하는 정서가 있다.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한국드라마에 깊이 공감하며 빠질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시어머니와 며느리

양곤의 밤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선 꼭 한 번 들러야 한다는 19번가(세꼬랑) 꼬치 골목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곳에서 한국드라마에 푹 빠진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만나게 되었다. 테이블에 앉아 미얀마 맥주에 꼬치구이로 여행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젊은 여인이 나타나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잠시 후,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을 데리고 나왔다. 자기 시어머니인데 한국드라마를 엄청나게 좋아해, 지금 한국말도 배우고 있다면서 잠시 동석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사람들이 왔다고 하니 만나보고 싶어 나왔다는 거였다. 흔쾌히 허락했다. 그 시어머니는 연신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등 간단한 한국어를 외치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괜히 우리가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대부분 한국 드라마는 더빙하지 않고, 자막을 입혀서 내보내기 때문에 이처럼 간단한 한국말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얀마의 많은 사람은 "안녕하세요?","오빠","사랑해요" 등 간단한 한국말을 할 수 있다. 미얀마에 가면 못 알아들을 거로 생각하고 괜히 욕하지 마시라. 의외로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다.

미얀마 한류의 근원 한국 드라마 왼쪽)오전인데도 식당에 앉아 한국드라마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오른쪽)유자나플라자 근처 어느 술집: 술집 벽면 TV에는 한국드라마가 방영 되고 있었다.
▲ 미얀마 한류의 근원 한국 드라마 왼쪽)오전인데도 식당에 앉아 한국드라마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오른쪽)유자나플라자 근처 어느 술집: 술집 벽면 TV에는 한국드라마가 방영 되고 있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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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사 어떤 일이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류 때문에 일부 부작용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미얀마인들은 한국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부자로 안다. 그래서 현지인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딱히 부작용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한국 여자들은 모두 화면 속 연예인 같이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떤 이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를 한국 문화로 오해하고 있었다. 한국 유부남은 누구나 애인을 두고 살 거라는 편견이 생긴 듯, 내가 결혼했다고 하는데도 애인이 있느냐고 계속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혹시 드라마 작가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시청률도 좋지만, 우리나라 문화를 오해하게 하는 지나친 막장드라마는 쓰지 말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드라마 한 편은 바로 한류 상품이 되어 세계 곳곳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창작의 자유까지 침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미얀마에 부는 한류는 현재 진행형

이처럼 미얀마에 부는 한류 바람은 현지 교민에게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양분이 되고,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는 어느 곳에 가든 호의를 받게 해주는 윤활유가 된다. 일부 교민은 이런 한류를 사업에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기도 했다.

양곤에서 <파리지앵>이라는 빵집과 외곽에 <골든파크(Golden park, 한국식 찜질방과 사우나)>라는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박구영 사장이나 만달레이에서 <코리아 타운>이라는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최정열 사장은 한류를 사업화에 잘 접목하여 성공한 사람들이다. 물론 단순히 한류만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지만, 시대 흐름을 잘 읽어낸 사람들이다.

재 미얀마 박구영사장님 빠리지앵과 골든파크를 운영하며 KBS 강연 100℃에도 출현했던 성공한 사장님이다.
▲ 재 미얀마 박구영사장님 빠리지앵과 골든파크를 운영하며 KBS 강연 100℃에도 출현했던 성공한 사장님이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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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레이 한국식당 코리아 타운 만달레이에서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정열사장은 2014년 10월까지 코리안타운 3호점을 오픈 운영하고 있었다.
▲ 만달레이 한국식당 코리아 타운 만달레이에서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정열사장은 2014년 10월까지 코리안타운 3호점을 오픈 운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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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얀마에 부는 한류 바람은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해서 불 것이다. 꼭 한 번, 여행자가 되어 미얀마로 떠나 보길 권한다. 한국 사람인 당신은 미얀마에서 이미 한류 스타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며칠 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너 요즘 <오마이뉴스>에 미얀마 여행기 연재하고 있던데, 읽어보니 미얀마 찬양 일색이네. 미얀마가 그리 좋으냐? 왜 너도 미얀마에 가서 살려고?"

'이거 이거 이 땅에서는 어딜 가나 천덕꾸러기 신세인데, 정말 미얀마 진출 한 번 해봐?'

덧붙이는 글 | ※미얀마어 표기법은 현지 발음 중심으로 표기했으며 일부는 통상적인 표기법을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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