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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강꽁꽁축제 송어낚시 장면
 홍천강꽁꽁축제 송어낚시 장면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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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겨울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달 20일 막을 올린 평창송어축제가 2월8일까지 열리고, 제3회 홍천강꽁꽁축제가 지난 2일 시작되어 18일까지 열린다. 9일에는 대관령 눈꽃축제, 10일에는 한국의 대표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가 시작될 예정이다.

겨울 축제의 백미는 눈과 얼음, 강과 산에서 즐기는 낭만과 동심이다. 온통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축제이다. 오염되지 않은 강과 산이 있어야 좋은 얼음과 눈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 축제는 강원도가 제격이다.

스키를 빼면 마땅히 즐길 게 없는 겨울동안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강원도 겨울 축제는 도시 사람들에게 질 높은 여가 생활을 제공하고, 산골마을의 지역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이유로 강원도 겨울축제는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2003년 소박하게 시작된 화천산천어축제는 해마다 150만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 7대 불가사의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제3회째를 맞이한 홍천강꽁꽁축제도 아직은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평창송어축제는 올해가 8회째인데, 진부면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되었다.

"얼음 위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홍천강꽁꽁축제 어린이 겨울놀이 체험장
 홍천강꽁꽁축제 어린이 겨울놀이 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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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낚시 장면
 송어낚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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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홍천강꽁꽁축제가 열리는 홍천강 얼음 위에는 사람으로 가득찼다. 홍천인삼을 먹고 자랐다는 송어를 잡기 위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손에 낚시 줄을 잡고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심지어 엎드려 얼음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홍천 인삼 송어 잡아라'를 슬로건처럼 송어를 잡은 윤환이 가족은 벌써 세 마리나 잡았고, 자기 팔뚝만한 송어를 잡고 좋아하는 윤환이를 아빠하고 엄마는 행복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소감을 물어봤다.

"지난해에도 왔었는데요. 그때 어떤 분에게 송어 잡는 노하우를 배웠거든요. 힘 좋은 송어를 잡아 올리는 순간 정말 짜릿합니다. 여기는 혼잡하지 않아서 애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조건도 정말 좋습니다."

대구에서 아빠와 함께 와서 송어를 잡아 올린 강정규 군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횡성 할아버지 댁에 놀러왔다가 아빠와 함께 얼음낚시를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송어를 잡았다며 다소 흥분한 표정이었다.

"낚시 바늘을 보고 있는데, 큰 고기가 정말 잡히니까 무서웠어요. 아빠가 도와줘서 잡아 올릴 수 있었어요. 기분 정말 최고예요."

얼음 낚시터 한복판에서는 예쁜 아가씨 두 명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고기를 잡겠다는 전투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잡은 고기도 없었다. 고기가 잡혀도 잡아 올릴 수 있을까 싶어서 다가가 물어보았다.

의정부에서 온 김민지가족
 의정부에서 온 김민지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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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 한복판에서 홍천강 겨울바람과 얼음을 즐기는 아가씨들
 낚시터 한복판에서 홍천강 겨울바람과 얼음을 즐기는 아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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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안 잡혀도 상관없어요. 얼음 위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은 얼음구멍을 미동도 하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지된 화면 같았다. 옆에는 빈 고기주머니가 배고픈 모습으로 그 아주머니를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고기 주머니가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세 사람이 가족이었다.

"가족이 다 왔어요. 그런데 고기가 너무 안 잡혀요. 정말 잡아보고 싶은데, 못 잡겠어요. 고기가 보이기는 하는데, 안 물고 그냥 지나가버린단 말이에요. 속상해죽겠어요. 하지만 고기는 아마 많이 잡은 아저씨들이 줄 거예요. 작년에도 그렇게 얻어서 두 마리나 먹었거든요." 

자연과 함께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송어구이와 회를 손질하는 장면
 송어구이와 회를 손질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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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회
 송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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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에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은 얼굴이었다. 고기를 잡은 사람도, 잡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도 행복한 표정이 그 얼굴에 그려져 있었다. 자연과 함께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말이 생각났다.

축제 기간 홍천강과 둔치에서는 얼음낚시와 맨손송어잡기, 당나귀·개썰매타기, 연만들기, 떡메치기, 로봇바이크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눈썰매장과 얼음조각 전시, 설국열차, 컬링체험 등 얼음을 주제로 한 겨울놀이를 준비하여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얼음판 위에서 낮 익은 사람을 만났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도 예사스럽지 않았다. 홍천군 농업정책과 김승렬 계장이었다. 축제 관련 주무부서도 아닌데, 왜 그러고 있나 싶어서 물어보았다.

"홍천 홍보 활동을 하는 중입니다. 귀농귀촌 상담도 축제 기간에 많이 이루어지거든요. 지난해에도 홍천군으로 귀농하거나 귀촌한 분들이 많습니다. 홍천이 살기 좋은 곳, 살고 싶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찾아다니면서 여러 의견도 듣고 그럽니다."

강과 얼음 위에서 골짜기 바람을 마시며 즐기는 겨울 축제의 장에는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뿐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강원도 겨울축제를 내가 사는 홍천에서 즐길 수 있어 참 좋았다.

홍천군 농업정책과 김승렬계장
 홍천군 농업정책과 김승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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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천강꽁꽁축제, #화천산천어축제, #평창송어축제, #겨울축제, #강원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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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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