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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
 기러기 아빠
ⓒ 메디컬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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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의 프로그램 <가장 자리>를 아는가. 신혼의 남자, 중년의 남자, 마지막으로 기러기 아빠가 나와 신혼 초기의 모습부터 오랜 부부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웃음을 주는 코너이다. 그런데 이 코너에서 내게 무척이나 신경쓰이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박영진씨가 연기하는 기러기 아빠이다.

기러기 아빠란 1990년대 말 조기유학 열풍이 불며 생겨난 말로, 자식의 공부를 위해 자식과 부인은 해외에 보낸 뒤 자신은 국내에서 혼자 생활하는 아버지를 뜻한다. 이들 중엔 자식에 대한 투자만큼 확실한 노후보장이 없다며 중년의 솔로생활을 최대한 즐기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러기 아빠들은 자신을 스스로 돈 버는 기계라고 느끼며 자괴감과 깊은 외로움에 빠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한 사태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해야 대안을 찾을 수 있다. 美 대학 유학생 3위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고 한다. 미국 비영리 교육기관인 국제교육원과 국무부 교육문화국은 지난 11월 17일(한국 시각) 2013~2014년도 기준으로 한국 유학생은 6만8047명으로 지난해보다 3.7%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1위 중국, 2위 인도의 뒤를 이은 순위로 한국의 인구 수를 감안한다면 대단히 큰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젊은 이들이 더 이상 자국에서 공부하지 않는 현실, 이제 더는 두고만 봐선 안 될 문제다.

최근에는 경제적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기러기 아빠들의 사례도 심심찮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 2013년 11월 8일, 인천 계양구 한 빌라에서 58살 이아무개씨가 자신의 집에서 번개탄을 피운 채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식과 부인을 외국에 보내고 홀로 생활하고 있던 기러기 아빠로, 경기불황으로 일감이 줄어 자식들에게도 많은 지원을 해주지 못하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하고 한 가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기러기 아빠들을 보호할 사회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올바른 교육문화 파악일 것이다. 맹목적으로 해외 유학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내 아이가 과연 이 기회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겐 지금 이 기회가 아닌 다른 분야의 길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진정 아이를 위한 선택인지 한 번쯤 진중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2010년 기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기러기 가구는 115만 가구로 전체 결혼 가구의 약 10%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의 유대감 지수는 OECD 국가 중 뒤에서 3번째라고 한다. 그만큼 삭막한 사회에서 이들의 외로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젠 가족과 떨어져 사는 그들을 위해 지속적인 상담프로그램 개발, 자식들과의 문화차이 극복을 위한 교육 등의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마 그들은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살 것이다. 아버지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이기 전에 외로운 한 가장임을 알아야 한다. 자식들의 미소 한 번에, 부인의 따뜻한 저녁상 한 번에 큰 힘이 나는 그런 사람임을 말이다. 나는 개그콘서트의 그 코너 속 박영진씨의 연기를 보며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고,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개그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이제 생각하고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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