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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민속5일장이 1962년 개장이후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휴장을 했다.
▲ 성남 모란 민속5일장 AI로 50년만 첫 휴장 성남 민속5일장이 1962년 개장이후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휴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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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저녁, 모란 민속5일장 상인회 사무실에는 유점수 상인회장을 비롯해 상인회 임원과 인근에 거주하는 상인들이 모여 4일과 9일에 열리는 민속5일장 휴장에 대해 논의했다.

"모란시장과 모란 민속5일장은 엄연히 별개라며 방역을 철저히 했으니 개장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과 "눈 앞에 이익을 위해 시민들의 불안감 속에 민속5일장을 열 수는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리 길지 않은 토론 끝에 회의는 '휴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유점수 상인회장의 고민은 깊어갔다. 1962년 모란 민속5일장 개장 이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단 한 번도 쉬지 않은 민속5일장을 처음으로 휴장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모란 민속5일장
▲ 성남 모란 민속5일장 AI로 50년만 첫 휴장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모란 민속5일장
ⓒ 권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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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점수 회장은 "새벽부터 상인들이 민속장을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등 연말 대목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을텐데... 그 상인들을 어떻게 돌려보내나"라는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첫 휴장을 한 상인회장이라는 오명보다는 시민들과 모란 민속5일장의 장래를 위해 과감하게 휴장을 결정한 유 회장은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상인들에게 휴장소식을 알리게 하는 한편, 29일 새벽에 혹시나 모를 상인들의 출입을 통재하기 위해 각 입구에 인원을 배치했다.

새벽이 되자, 유 회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한 상인들이 새벽부터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강원도에서 오징어 600상자를 구입해 온 상인, 가락동에서 500만원 가량의 채소를 준비해온 할머니, 경북 청도에서 700상자의 홍시를 준비해 온 청년까지 상인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평소같으면 상인들과 고객들로 가득차 있을 장터가 텅 비어있다
▲ 성남 모란 민속5일장 AI로 50년만 첫 휴장 평소같으면 상인들과 고객들로 가득차 있을 장터가 텅 비어있다
ⓒ 권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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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생물이라 오늘 판매하지 못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오늘 꼭 민속장을 열어야 한다"는 상인들은 강경했지만, 휴장 결정을 내린 유 회장과 임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상인들을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상인들은 유 회장과 임원들의 말에 수긍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상인들의 쳐진 어깨를 보는 유 회장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더 무거웠다. 이렇게 모란 민속5일장은 첫 휴장을 맞았다.

50년 만에 첫 휴장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모란 민속5일장 유점수 회장은 "자체적으로 휴장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 하루 우리만 생각해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상인들 모두 이번 결정에 따라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50년만에 첫 휴장 결정을 내린 모란 민속5일장 유점수 상인회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성남 모란 민속5일장 AI로 50년만 첫 휴장 50년만에 첫 휴장 결정을 내린 모란 민속5일장 유점수 상인회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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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 상인회에서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이번에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가 아직까지 사람을 상하게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언론에서 과도하게 시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제 5일이라는 시간을 더 벌었다. 남은 5일동안 철저하게 방역 방제 작업을 해서 모란 민속5일장을 찾는 고객 여러분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성남 시민 여러분들은 물론 모란 민속5일장을 찾아주시는 여러분들은 저희들을 믿어주시고 전과 같이 모란 민속5일장을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수도권 최초로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이라는 최대위기를 맞아 개장 50년만에 첫 휴장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고 안전한 모란 민속5일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란 민속5일장 상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하루빨리 모란 민속5일장이 정상화 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5일장인 '모란 민속5일장'이 지난 28일 모란시장 가급류 판매장에서 확인된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1962년 개장이후 첫 휴장을 했다.



태그:#성남시, #모란시장, #민속5일장, #조류인플루엔자, #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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