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장그래 죽이기법 폐기' 기자회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장그래 죽이기법 폐기' 기자회견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저는 최저임금도, 점심·휴게 시간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부터 나와 일해도, 새벽 1시까지 야근을 해도 회사는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더러운 일자리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요? 이런 일자리를 확산시키겠다는 건 국민을 노예로 보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의 말이다. 29일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장그래 죽이기 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정부 종합 대책에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 업종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전 11시 학교 비정규직, 제조업 사내하청, 시간제 노동자 등 20여 명은 노사정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은 "현재 학교에는 4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고, 이들 중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람은 10만 명에 불과하다"며 "이미 존재하는 비정규직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지회장은 "저희 기륭전자 분회는 10년간 불법 파견에 맞서서 6년을 싸우고, 2년 6개월 기다려 복직했지만 회사가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일터가 사라졌다"며 "이런 억울하고 힘든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정규직이라는 법제도를 폐기하지 않고서는 국민 대다수가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55세 이상 숙련노동자 파견 확대하면 신규 채용은 물거품"

같은 자리에서 권영국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정부 정책의 핵심 내용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먼저 55세 이상 고령노동자에게 파견업종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55세 이상 고령노동자들은 숙련된 기술자들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초짜인 신규 노동자대신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데려다 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신규 채용은 다 물 건너간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35세 이상 비정규직 계약 기간을 4년까지 연장한 뒤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직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는 4년을 고용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이직 수당 조금 받고 나가떨어지라는 얘기"라며 "정부 방안 중 4년 뒤 이직 수당을 조금 챙겨준다는 것 외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오늘 발표할 84대 대책 중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대책은 단 한 개도 없다"며 "이는 장그래 보호법이 아닌 장그래 양산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비정규법(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없애고, 근로기준법 9조에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문화 하는 것만이 장그래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 3500여 명에게 받은 비정규종합대책 반대 서명용지를 전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태그:#비정규직, #장그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