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범수

가수 김범수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김범수는 최근 새로 낸 8집 <힘>(HIM)을 '회귀'라고 설명했다. '약속' '보고 싶다' '하루' 등으로 한국형 발라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교회 성가대에서 부른 '오 해피 데이'(Oh Happy Day)로 노래하는 미래를 꿈꾸게 된 그로선 R&B와 힙합 등으로 채운 이번 8집이 낯선 게 아니다.

"내 자신을 돌아본다면 '변화'라기보단 '회귀'다. 원래 좋아했던 것으로 돌아가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본 것뿐이다"라는 김범수는 "대중이 아는 김범수답지 않은 것을 했을 때의 어색함이 있을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무리수를 던졌다"며 "(대중이 아는)김범수다운 앨범을 낼 수도 있었지만, 좀 더 어려운 길을 택하는 대신 좀 더 즐거울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이를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음악 인생에 있어 나를 살찌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틀곡 '집밥'은 홀로 산 지 5년이 된 그의 자화상을 담은 노래다. 노래에는 그의 어머니와 실제로 대화한 내용이 들어 있기도 하다. "대다수의 아들들이 그렇듯 나도 살갑게 표현하는 아들은 아니라 큰마음 먹고 전화했다. 미리 (녹음한다고) 말씀드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어머니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한 김범수는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던 2014년을, 그리고 개인적인 공허함을 위로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순애보만 노래했던 나, 이번엔 '방황기' 담았다"

- 기존 김범수의 히트곡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앨범은 어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변화, 아니 회귀를 고집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범수 하면 '발라더'로 각인돼 있고, 그간 냈던 앨범들에서도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많이 보여줬다. 하지만 작곡자와 프로듀서들의 역량에 내 목소리를 얹은 것들이어서 내 이야기라기보단 대중이 느끼기에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그런 앨범들이었다. '가수' '보컬리스트'라는 타이틀 또한 사랑스럽고 좋지만, 이걸 떠나 내 얘길 한 번쯤은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 생각했다. 30대 중후반은 젊지도 그렇다고 많이 나이 들지도 않은, 딱 중간인 시기다. 이 때 젊었을 때의 이야기나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 등 할 수 있는 게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시기를 놓치면 앞으론 내 이야길 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조금은 강수를 둔 거다. 그동안 대중에게 '맞춤 서비스'를 해 드렸다면, 이번엔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말하는 앨범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가수 김범수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다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극과 극으로 지냈던 시간들이 또 이번 앨범의 뮤즈가 됐다. 후회는 없다. 그랬던 내 모습도 솔직한 내 모습인 거다. 감추려 하기 보단 여과 없이 담으려 했다."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지금까지 노래를 불러 오던 방식에서도 변화를 줬을 것 같다.
"창법의 변화도 음악 자체의 변화만큼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기본적인 발라드 가수로서의 창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과거 내가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때의 창법을 이제 보여드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거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발라드 곡을 불러야 하는 김범수'로 만들어지기까지 연습했던 창법보다 더 자연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즐겨 연습했던 창법을 그동안은 고이고이 묻어뒀다가 이번에 다 쏟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직접 곡 작업에 많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발칙한' 곡들이 많다. 그전까진 순애보였잖나. '언제까지나 기다릴게'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어'…. 거기에 끝사랑 얘기까지 했는데, 이번 앨범에선 '김범수의 방황기'를 그렸다. (웃음) 이루어지지 않았던 띠동갑과의 사랑이라든지, 놀 것 다 놀면서 아닌 척하는 모습이라든지, 어떤 여성에게도 거침없이 다가갈 것 같은 '상남자'의 모습까지 담겼다. 대중이 생각하는 김범수에겐 상상할 수 없는 콘셉트겠지만, 그런 부분도 어떻게 보면 김범수다운 김범수인 거다. (웃음)

사실 20대 땐 정말 단순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 후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기도 있었다. '늦바람'이 났던 거지. (웃음)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다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극과 극으로 지냈던 시간들이 또 이번 앨범의 뮤즈가 됐다. 후회는 없다. 그랬던 내 모습도 솔직한 내 모습인 거다. 감추려 하기 보단 여과 없이 담으려 했다."

- 그런 점에서 '내가 잘 담겨있다' '나를 이해하려면 들어줬으면 한다'는 곡을 소개한다면.
"타이틀곡이 될 뻔했던 '욕심쟁이'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업템포 곡을 시도한 거라 신경을 많이 썼다. 구성도 5~6번은 바뀌었고, 가사도 6개월 동안 수정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 '님과 함께'를 했을 때 대중이 '김범수가 저런 것도 할 수 있나?'라고 평가해 주셨던 게 나에겐 가장 큰 기쁨이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그런 무대였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욕심쟁이'는 '정말 김범수가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거다'라고 할 수 있는 곡이다."

- '대중가수 김범수'를 오래 알아온 주변은 8집을 두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작곡가 윤일상, 가수 박선주 등 나와 기존에 음악을 했던 분들을 많이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 다 응원을 많이 해 줬다.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냐' '이젠 네가 만들고 네 이야기를 해야 맞는 거다, 그게 진짜 가수로서 해야 할 일이다'라고 평해 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 사실 앨범 작업이 오래 걸렸던 게 '그냥 대충 타협할까, 발라드도 한 두곡 넣어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들까'라는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랬다면 진짜 악몽이었을 것 같다. 방향을 완전히 튼 게 스스로에게도 후회가 없고,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빌보드 2위 '강남 스타일', 내 자리를 남겨둔 것이라 생각한다"

 가수 김범수

"어쩌다 이 타이틀을 안게 됐는데,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점점 '잘생겼다' '비주얼 가수'라고 해 주니까 나도 더 자신감이 생기고 신이 나는 것 같다. 어떨 땐 오버도 좀 하지만. (웃음) 이 타이틀을 얻은 이후로 패션에 대한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최근 가수로서의 본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동안 가수 이전의 인간 김범수를 다 보여드리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출연한 <나는 가수다>는 '콘텐츠로서의 김범수'가 아닌 그냥 김범수를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이건 내가 늘 갖고 있던 갈증이기도 했다. '나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제 여과 없이 보여줄 기회가 생겼으니 굳이 다시 감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이 묻혀 있었잖나. 가려져 있던 사람이었던 탓에, 과감히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편이다."

- <나는 가수다> 이후 얻게 된 '비주얼 가수'라는 별칭도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을 어느 정도는 풀어준 것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이 타이틀을 안게 됐는데,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점점 '잘생겼다' '비주얼 가수'라고 해 주니까 나도 더 자신감이 생기고 신이 나는 것 같다. 어떨 땐 오버도 좀 하지만. (웃음) 이 타이틀을 얻은 이후로 패션에 대한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잘생겨서 이런 소리를 듣는 건 아닐지 몰라도, 이왕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이상 더 멋있게 입고 다니자는 거다. 그게 나의 활동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한 것 같다. 예전까지 '노래 잘 하는 가수'에 그쳤다면, 이젠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수로 성장하고 싶다."

-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들이는 노력도 상당할 텐데.
"노래를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모든 일엔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외모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다. 누가 봐주지도 않았고, 그럴 기회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방송에 나가면서 느낀 건 다른 사람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 그런데 나는 남들보다 잘나지도 않았으면서 신경도 안 쓰니까 더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듣는구나 싶었다.

그 뒤론 남들보다 못하더라도 더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겠다 싶어서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니까 내가 보기엔 신경 쓰는 만큼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 그전에 무대 설 땐 어떻게 보일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노래로만, 목소리로만 어필하려고 했지. 하지만 노래 외의 부분에도 신경을 쓰게 된 지금은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더 하면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고민하게 됐다."

 가수 김범수

"<슈퍼스타K6>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줬다. 어떤 무대에 서더라도 <나는 가수다>에 처음 설 때의, 신인 때의, 처음 교회에서 '오 해피 데이'를 불렀을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다."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어느덧 8집까지 낸 가수가 됐다. <슈퍼스타K6> 심사위원을 하며 후배들에 대한 생각도 하기 시작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한 게 있다면.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일지를 생각하다 보면 가수 윤종신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진짜 멋있는 사람이다. 음악 하나뿐만 아니라 제작, 방송 그 어떤 것도 대충하는 게 없다. <라디오스타>에서 막말을 하다 < 슈퍼스타K >에서 멋있게 조언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여기선 재미있고, 또 다른 데선 멋있고…그런 점이 내 이상향에 가깝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스스로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나 혼자 한다고 될 게 아니니까. 대중이 '이 사람이 저것까지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줘야 가능한 거잖나. 그런 면에서 이제 계속 해나가야 할 내 숙제라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 가수로선 '빌보드 차트 1위'가 꿈이라던데. 실제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기도 했고. (김범수는 2001년 '하루'를 영어 버전으로 불러 빌보드 차트 51위에 오른 바 있다-기자 주) 그래서 이번에 '강남 스타일'의 작곡가 유건형과 작업한 건가. (웃음)
"유건형과 가수 싸이는 '빌보드 차트 1위'라는 내 꿈에 가장 가까이 갔던 사람들이다. 내 자리를 남겨뒀다 생각하고 있다. ('강남 스타일'로) 2위를 하지 않았나. (웃음) 이번에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도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런데 특별한 노하우는 없더라. 그냥 소신껏, 재밌는 음악을 한 게 세계인에게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빌보드에 올라가기 위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 다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이 언제든 빌보드 차트에 올라갈 수 있는 음악이다'라고 생각하고 진정성 있고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데뷔하기 전의 김범수와 지금의 김범수를 비교해봤을 때 가장 변한 것과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을 한 가지씩 꼽아본다면.
"얻은 건 아무래도 '외모'일 거다. (웃음) 반대로 <슈퍼스타K6>를 하면서 예전의 간절함이나 치열함을 잃은 것 같다고 느꼈다. 참가자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이를 이겨내려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잃은 게 바로 저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요즘엔 그걸 다시 찾아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생겼다. 그러고 보면 <슈퍼스타K6>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줬다. 어떤 무대에 서더라도 <나는 가수다>에 처음 설 때의, 신인 때의, 처음 교회에서 '오 해피 데이'를 불렀을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키는 1cm도 변함이 없고,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나 절실함은 떨어졌는지 모르겠지만…그래도 여전히 김범수는 노래 외에는 내놓을 게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생을 살며 누군가가 나에게 뭘 잘한다고 말해준 건 노래밖에 없다.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한 것도 노래밖에 없고. 그렇게 진득한 성격도 아니고 몰입하는 성격도 아닌데 이상하게 노래할 땐 집중이 되고, 내 자신이 만족스럽다. 노래할 때 나 자신이 나로서 가장 완성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 기분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김범수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집밥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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