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V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흥국생명에게 첫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지난 2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세트스코어 0-3(17-25·23-25·20-25)으로 완패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3연패의 늪에 빠지며 6개 구단 중 4위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았지만 선두 자리를 넘나들던 흥국생명이었다. 선두와의 승점 차이가 6점으로 벌어진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박미희 감독을 중심으로 돌풍 일으켰던 분홍거미군단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은 1년 만에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흥국생명 변화의 중심에는 역시 새롭게 감독으로 부임한 '코트의 여우' 박미희 감독이 있었다. 박미희 감독은 지난 5월 흥국생명 감독으로 부임한 후 짧은 시간 동안 전력을 파악해 팀을 빠르게 추슬렀다.

박미희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전에 호주로 날아가 레이첼 루크를 직접 만나고 올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기량뿐 아니라 성격과 인품까지 두루 살펴보고 선택한 루크는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주포로 더없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FA시장에서 김수지를 영입한 것도 전략적 선택이었다. 사실 김수지는 현대건설 시절부터 좋은 신장(186cm)에 비해 블로킹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 대신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외발 이동속공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박미희 감독은 김수지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주목했고 김혜진과 더불어 무시무시한 이동공격 듀오를 탄생시켰다. 김수지는 이번 시즌 무려 59%의 이동공격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착실한 전력보강 속에서 '슈퍼루키' 이재영의 선발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이미 지난 여름부터 대표팀의 붙박이 멤버가 된 이재영은 흥국생명의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기 충분했다. 이재영은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에서 실시하고 있는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3만표가 넘는 득표로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흥국생명은 왼쪽의 이재영과 주예나, 중앙의 김혜진과 김수지, 오른쪽의 루크, 세터 조송화, 리베로 김혜선으로 주전 라인업을 구축했다. 지난 10일까지 8승 4패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단순한 다크호스에서 상위팀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뛰어 오른 것이다.

판정시비 후 무기력해진 흥국생명

흥국생명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부터였다. 흥국생명은 이 경기에서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며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사실 역전패보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막판에 불거진 판정시비였다.

5세트 13-13 동점 상황, 기업은행의 데스티니 후커가 때린 서브가 라인에 닿을락 말락 하는 애매한 위치에 떨어졌다. 아웃이라고 확신한 박미희 감독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사기가 떨어진 흥국생명은 그대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이날 패배 후 지난 2경기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했다. 끈질긴 수비로 상대를 질리게 만들겠다던 박미희 감독의 시즌 구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기들이었다.

흥국생명의 부진 원인을 기록에서 살펴보면 역시 '높이의 약세'가 가장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연패를 당한 3경기에서 흥국생명은 블로킹 마진 '-12'를 기록했다. 상대가 흥국생명의 낮은 높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재영의 성장통도 흥국생명 부진의 큰 원인이다. 실제로 이재영은 지난 3경기에서 공격성공률이 고작 27%에 그치고 있다.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코트에서 특유의 밝은 표정도 자주 나오지 않는다.

흥국생명은 1987년생 김수지가 팀 내 최고참일 정도다. 경험이 많은 팀이 아니다. 박미희 감독 역시 감독으로서는 이제 막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이런 고비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상대에 연연하지 않고 매 경기 자신들의 플레이를 성실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순위와 승점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흥국생명이 이 고비를 넘기고 다시 V리그 여자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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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박미희 감독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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