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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의 인사정책이 취임 6개월 만에 베일을 벗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미뤄온 인사를 단행하면서 곳곳에 '낙하산'이 떨어지는 동시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직하는 기관장이 속출하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치를 당시 송영길(전 인천시장) 후보를 향해 '송피아(송영길 측근+마피아)의 적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송피아부터 척결하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민선6기 유 시장의 인사정책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실상 '유피아(유정복 측근+마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도긴개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10월 정무특보에 민선6기 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 시민소통팀장을 지낸 조용균 변호사, 안보특보에 유 시장과 같은 제물포고등학교 동문인 김문화 전 17사단장을 임용했다. 또, 대외협력특보에 유 시장이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재직할 시 비서실장을 지낸 도윤호 전 안행부 정책보좌관을 임용했다. 아울러 6·4 지방선거 때 옹진군에서 유 시장을 도운 문경복 전 인천대학교 사무처장을 인천교통공사 상임감사로 기용했다.

이밖에 유 시장은 개방형 공무원으로 뽑는 서울사무소장에 자신이 국회의원을 할 때 보좌관을 지낸 이웅수씨를 임명했고, 개방형 감사관에 정중석 전 안행부 감사관실 조사담당관을 임용했다.

유 시장의 낙하산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는 송도재미동포타운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송도아메리카타운㈜ 대표에 황기영 전 인수위 기획팀장을 발탁했다.

아울러 인천도시공사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핵심 SPC 중 영종지구 미단시티개발㈜ 대표에 김용주 전 인수위 공보팀장, 인천아트센터㈜와 오케이센터개발㈜ 대표에 인수위에서 활동한 김석원 전 청와대 비서관,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 대표에 유 시장과 제물포고·연세대 동기동창인 이원복 전 국회의원을 임용했다.

이들의 주된 특징은 유 시장이 안행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 측근이거나, 제물포고 또는 연세대의 학연이거나, 6·4 지방선거 때 공신이다. 민선5기 송영길 시장의 연세대·측근 인사와 별 차이가 없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유피아나 송피아나 '도긴개긴'이다. 보은성 인사와 제 식구 챙기기 인사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비판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장관 시절 측근이자 학교 동문 인맥이라 인천과 별다른 연고가 없다는 점이다. 과연 이들이 민선6기 인천시정을 잘 보좌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승봉 인천시 대변인은 "유정복 시장은 송 시장과 달리 시정 철학을 같이 공유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기용했다. 송 시장처럼 비서로 전문성 없는 사람을 기용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황기영 대표의 경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보좌관과 총리실 정무비서관을 지낸 재정분야 전문가이다. 김용주 대표와 김석원 대표 또한 국내 굴지의 건설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김석원 대표의 경우 검찰이 수사 중인 재미동포타운사업을 교통정리 하러 간 것이다. 이원복 전 국회의원의 경우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이 연세대와 연관이 있어서 기용한 것"이라고 했다.

"힘 있는 시장 옆에 힘 있는 관피아"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관피아 척결'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선6기 인천시에서도 관피아의 힘은 재확인됐다.

전 남동구 부구청장이 인천교통공사 사장, 전 시 상수도사업본부 본부장이 인천도시공사 본부장, 전 시 항만공항해양국장이 인천로봇랜드 사장, 전 시 녹색에너지과장이 인천환경공단 본부장, 전 시 건설심사과장이 시 시설관리공단 본부장, 전 시 아동청소년과장이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에 각각 임용될 예정이다.

특히 인천교통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이종호 전 부구청장은 지난 17일 인천지하철1호선 원인재역 역무실로 교통공사 예산팀장을 불러 교통공사의 내년 예산과 관련 업무를 보고받아, 월권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구청장은 "채용절차를 마치고 29일 임명절차만 남은 상태이다. 교통공사 역시 현안 중 현안이 재정이다. 시와 달리 교통공사는 복식부기회계라, 이를 공부할 겸 예산팀장을 불렀다"고 해명했다.

관피아의 월권 논란은 시 내부에서도 터졌다. 최근 시는 임기를 남겨둔 시 출자 또는 출연기관장에게 사퇴를 종용해 논란을 야기했다. 시 담당 부서 고위 공무원들은 각각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인천의료원 원장을 찾아가 사퇴를 요청했다. 시 체육회 사무처장의 임기는 2년 가량 남았고, 인천의료원장의 임기는 2016년 10월까지다.

인사권자인 유 시장보다 먼저 고위 공무원들이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인사가 유 시장의 뜻이냐'는 <시사인천>의 물음에, 시 대변인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우선 사태를 파악한 뒤 시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여성가족재단 이사회 절차마저 무시

임기를 남겨둔 기관장이 그만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임기가 2016년 12월까지인 인천발전연구원 원장과 임기가 2016년 1월까지인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가 최근 사직서를 냈다. 이밖에 인천문화재단, 인천테크노파크,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의 각 대표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천여성가족재단의 경우 절차마저 무시한 '관피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이사 선임 시 이사회를 거쳐 공모하게 돼있는데, 시가 이를 무시하고 새 대표이사를 내정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앞서 '퇴직 공무원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 또 관피아를 내정해 여성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단 이사회의 결정이 시의 결정대로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힘 있는 시장을 자처한 유 시장 옆에 힘 있는 관피아가 똬리를 트는 형국이다. 힘 있는 관피아는 임명을 받기도 전에 업무보고를 받고, 임기가 남은 기관장에게 사퇴를 종용해 밀어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정복, #인천시, #송피아, #유피아, #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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