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무리 송창식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시범경기. 8회 말 한화 송창식이 역투하고 있다.

▲ 한화 마무리 송창식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시범경기. 8회 말 한화 송창식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은 "투수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투수는 부상에 예민하게 노출된 포지션이다. 최대한 많은 투수를 확보해야 시즌을 치르는 데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화가 이번 FA시장에서 3명의 투수(권혁·배영수·송은범)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각자 선발과 불펜 투수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경험이 있다. 보직 정리만 잘 이뤄진다면 한화 마운드는 몰라보게 강해질 수 있다.

반면에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는 바람에 한화의 내년 시즌 마운드 구상에서 자주 언급이 되지 않는 선수가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구위만 회복한다면 마운드에 큰 힘이 될 투수다. 투수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 송창식 선수다.

24세에 은퇴했던 그... 버거씨병 극복하고 우뚝

송창식은 청주 세광고 시절부터 효천고 김수화(은퇴) 다음가는 고교 정상급 우완투수였다. 비록 1차지명은 천안북일고 좌완 김창훈(전 두산 베어스)에게 내줬지만 2004년 2차 1라운드(전체2순위)로 지명되면서 연고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송창식은 입단 첫 해부터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140.1이닝 동안 8승 7패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까지 올랐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계속된 혹사에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많은 공을 던진 송창식이었다. 그의 팔꿈치는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송창식은 2005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2년 차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06년 복귀 후에도 불펜 투수로 나와 17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그리고 2007년, 투수에게 치명적인 버거씨병(폐쇄성 혈전혈관염) 증세를 보였다. 결국 2008년 4월, 24살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송창식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교인 세광고에서 투수들을 지도하며 치료에 전념했던 송창식은 상태가 호전된 2009년 가을, 테스트를 거쳐 한화에 재입단했다. 2010년 12경기에 등판하며 감을 찾은 송창식은 2011년 4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년 만에 감격적인 1군 무대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2012년 본격적으로 한화 마운드의 필승조로 합류한 송창식은 특유의 묵직한 구위를 되찾으면서 4승 3패 1세이브 12홀드 2.91로 멋지게 부활했다. 선발 유망주에서 불펜의 핵심이 되기까지 무려 8년의 긴 세월을 돌아온 것이다.

작년 시즌에는 한화의 마무리 투수로 나서며 4승 6패 20세이브 3.42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전문 불펜 투수로는 오현택(두산, 73.1이닝), 이동현(LG, 72이닝), 홍상삼(두산, 72이닝)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이닝(71이닝)을 던졌다. 송창식은 한화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났다.

작년의 구위만 되찾으면 여전히 한화 마운드의 기둥

송창식은 올 시즌에도 한화의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3월 3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세이브를 거둘 때만 해도 한화팬들은 송창식이 한화의 뒷문을 든든히 지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4월 1일 삼성전에서 박석민과 최형우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면서 블론 세이브를 기록, 쉽지 않은 시즌을 예고했다. 결국 송창식은 4월 동안 10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6.75의 실망스런 성적을 남기고 마무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추격조로 변신한 송창식은 5월, 10경기에서 3.5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였던 6월 15일 NC다이노스전에서 0.1이닝 7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6월 22일 LG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1승 3패 1세이브 3홀드 7.45. 지난 2010년 팀에 복귀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무엇보다 부상전력이 있는 만큼 시즌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1군 무대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송창식은 지난 8월까지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고 김성근 감독이 지휘했던 11월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에도 참가했다. 현재는 김태균, 조인성, 임경완, 마일영 등과 함께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송창식이 작년의 구위만 되찾는다면 '김성근호'에서 쓰임새가 많은 투수다.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롱맨, 필승조, 마무리까지 불펜에서는 거의 모든 보직을 소화한 경험이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로서 온갖 시련과 풍파를 겪어오는 바람에 노장 선수 이미지가 강하지만 송창식은 아직 만 29세에 불과한 젊은 투수다. 송창식이 내년 시즌 김성근 감독의 눈에 들어 주요 보직을 차지한다면 한화 마운드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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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송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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