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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가 음악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원으로 얻는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연을 한 수익으로 살 수 있어야 하지만 1회 공연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고작 멤버들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이러한 인디밴드의 생활은 우리 사회에서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낮게 측정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젊은이들의 창조적 활동이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출범초기부터 그 정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의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모든 분야에 걸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사회기반 산업에 치우쳐 있는 듯하다. 그 예로 문화야말로 창조를 기본으로 하는 산업이며, 창작하는 젊은이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창조경제의 지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각 분야의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창작하는 것만으로 삶을 계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디밴드의 삶과 그들이 만든 노래를 통해 창조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 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준 어쿠스틱 피리는 팀의 첫 공연장소의 이름을 따서 팀명을 정했고, 당시 팀을 구성했던 리더(드럼) 길영진군과 쏠로로도 활동 중인 T.Y(본명 이택영, 보컬)를 중심으로 건반과 여성보컬을 맡고 있는 박지영양과 기타를 치는 이동진군으로 구성되어있는 4인조 밴드이다. 기타를 치고 있는 이동준 군은 군 입대를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인터뷰에 참여해 주었다. 다음은 지난 23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어쿠스틱 피리의 합주모습
▲ 인디밴드 어쿠스틱 피리 어쿠스틱 피리의 합주모습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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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사에 소속된 인디밴드도 있나요?
길영진 : "네, 인디밴드를 중심으로 한 레이블들이 있습니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데 거기서 공연을 섭외해 주기도 합니다."

- '우리'라는 곡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할 때, 앞만 바라고 살아가는 삶이 문득 버거울 때' 라는 가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쓴 가사죠?
길영진 : "제가 쓴 가산데요.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휴대폰에 저장된 친구들을 살펴봤는데 부를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죠. 결국 찾게 되는 것이 늘보고 있던 이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제목도 '우리'라고 지은 것이죠."

- 앞만 보고 간다는 것의 '앞'이라는 게 어떤 것일까요?
길영진 :  "제가 그 가사를 쓸 때는, 매일 반복적인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물음을 던지는 상황을 말한 것이었어요. 오히려 회사를 다니면서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이 이런 물음을 던지기가 쉽겠죠."

이동진 : "제가 바라보는 앞은 명예입니다.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음악으로써 자길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기타리스트하면 저를 떠올리고, 팀도 유명해지고, 돈도 좀 넉넉히 벌었으면 좋겠어요.(웃음)"

T.Y : "이 친구는 정말 그렇게 살아 왔어요. 많은 팀을 돌아다니면서 기타를 치고자 했고,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연주할 곳을 찾아다녔죠."

이동진 : "중학교 때 기타를 치겠다고 부모님과 많이 싸웠습니다. 영화 '즐거운 인생'을 보고 기타 치는 것이 정말 멋있어 보여서 그걸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죠. 공부고 뭐고 다 흥미가 없었고, 부모님 속도 많이 썩히는 애였는데, 기타를 치고 나서부턴 착하게 산 것 같아요. 그전에는 별로 안 좋은 짓을 많이 했었는데..."

- 다이어트 송이란 노래도 재밌던데...
T.Y : "그건 제가 작곡한 것인데요. 처음 가사를 쓸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당시 많이 방황하던 시기여서 그런지 제 마음이 뼈다귀 같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저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외형상으로 마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마음은 뼈다귀 같다, 그래서 겉과 속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것이죠. 그러니까 마음은 넉넉하고 풍체 좋게 되고 몸은 좀 마르고... 이런 생각에서 쓴 가사인데 전반적으로 장난스럽게 표현하다보니까 그런 주제의식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요. 이 노래의 핵심 이야기는 맨 끝에 있는 가사예요. 풍성한 마음은 간직하고 몸은 건강하게 살자는 게 핵심인 것이죠."

-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다이어트라는 것을 싫어합니다. 사회에서 '이 정도가 정상이야' 하고 내놓은 범위에 자신을 끼워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 때문이죠. 사회가 만든 정형에서 조금은 벗어난 삶을 살고 계신 여러분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은 어떤 게 있나요?
길영진 :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100점, 50점, 100점, 50점을 맞는 것보다 평균 90점을 맞는 것을 더 좋아하죠.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것보다는 어느 정도 다 수준 이상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사회인 것이죠. 저는 그게 정말 싫었어요. 사람마다 잘하는 게 있는데, 그 잘하는 것을 개발하면서 살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맞아요. 저는 그 보다 먼저 왜 사람들은 다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고등학교만 나와도 자기가 하고 싶을 걸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길영진 : "좋은 예가 이동진군입니다. (웃음)"

이동진: "고등학교 나와서 기타를 쳤어요. 대학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고요.

- 그래서 아까 부모님과의 투쟁을 벌이셨군요. 중학교 때부터면 엄청 빠르신데요?
T.Y : "저같은 경우는 좀 달라요. 저희 부모님이 고1까지 공부를 시키셨는데 제가 공부로는 답이 없다 라고 판단하고 저를 음악을 해 보라고 하셨어요. 어렵을 때부터 노래를 곧잘 했다고 해요. 그래서 음악을 권유하신 거죠."

박지영 : "저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런데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작곡을 배우고자 했어요. 역시 부모님이 반대가 심하셨죠.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배고픈 직업이라면서 반대를 하셨어요. 그래서 어떤 결과물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교내에서 하는 공모전부터 도대회까지 작곡을 하는 공모전에 응모를 해서 대상까지 받았어요. 그때부터는 지원을 해 주셨어요."

인터뷰 후에 어쿠스틱 피리 합주실에서 찍은 사진
▲ 인디밴드 어쿠스틱 피리 인터뷰 후에 어쿠스틱 피리 합주실에서 찍은 사진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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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가 공연을 하면 어느 정도 가격을 내야 볼 수 있나요?
길영진 : "홍대클럽에서는 만원에서 2만 원 정도입니다. 간혹 어떤 행사에는 '천원의 행복'이라는 테마로 천원에 공연을 볼 수 있을 때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공연이 저희에게는 더 수익이 있어요. 행사 주체하는 회사가 저희 공연비를 따로 주거든요."

- 그럼 홍대클럽 공연을 하면 얼마나 받아요?
길영진: "그건 돈이 안 돼요. 사실 저희가 저녁 먹으면 없어지고 그거보다 적을 때도 있고요."

박지영: "관객이 오는 것에 따라서 어느 정도 달라지긴 해요."

길영진 : "저는 인디밴드가 홍대에서 너무 자주 공연하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요. 재즈밴드나 연주 팀들은 같은 곡을 해도 좀 색깔이 다른 공연이 가능하겠지만 저희 같은 보컬 팀은 같은 레버런스로 공연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같은 환경에서 같은 곡을 자주 하면 지겨울 수가 있죠. 그래서 저희는 버스킹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늘 새로운 관객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서울거리아티스트 라는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어서 거기서 주는 행사를 가기도 합니다. 행사가 좀 있는 가을엔 팀 단위로 한 달에 백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하죠."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T.Y: "저는 사람들에게 우리 팀의 노래가 소소한 행복을 전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팀으로 남고 싶습니다."

박지영 : "지금 팀이 저는 성격도 잘 맞고 음악도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이 팀을 이 사람들과 오래 하고 싶어요."

길영진 : "돈과 성격이 팀 해체의 원인이 돼죠.(웃음) 저희는 아직까지 공연 끝나고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정도면 행복합니다. ...중략... 바로 어제 새 곡을 녹음했어요. '다른 어떤 말로' 라는 곡입니다. 내년 2월 쯤 발매가 될 예정이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에 관련기사가 기재되었습니다. 팟캐스트 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 인터뷰 전문을 업로드합니다.



태그:#인디밴드, #어쿠스틱피리, #위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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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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