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타 때리는 문규현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대 롯데경기. 2회말 2사에서 롯데 문규현이 두산 선발 이재우를 맞아 2루타를 때리고 있다.

▲ 2루타 때리는 문규현 지난 9월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대 롯데경기. 2회말 2사에서 롯데 문규현이 두산 선발 이재우를 맞아 2루타를 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결혼에 골인한 '새신랑' 문규현의 어깨가 무겁다. 내년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유격수 자리를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라인업에서 가장 든든한 자리는 바로 안방이다. 10억 원의 연봉을 자랑하는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주전이고 작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본즈놀이'를 했던 장성우가 뒤를 받치고 있다.

제3의 포수 용덕한이 특별지명을 통해 KT위즈로 이적했고 김사훈이 경찰청에 입대했지만 데뷔 첫 안타를 끝내기로 장식(2013년 10월1일 LG트윈스전)했던 만20세의 유망주 김준태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아직 만으로 20대인 젊은 선수라는 점이 롯데 안방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에 선수난에 시달리는 포지션도 있다. 외국인 선수 짐 아두치와 노장 임재철이 가세한 외야는 한숨을 돌렸지만, 유격수 자리는 롯데의 커다란 부담이다.

손가락 부상 속에서도 생애 최고 타율 기록한 2014년

지난 200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전체 78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문규현은 오랜 무명 기간을 거쳐 주전 자리까지 올랐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데뷔 시즌부터 2009년까지 8년 동안 1군 통산 안타가 고작 12개였을 정도이다.

문규현이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주전 유격수 박기혁이 복사뼈 골절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2010년부터였다. 문규현은 2010년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237 3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문규현은 박기혁이 군에 입대한 2011년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그해 타율 .242 2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7월에만 타율 .423를 기록하며 롯데 팬들로부터 '문대호' 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문규현은 2012년 무릎과 늑골 등의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205 17타점으로 부진에 빠졌다. 작년 시즌에는 박기혁의 소집해제와 2년 차 신본기 선수의 성장으로 79경기에서 타율 .238 6타점에 그쳤다. 특히 승부처에서 '클러치 에러'를 자주 저질러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2년 동안 부진했던 문규현은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6월까지 타율 .306 19타점을 기록, '문대호'의 명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정대훈의 투구에 오른손 검지를 맞고 손가락 골절이라는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2개월의 재활 기간을 거친 문규현은 9월 4일, 1군 엔트리에 복귀했지만 전반기의 좋았던 타격감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결국 문규현은 마지막 2달 동안 19경기에서 타율 .210에 그치면서 최종 성적 타율 .281 2홈런 27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기혁 이적과 신본기 입대, 더욱 커진 문규현의 존재감

비록 부상으로 인해 51경기나 결장한 아쉬움은 크지만 올 시즌 기록한 .281는 문규현의 생애 최고 타율이다. 특히 문규현은 사직구장보다는 원정경기에서 더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실제로 올 시즌 문규현의 원정경기 타율은 .341에 달한다.

스토브리그에서 롯데의 유격수 포지션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문규현 이전에 롯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던 박기혁이 KT로 이적했고, 백업 유격수 신본기는 경찰청에 입대했다. 올 시즌 57경기에 출전했던 오승택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문규현의 자리를 넘볼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내년 시즌 매우 유력한 주전 유격수 후보인 문규현조차 풀타임을 치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2011년과 2012년 박기혁의 공백을 틈타 각각 125경기와 105경기에 출전했지만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다. 한 시즌 100안타를 넘긴 적도 없다.

이는 문규현이 의외로 크고 작은 부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는 신본기라는 대안이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신본기도, 박기혁도 없다. 오승택은 3루수 황재균의 백업도 겸해야 하기 때문에 문규현의 장기적인 대체자가 될 수는 없다.

현대 야구에서 유격수는 결코 수비에만 특화된 포지션이 아니다. 굳이 40홈런의 '돌연변이' 강정호(넥센 히어로즈)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손시헌(NC다이노스), 김성현(SK와이번스) 등 올 시즌 각 팀의 유격수들은 3할에 근접한 고타율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 .234의 문규현은 분명 타격이 좋은 유격수로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 같은 성적만 유지한다면 결코 방망이 솜씨가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올 시즌 좋은 성적 속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던 문규현은 가장이 된 내년 시즌 거인의 듬직한 유격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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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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