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4시즌 야구계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 국가대표팀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고, 미국으로 건너간 리틀야구 대표팀도 2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 경사를 맞이했다. 또 시즌 6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여전히 국민 스포츠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프로 야구의 인기도 뜨거웠지만, 이를 둘러싼 고교야구나 리틀야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기도 했다. 팬들은 준수한 성적도 원했지만 인프라 개선 촉구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유난히 올해는 팬들이 주체가 된 느낌이 강했다. 특히 스토브리그에서 각 팀의 행보는 팬들의 의견이 상당히 많이 반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은 많지만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둔 올해, 국내 야구계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폐지 등의 제도 변화부터 12월까지 계속된 팬들의 뜨거운 사랑, 모든 것을 돌아보기엔 벅찬 감이 없잖아 있지만 복기할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1편에서는 1월부터 6월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다뤄본다. - 기자말

1월 - 제도 변화와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의 국내행 러시

행가레 받는 류중일 감독 한국 야구 대표팀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서 6대 3으로 승리한 금메달을 획득하자, 선수들이 류중일 감을 행가레치고 있다.

▲ 행가레 받는 류중일 감독 한국 야구 대표팀이 지난 9월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서 6대 3으로 승리한 금메달을 획득하자, 선수들이 류중일 감을 행가레치고 있다. ⓒ 유성호


연봉 협상을 미처 끝내지 못한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 가서 도장을 찍었고, 국내에 남아서 구단과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합의점을 찾은 선수들은 뒤늦게 팀 훈련에 합류했고 일부 선수들은 국내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KBO를 비롯해 야구계에서는 올 시즌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 배영섭(현 경찰청)의 부상 이후로 이른바 '헤드샷 룰' 신설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거웠는데 시범 경기부터 이 룰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룰 속엔 고의가 아니더라도 투구한 공이 타자의 헬멧을 가격할 경우 투수는 즉시 퇴장 조치를 받으며 대체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로 시범 경기에서 송승준(롯데)이 처음으로 룰을 적용받아 퇴장당해 마운드를 내려왔다.

또한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빡빡한 경기일정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 '월요일 경기'가 변수로 등장했다. 주중 3연전에서 취소 경기가 나왔을 땐 추후 편성이 가능하지만, 주말 3연전 일정 중 취소 경기가 나올 땐 그 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편성이 되는 방안이었다. 두 경기 이상 취소됐을 경우 한 경기를 제외하곤 나머지 취소 경기는 추후 편성을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많은 경기가 치러진 건 아니지만 일정을 거듭할수록 체력적인 부담이 더해진 선수들로선 적잖은 부담을 짊어졌다.

무엇보다도 외국인선수 관련 제도 손질이 큰 이목을 끌었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기존 두 명에서 최대 세 명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프로 무대 2년 차에 접어드는 NC는 신생팀 혜택을 받아 2​014년 한 시즌만 4명 보유 3명 출전을 할 수 있었다. 마운드가 비교적 약했던 NC로선 큰 호재였다. 이 규정 덕분에 찰리-에릭-웨버-이재학까지 최소 4선발 로테이션은 균형감 있게 운영돼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끄는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말이 많았던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도 폐지해 눈치를 보면서 3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하는 일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여태껏 일부 지명도 높은 선수들의 계약이 이뤄질 때마다 해외 현지 언론은 물론이고 국내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저런 선수가 어떻게 30만 달러만 받고 올 수 있느냐'는 식의 볼멘소리가 많았는데, 상한선 폐지는 그런 면에서 반가운 대목이었다.

이와 동시에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국내행을 택했다. 트리플A 이상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대부분. 메이저리그 경험도 보유한 선수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0홈런을 넘게 때린 '멕시코산 거포' 호르헤 칸투가 두산으로,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바 있는 루크 스캇이 SK로 오는 등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은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선수들의 한국행에 입이 떡 벌어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치에 전혀 도달하지 못한 선수들도 분명 있긴 했지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엔 충분했던 소식이다. ​

2월 - 스프링캠프 막바지, 평균연봉 1억 시대 열다?

​9개 팀들은 일본과 미국 등에서 짐을 풀고 구슬땀을 흘렸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선수는 피츠버그와의 협상에 돌입한 강정호.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일본 현지에서 인기가 굉장했다. 요코하마에선 초청 선수 자격으로 그를 며칠간 유심히 지켜봤을 만큼 이미 오래 전부터 강정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넥센 캠프지를 떠나 잠시 동안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지만, 연습 경기에서의 존재감은 다른 선수들에 뒤처지지 않았다. 요코하마 코칭스태프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초청 선수로 온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강정호 본인 입장에서도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시기라 뜻깊은 경험을 한 셈이다.

2월 말에는 '프로야구 평균 연봉 1억 원 시대'를 알렸다. 관련 보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 시즌 KBO 평균 연봉이 9496만 원이었던 것이 올해 1.8%의 인상률을 보이며 1억 638만 원을 기록했다. 한국 프로 야구 출범 이후 평균 연봉이 억대로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42배나 차이가 있지만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중요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억대 연봉자들의 증가보다도 독립 리그나 2군 선수들을 등한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무적선수, 혹은 신인이나 신고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방출을 당할 수도 있는 처지라 간절함이 절실했다. 지난 3월 11일 KBO 이사회에서 최저연봉을 2400만 원에서 300만 원이 인상된 2700만 원으로 제도를 고쳤으나 여전히 야구계 안팎에서 이 점을 놓고 갈등이 치열하다.

3월 - '기다렸다 프로야구' 시범 경기부터 후끈

야구를 보고 싶었던 팬들은 애타게 찾고 싶었던 마음에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 2주 정도 시범 경기가 진행됐는데 토, 일 주말 경기뿐 아니라 평일에도 시간을 내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로 북적거렸다. 이에 화답 하듯 선수들도 화끈한 타격력으로 보답했고, 일부 외국인선수들은 신고식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뛰진 못했지만 넥센 강지광은 매서운 타격감으로 시범 경기 가장 뜨거운 선수로 떠올랐고, 투수들의 약진에 타고투저 시즌이 예상됐다. 순위 싸움은 시범 경기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매 경기마다 팬들 앞에서 승리하려는 팀들의 의지는 꽤 강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추운 날씨에 몸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부상을 당하기 부지기수. 잔부상을 안고 있었던 선수들로선 잊고 싶은 날들이다.

4월 - 세월호 사태에 숙연해진 야구장, 끊이지 않았던 오심 논란

사연 있는 유니폼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5월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 한 실종자 가족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걸어놓고 있다. 사진 속 유니폼은 실종자인 안군이 야구팬이라는 소식을 들은 구단 측이 직접 가족에게 선물해 준 것이다.

▲ 사연 있는 유니폼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지난 5월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 한 실종자 가족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걸어놓고 있다. 사진 속 유니폼은 실종자인 안군이 야구팬이라는 소식을 들은 구단 측이 직접 가족에게 선물해 준 것이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많은 학생이 탑승하고 있었던 한 척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에 전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한두 명이 아닌 수 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속보에 또 한 번 놀랐고, 탑승자 대부분이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에 절로 숙연해졌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식이 전해지자 KBO에서도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 전 구단 응원단 운영 잠정 중단이라는 통보를 내렸다. 사고 당일은 당연했고, 그 이후에도 응원가는 들을 수 없었다.

5월이 지나도 좀처럼 응원 단장과 치어리더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대신 공허함이 응원 단상 주변을 메웠다. SNS로 빠르게 전파를 타고 나간 '노란 리본 달기', 프로 야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모자와 팔 쪽에 노란 리본이 꼭 붙어 있었고, 이와 별개로 두산은 주장 홍성흔의 제안으로 '무사 귀환'이라 적힌 한자 스티커를 타자들의 헬멧에 부착했다.

그러나 오심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야구장에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자잘한 판정부터 승부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기까지 각양각색의 오심 속출로​ 야구계가 들끓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당장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지만,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KBO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도리어 KBO는 심판 권위를 침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코칭 스태프 및 선수들에게 주의를 내렸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조금은 아이러니했지만 이를 계기로 7월 올스타전이 끝난 직후 후반기부터 '한국형 챌린지'가 도입, 조금이나마 오심 논란을 잠재웠다.

​5월 - 두산의 '닥공' 야구, 그럼에도 거뜬한 삼성의 저력

위기론에도 끄떡없었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삼성은 강자의 반열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 잠시 주춤하면서도 임창용을 시즌 시작에 맞춰 영입하며 오승환의 부재를 씻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던 안지만 등은 원래 보직에서 편안하게 자기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5월부터 안정권에 접어든 삼성은 최형우, 이승엽 등 주요 좌타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탄력을 받았다. 마운드도 건재한 선발진과 박근홍, 김현우 등 신예들이 돋보인 계투진의 조화는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괜히 통합 3연패를 일궈낸 팀이 아니라는 것을 삼성 선수들이 스스로 보여주려고 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두산의 '닥공' 야구는 타 팀들의 경계 대상 1호였다. 1번 타순에 배치된 민병헌부터 하위 타선까지 쉬어갈 타순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정수빈이나 김재호마저 2할 8푼대 이상의 타율을 마크해 어느 누구 하나 승부하기가 참으로 까다로웠다. 15경기 연속 팀 두 자릿수 안타, KBO 사상 유례없는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닥공' 야구의 끝을 보였다.

하지만 6월에 접어들며 한 두 명씩 페이스가 떨어졌고, 전체적인 타격 사이클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면서 타선 침체가 한동안 이어졌다. 7월까지도 영향을 받아 팀 성적은 최악에 다다랐고, 팀 색깔에 맞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던 송일수 전 감독의 '번트 야구'는 야구계에서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6월 - 찰리의 노히트노런, LG의 야구는 지금부터​

지난 6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경기에서 대기록이 쓰였다. NC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이 단 한 타자에게도 안타를 헌납하지 않고 노히트 피칭에 성공한 것. KBO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이래로 처음으로 기록된 노히트노런이자 타고투저 현상에 나오기 힘든 투수 기록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LG가 막 치고 올라오던 시점이라 한 명의 투수에게 꽁꽁 묶일 것이라는 예상은 쉽사리 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비진을 믿고, 많은 경험으로 타자와의 수 싸움에 능한 포수 김태군을 믿은 찰리는 마지막 타자 박용택을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팀 노히트는 LG가 시즌 후반 만들어냈지만 개인 노히트노런은 KBO 통산 11번째였다.

공교롭게도 이튿날엔 LG의 외국인 투수 리오단이 NC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완봉승을 거뒀다. 조금은 저조한 출발이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국내 타자들 공략법 찾기에 집중을 기울이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LG와 재계약 사인을 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완봉승을 포함해 리오단의 공헌도는 LG 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봐도 무관하다.

지난 4월 말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5월 중순부터 양상문 감독 체제 아래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온 LG는 탈꼴지를 하더니 7위, 6위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윽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엔 4강 대열에 합류하면서 함께 경쟁하던 SK와 두산을 물리치고 2년 연속 가을야구의 기쁨을 누렸다. 6월은 LG팬들, 선수들 및 코칭스태프에게 잊을 수 없는 반등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 7월 ~ 12월은 이후 2편에서 이어집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뚝심의 The Time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blog.naver.com/dbwnstkd16)

위 기사는 매일경제 BIGS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 시즌결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