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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 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가 열리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 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가 열리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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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가 한반도에 태어 나셨다면 /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에 다니셨을 것이 틀림없다 / 2014년 올해 2학년이 되어 세월호를 타고 /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다가 희생자가 되어 / 틀림없이 자기구명 조끼를 남에게 양보한 채 / 친구들과 함께 손톱이 빠지도록 문을 긁다가 죽어갔을 것이다'
- '2014년의 성탄' 서덕석(열린교회 목사)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가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주제로 25일 오후 3시부터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옆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예배는 전국 각지에서 온 목사와 신도,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준비위원회는 해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이면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서울에서 예배를 드렸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안산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조정현 연합예배 준비위원장(목사)은 "올해 성탄절 연합예배의 주제를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으로 정했다"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랑하는 자녀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는 의지를 모으는 예배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성탄절 연합예배는 2002년 이라크 파병 반대를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와 이랜드 비정규직 파업,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성탄의 소망을 나누면서 부활절 예배와 함께 대표적인 현장예배가 되었다. 

성만찬 예식으로 하나 된 '세월호 안산'

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씨가 <시편>의 한 구절인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 나가고, 평화가 그 발자취를 따라가리라’를 읽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씨가 <시편>의 한 구절인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 나가고, 평화가 그 발자취를 따라가리라’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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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양의 할머니 이세자씨가 어린이 등 참가자들과 성만찬 예식을 행하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양의 할머니 이세자씨가 어린이 등 참가자들과 성만찬 예식을 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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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성탄절 연합예배는 오후 3시부터 30여 분간 오카리나 공연과 시낭송, 노래 등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서덕석 열린교회 목사는 '2014년의 성탄'이라는 제목의 시낭송에서 "우리들의 예수는 세월호와 함께 수장되었다"며 "그대들을 대신하여 아이들을 빼앗긴 어머니, 아버지들에게 조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배는 모임-말씀-드림-성만찬-보냄 순서로 진행됐다. 2부 순서인 '말씀'에서 안현아 목사는 '한국사회의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따뜻한 가족의 품을 떠나 굴뚝과 전광판 꼭대기, 거리에서 고난과 고통 때문에 아파하는 이웃들이 있다"며 "이 분들의 고난과 고통이 우리의 고난과 고통이 되게 하시고, 이 분들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도 예배에 참석했다. '말씀하기'에서 '예은엄마' 박은희씨는 <시편> 85장 8절을 인용해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맘추리라"며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 나가고, 평화가 그 발자취를 따라가리라"고 낭독했다.

4부 순서인 '성만찬'에서는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양의 할머니 이세자씨 등 유가족 6명과 김초원·최혜정의 교사의 아버지, 생존학생의 어머니 등 9명이 성만찬 예식에 참여했다. 유가족들은 빵과 포도주를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주며 세월호를 잊지 않고 함께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성만찬 예식은 예수님의 살과 피로 상징되는 빵(전병)과 포도주를 나누며 예수를 몸에 모시고, 공동체가 하나 됨을 경험하는 예식이다. 고난 받는 세월호 가족들과 연약한 자들을 위로하고, 새 희망을 나누기 위해 모든 참가자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눈 것이다.

연합예배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왔다는 전유혜씨는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으로,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시는 분"이라며 "정부와 일부 언론이 세월호의 진실을 잊어버리라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아예 덮어버리려고 하지만 세월호 부모님들과 슬픔과 아픔, 고통과 분노를 함께 나누고 행동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세월호와 단원고 아이들이 우리에게 남긴 생명과 사랑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 일동 호소문 "세워호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해 달라"

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이 ‘유가족 증언’을 하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이 ‘유가족 증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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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김은호 희망교회 목사와 한송이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사무국장이 참가자 일동 명의의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안산시 합동분향소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2014 성탄절 연합예배에서 김은호 희망교회 목사와 한송이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사무국장이 참가자 일동 명의의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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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순서인 '보냄'에서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유가족 증언'에서 "저희 부모들은 앞으로 남은 일생을 진상규명과 소외된 이웃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지금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 사고 현장은 방치된 채 언제 어떻게 증거가 없어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이 추운 날씨에도 부모님들은 끝까지 사고현장을 지키기 위해 진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준비위원회 측은 '성탄선물 나눔'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범국민 대책위원회, 안산시민대책위원회, 세월호 기록단, 변호인단 등 5개 단체에게 540개의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이 낸 헌금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고난에 처한 현장 등에 전달한다고 준비위원회 측 관계자는 말했다.

아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이지만 안산의 성탄은 춥고 메마르고 비통했다.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가 이 땅에 왔건만 자식을 놓아버린 부모들의 자식을 향한 애끓는 눈물과 탄식과 분노를 위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예배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이 위로를 받고, 새로운 소망을 발견하는 너른 마당을 펼친 이날 예배는 '2014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연합예배 참가자 일동'명의의 성탄호소문을 낭독하는 '우리의 결단'으로 마무리 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온 안산지역 목회자를 대표해 김은호 희망교회 목사와 한송이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다음의 세 가지를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첫째, 우리가 떠날 때까지 우리를 떠나지 않는 아기예수처럼 '세월호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둘째, 가족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용기를 내어 일상의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셋째, 생명경시와 황금제일주의, 권력독점욕 이 세 가지 구조적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참사는 되풀이 되는 만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태그:#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 #성탄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세월호 유가족 성탄예배 , #성탄절 연합예배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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