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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전야, 스님과 목사가 함께 손잡고 성탄축하예배에 함께해 훈훈한 풍경을 자아냈다. 24일 오후 8시, 법륜 스님은 박종화 목사가 있는 경동교회의 성탄전야 예배에 참석해 예수님 탄생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했다. 이 자리에는 천도교 박남수 교령도 함께해 3개의 이웃 종교가 함께하는 자리가 되었다.

불교, 천도교, 기독교 3개 종교가 함께한 경동교회의 성탄전야 예배. 왼쪽부터 법륜 스님, 박남수 교령, 박종화 목사.
▲ 성탄절 불교, 천도교, 기독교 3개 종교가 함께한 경동교회의 성탄전야 예배. 왼쪽부터 법륜 스님, 박남수 교령, 박종화 목사.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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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과 박종화 목사, 박남수 교령이 함께 예배당 안으로 입장하자 경동교회를 가득 메운 교인들이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회자는 "성탄 때마다 찾아오시는 특별한 형제자매님을 소개한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먼저 구역별 찬양대회가 시작되면서 "저 들 밖에 한밤 중에", "징글벨", "흰 눈 사이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탄일종이 땡땡땡", "동방에서 온 박사들" 등 우리들 귀에 익숙한 찬송가들이 메들리로 신나게 이어졌다. 법륜 스님은 가사와 선율에 맞춰 박수를 치며 계속 미소를 지었다.

구역별 찬양대회가 끝나고 박종화 목사가 나와 박남수 교령과 법륜 스님을 소개하면서 환영의 박수를 청했다. 박 목사는 "오늘의 만남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면서 "3.1운동 때도 천도교, 불교, 기독교가 앞장서서 만세 운동을 이끌었고, 그 뜻을 이어받아 지금도 우리들은 종교를 넘어서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활동을 10여년 간 함께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예수님 오심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법륜 스님은 박남수 교령과 함께 축하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박 목사에서 전달했다. 그리고 박남수 교령은 "올해는 성탄절을 위해 천도교 교당 앞에 '예수님 오심을 함께 축합니다'라고 현수막을 걸어놓았더니 신도들이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하더라" 면서 "지금 이 시간에 천도교 교인들도 성탄절을 함께 축하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올해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종교인들도 많이 가슴 아팠다"고 하면서 "새해에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아픔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법륜 스님도 성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님은 "저도 초등학교 때 교회를 다녔다"고 운을 뗀 뒤 "크리스마스 때 연극을 했는데 제가 동방박사 역할을 했다"고 하면서  "그런데 사람이 자기가 지은 데로 된다고 하더니 지금 50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동방박사로 이렇게 찾아왔다" 해서 교인들의 큰 웃음을 자아내었다.

24일, 경동교회의 성탄전야 예배에 참석한 법륜 스님. “성탄의 기쁨이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함께 하길 바란다”는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 성탄절 24일, 경동교회의 성탄전야 예배에 참석한 법륜 스님. “성탄의 기쁨이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함께 하길 바란다”는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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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 한해 한국 사회를 멍들게 한 세월호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법륜 스님은 8월26일부터 12월18일까지 4개월 동안 매일 1개 도시를 방문하며 전세계 115개 도시에서 강연을 마치고 얼마 전 귀국했는데 "국내 사람들보다도 해외에 계신 교민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가 더 큰 것 같다"면서 "경제 성장이 우리를 꼭 행복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교민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이 부끄러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북한동포들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는 일을 찾아 5대 종교인들이 지난 10여년 간 함께 대화하고 공동 노력을 해오고 있다" 면서 "세월호의 교훈을 발판 삼아 지금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미완성의 독립, 분단 극복과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새해에는 더욱 힘차게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을 밝혀 함께한 청중들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법륜 스님의 인사말을 듣고 박수 갈채를 보내는 경동교회 교인들.
▲ 성탄절 법륜 스님의 인사말을 듣고 박수 갈채를 보내는 경동교회 교인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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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법륜 스님은 박남수 교령, 박종화 목사와 함께 지난 10여년 동안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매월 이끌어오면서 3.1운동 당시에 민족 지도자들이 가졌던 정신을 한반도 통일 운동으로 승화하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매년 3.1절에는 5대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그 뜻을 기념하고 있고, 2010년에는 5대 종교인들이 함께 밀가루 300톤을 개성육로를 통해 지원하고 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법륜 스님은 "예수님 오신 이 기쁨이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우리만이 아니라 이 나라에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함께 찾아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북녘 동포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기쁜 날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간절한 마음을 함께 전했다. 경동교회를 가득 메운 교인들 모두가 큰 박수로 스님의 인사말에 화답했다.

이어서 성가대에서 부르는 찬송가들을 함께 따라부르며 예수님 오심을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계속 이어갔다.

성가대를 바라보며 찬송가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는 법륜 스님과 박남수 교령, 박종화 목사.
▲ 성탄절 성가대를 바라보며 찬송가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는 법륜 스님과 박남수 교령, 박종화 목사.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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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전야 예배를 모두 마치고 나오니 밤 9시가 넘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다. 오늘 박종화 목사와 법륜 스님, 박남수 교령 세 분이 각자의 종교를 넘어서서 함께하는 것처럼 한국 사회도 여야, 진보 보수, 세대, 이념을 뛰어넘어 서로 손을 맞잡고 대화하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 날씨처럼 국민들의 마음도 더 포근하고 따뜻해질 것 같다. 세 종교인의 모습에서 그 희망을 꿈꿔본다.

법륜 스님은 성탄절날 성당도 방문하여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음은 법륜 스님이 성탄절을 맞이하여 자신의 카카오스토리 채널 '희망편지'에 올린 성탄 축하 메시지이다.  현재 10만여명이 읽고, 2천여명이 댓글을 달고 공유하면서 누리꾼들에게 널리 확산되고 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실 때
추운 곳, 어두운 곳에서 아주 어려운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돌아가실 때도 십자가에 못 박혀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을 향해서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 지은 죄를 모르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의 육신은
세상의 삿된 무리들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일 수 있어도
그의 영혼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일래야 죽일 수 없는
이것이 진정한 영생입니다.
그분의 영혼은 이 세상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삶을 사셨기에,
결국은 '부활'이라고 하는
더 큰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왔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수많은 어린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
유족들과 온 국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눈물과 아픔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죽음이
오히려 우리에게 그동안 방치되었던 위험한 사회를
더 안전한 사회로 만들도록 깨우쳐 주었기에
결국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부활로
다시 나타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희망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주님께서 부활 하셨듯
오늘의 패배가 패배가 아니고
새로운 성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순간의 패배에 빠져서 좌절하지 마시고
길게 보면서 희망을 가집시다.

예수님께서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인류에게 희망을 주셨듯이
우리 또한 그분을 따르는 사람답게
세상에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됩시다.

또 북녘 땅에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우리 동포들에게도
오늘의 이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태그:#법륜 스님, #성탄절, #크리스마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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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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