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등 영화관련 기관장들에 대한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해 영화계 전반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비교적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분류되는 한국영화감독협회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24일 성명을 발표해 영화기관장 후보들에 대한 자격조건을 강조하며,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영진위원장 후보의 경우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김세훈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에서 "영화계가 인정하고, 영화인으로부터 존경받고, 영화계의 현안을 해결하고, 거대한 영화산업을 이끌고 갈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비영화인 출신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구체적인 조건으로 ▲영화산업 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상생경영 기반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청렴성을 갖춘 '도덕적인 인물', ▲현장 영화인으로서 영화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기회 제공과 일자리 창출 등 '영화인 복지증진을 위한 정책들을 개발하고 영화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헌신적인 인물' ▲영화관객의 권익을 보호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수용자를 위한 정책들을 개발해 추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인물' ▲영화계의 오랜 갈등구조를 혁파하고 소통과 상생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조화로운 인물' 등을 선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단체들은 영화산업 내 불공정 거래관행을 조장하거나 이념적 편향, 영화계와 소통하지 않고 갈등을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사람들이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우리는 영화산업의 진흥발전과 영진위 및 영등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영화인과 소통하며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경력과 충분한 소양을 갖춘 인물이 위원장에 임명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이번 영진위원장과 영등위원장의 임명과정을 준엄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보수적 성향을 띤 영화단체들이 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영화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비영화인 출신이 영진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특히 '영화인 출신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은 영화계의 정서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영화계가 올해 영진위원장 등 영화기관장 선임을 앞두고 가장 핵심적인 기준으로 요구한 것은 '영화 현장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었다. 강한섭, 조희문 영진위원장 시절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면서 한국 영화계의 반목이 심했던 탓이다. 보수영화인들 역시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최근 거론되는 후보자들 면면에서 우려가 생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정진우 이사장 또한 최근 기자에게 "애니메이션 교수 출신이 유력하다는 것 같은데, 도대체 영화현장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런 비전문가를 앉히려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유명 영화제작자는 "정부가 영화계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 같다"며 "최근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외면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23일 "여러 단체들 간의 의견을 모아볼 예정"이라며, 공식 의견을 밝힐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진위 영등위 한국영화감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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